기후변화 정책·자원, ‘테라시아’가 맡는다

아시아시민사회컨퍼런스, 29~30일 조계사·명동성당서 이어져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15/05/01 [23:30]

기후변화 정책·자원, ‘테라시아’가 맡는다

아시아시민사회컨퍼런스, 29~30일 조계사·명동성당서 이어져

최방식 기자 | 입력 : 2015/05/01 [23:30]

기후변화에 대응해 아시아 종교·시민사회 지도자들이 ‘테라시아’ 네트워크를 구축키로 했다. 몽골 등 기후변화 피해지역 구제 뿐 아니라 사막화저지를 위해 정보와 자원을 공유하고, 국가·기업의 탄소저감 노력을 견인하며, 국제사회가 조성한 녹색기후기금 등을 바로 사용하도록 국제기구 사업에 개입하는 활동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환경연합·푸른아시아 등 국내 13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기후변화대응 아시아시민사회 컨퍼런스 한국조직위’는 26개국 220여명의 관련자가 참여한 가운데 지난 29~30일 조계사(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와 명동성당(코스트홀)에서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 행사는 행자부와 조계종이 후원했다.

이번 토론회에 참여한 아시아 20여개국 환경사회단체들은 2개의 기조토론과 12개의 분과별 워크숍을 가진 뒤 ‘테라시아’(테라=땅과 아시아 합성어) 네트워크를 구축키로 합의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아시아 땅을 살리는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다.

테라시아는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삶의 터전을 복구하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며, 이를 위해 각국 정부·기업·국제기구·지역개발은행을 참여시켜 정책·자금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게된다. 아울러 2020년 이후 시행될 신기후체제에서 피해지역이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녹색기후기금을 적절히 사용하도록 힘을 쏟게 된다.

26개국 220명, 지구미래 토론

먼저 29일 조계사에서 열린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 기조토론에서는 예브 사노(Yeb Sano) 필리핀 기후변화담당관의 기조연설을 들은 뒤 몽골(사막화와 황사), 한국(당진화력발전과 에너지), 방글라데시(홍수와 토양침식), 타이완(기후변화와 재난) 패널토론을 벌였다.
 
▲ 환경연합·푸른아시아 등 국내 13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기후변화대응 아시아시민사회 컨퍼런스 한국조직위’가 26개국 220여명의 관련자가 참여한 가운데 지난 29~30일 조계사(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와 명동성당(코스트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푸른아시아

 
예브 사노(Yeb Saño) 필리핀 기후변화담당관은 첫 기조연설에서 ‘우리 세대의 목소리를 전하는 영적대사’라 자칭하고 “종교와 언어, 그리고 지역을 넘어 미래세대에게 온전한 지구를 넘겨줘야 할 의무감에 이 자리에 나섰다”고 밝히고 “작은 행동과 실천을 모아 기후변화에 맞서는 큰 흐름을 만들어가자”고 호소했다.

예브 사노는 특히 ‘불가사리 던지는 소녀’ 이야기를 통해 “한 현자가 바닷가에서 썰물에 죽게 생긴 불가사리를 하나하나 집어 바다에 던지는 소녀를 보고, ‘네가 길고긴 바닷가 불가사리를 살릴 수 있겠느냐’고 조롱했지만, 소녀는 바닷속에 던진 불가사리를 가리키며 저건 살렸지 않느냐 반문했다”며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슈퍼 태풍 하이옌(필리핀서는 욜란다)이 필리핀 중부를 사흘동안 휩쓸고 갔을 때 친동생 AG 사노(환경평화활동가)가 간신히 살아남아 며칠동안 죽은 이웃들의 사체를 찾는 복구활동을 했는데 자신의 마음속에 늘 ‘영웅’으로 간직하고 있다며, 밝은 지구의 미래와 인간의 삶을 바꾸려고 작은 실천을 하는 모든 이들이야말로 우리시대 전정한 영웅이라고 언급했다.

예브 사노는 또 2013년 11월 바르샤바에서 열린 1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FCCC) 때 ‘하이옌’ 피해자를 추모하고 기후변화에 전 인류가 나설 것으로 촉구하는 ‘14일 단식’을 언급하고 지금도 매월 1일 단식을 하고 있는데 세계에서 수백만명이 동참하고 있다며 올 12월 파리에서 열린 21차 당사국총회(COP21)를 겨냥해 로마에서 파리까지 자신과 지지자 수십만명이 1500킬로미터 순례를 조직하려 한다며 동참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패널토론에서는 ‘몽골 사막화와 황사’(아디야수렌 생태아시아대 박사), ‘화력발전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임관택 당진군 석문면 주민자치협의회장), ‘지구온난화에 대한 에너지대응의 문제점’(임낙평 국제기후환경센터), ‘홍수와 토양침식’(보니파스 고메스 방글라데시 지속가능발전협회), ‘기후변화와 재난’(치밍핑 자재공덕회) 발표가 이어졌다.

현자의 조롱과 소녀의 불가사리 던지기

30일 명동성당에서 이어진 두 번째 기조토론에서는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 겸 이 대회 조직위원장의 ‘기후변화와 행동’을 주제로 한 발제에 이어, 인도(태양광발전과 요가 유기농), 미얀마(바이오가스 플랜트 전기발전), 한국(기후변화와 식량), 스리랑카(자전거 야트라), 세네갈(국제정치적 애드보커시), 일본(생태사원과 숲) 측 관계자의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은 발제에서 10년전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 쓰레기장 방문기억을 떠올리며 “6개월전만 해도 유목하는 부모와 함께 넓은 초원에서 양을 키우며 신선한 염소젖을 먹고 있었을 5살 혹은 7살 아이들이 쓰레기장에서 종이와 병을 줍고 그 돈으로 우유를 사먹는 신세가 됐다”며 “기후변화와 사막화의 역습으로 졸지에 환경난민이 된 초원아이들에게 희망을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다”고 연설을 시작했다.

오 총장은 이어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에 따르면 110개 나라 21억명이 사막화 피해를 입고 있으며, 28억명이 기후변화로 환경난민이 될 위험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며 삶의 터전이 파괴돼 오갈데 없는 환경난민 뿐 아니라 세기말 지구온난화(4도시 상승 예정)로 식량생산의 70%가 사라지고 죽음에 직면할 전인류가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지금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오 총장은 또 △2000년부터 지구촌 빈곤저감을 위해 시작한 새천년개발목표가 달성됐는가? △무엇이 인류가 해결해야 할 목표를 가로막고 있는가? △종교지도자들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지금 무엇을 시작해야 하는가? △우리는 정말 세계를 회복하고 영향을 미칠 의지와 계획을 가졌으며 행동하고 있는가? 물음에 스스로 답해야 할 때라며 아시아 땅을 살리는 네트워크를 결성하자고 제안했다.
 
▲ 기후변화대응 아시아시민사회 컨퍼런스 장면.     © 푸른아시아

그는 아울러 아시아 각국 종교·환경단체가 참여하는 ‘테라시아’ 네트워크를 결성해 기후변화, 사막화, 홍수, 열파로 고통받는 아시아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영구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돕자고 호소했다. 이를 위해 각국 정부·국제기구·지역개발은행·기업들을 참여시켜 자원을 확보하고 적절한 정책으로 반영하도록 노력하자고 덧붙였다.

기조발제에 이은 패널토론에서는 ‘태양광발전과 요가유기농’(발레리안 베르나르드 브라마쿠마리스협회), ‘바이오가스 공장 전기발전’(보 보울린 미얀마 칼라야마비타 발전재단), ‘기후변화시대 식량’(이근행 한살림생산자연합), ‘지역과 국제정치적 애드보커시’(탐바 세네갈), ‘자전거 야트라’(칸차나 위라쿤 스리랑카 에코-V), ‘생태사원과 지속가능 숲’(히데히토 오코치 일본 JNEB)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몽골 양치던 아이들, 우유 사먹는 사연

기후변화컨퍼런스는 이밖에도 ‘기후변화와 빈곤’, ‘식량위기’, ‘지속가능 해치는 에너지시스템’, ‘재난’, ‘생물다양성’, ‘기업의 세계화와 기후’, ‘좋은 가버넌스’, ‘재난위기 경감과 적응사례’, ‘복원을 위한 역량개발, 정신적 생태적 기후복원력’, ‘생태적 영적 접근, 종교모델과 지역사회 에너지시스템’, ‘새로운 로컬 플랫폼과 전 지구연결 네트워크’, ‘도시와 기후변화 적응’ 등 12개의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이슈토론 외에도 29일 오후 5시부터 참가자 전원이 참여해 조계사에서 청계광장까지 행진하고 광장에 마련된 문화공연을 관람했다. 또 30일 오전 명동성당서 시작된 지리산종교연대 등 종교인들이 기획한 문화공연 관람도 있었다.


이번행사를 주최한 한국조직위에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 로터스월드,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 사회적기업 노나메기, 시민환경연구소, 원불교환경연대, 천주교창조보전연대, 푸른아시아, 푸른지구, 피스빌리지네트워크, 한국브라마쿠마리스협회, 환경운동연합이 참여했다.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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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사랑 2015/05/03 [00:31] 수정 | 삭제
  • 지구와 인류를 구하려고 열심인 분들의 노력이 늘 고맙죠
  • 희망21 2015/05/01 [19:23] 수정 | 삭제
  • 일목요연하게 상황을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한 아시아를 만든다는 꿈을 위해 새로운 희망을 만든 대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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