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봄이 올지 기다리는 마음 접어두고 차가운 결빙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취리히에서 유럽의 가장 작은 소국 리히텐슈타인과 하이디의 마을이면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제작지로 유명한 마이엔펠드를 경유하여 목적지인 생 모리츠까지 3시간 남짓 소요되었지만 여러 모양새로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호수들과 산세를 몽환적으로 바라보며 달리다 보면 목적지는 안중에도 없다. 엥가딘 고원은 스위스에 있지만 해발 3000m 이상의 고산들이 수 없이 밀집해 있고 남으로 이탈리아, 북으로 독일, 동으로 리히텐슈타인과 오스트리아 국경을 이웃하고 있어 여름에도 유럽의 스키어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고원의 여러 마을을 합해도 인구 2만 명이 채 살고 있지 않은데도 이곳은 일년 내내 타지(他地) 사람들이 술렁이는 바람 많은 곳이다. 매년 이곳에서 열리는 다보스 세계경제 포럼 전후에는 유럽의 각지에서 안티글로벌과 반부시의 슬로건을 내걸고 모여든 시민들과 경찰들이 씨름하고, 연이어 열리는 빈번한 겨울철 국제 스포츠대회로 인하여 숙박장소를 일년 전 예약해야 하는 것은 예사이다. 엥가딘의 산간에는 맑은 호수들이 여러 곳에 수정처럼 깔려 있고 호반의 도처에는 온천지가 셀 수 없이 많아 국제적 휴양지로 잘 알려져 있다. 오랜만에 다시 가 본 엥가딘은 세계작가대회가 열리고 있었고, 실스 마리아 동네가 세계 각국에서 온 시인, 작가, 철학자들로 술렁인다. 이런 산 속에서 작가대회라니... F. W. 니체의 흔적이 도처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여자를 극단적으로 경멸한 니체에게 메이센부크 여사의 주선으로 루 살로메와 운명적으로 만난 이들은 이탈리아의 몬테 사크로에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헤어지게 된다. 니체는 실연의 고통을 떨치기 위해 집필을 시작했고 엥가딘의 외딴 마을 실스 마리아에서 그의 최고의 걸작 <짜라투스트라>를 탄생시킨다. 엥가딘을 찾은 젊은 여성들을 바라보면서 이들 모두가 니체의 연인 루 살로메가 아닐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누구나 털어놓지 못할 마음 속의 연인을 가슴에 묻고 살아간다. 그의 미완의 사랑이 실스 마리아 마을을 장미 향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아름답다. 엥가딘의 이모저모를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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