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후보 대선캠페인, 노래하고 춤추고

[동남아일기-인도네시아②] UPC 거리서명운동 따라가 보니...

윤경효 | 기사입력 2009/05/24 [15:53]

빈민후보 대선캠페인, 노래하고 춤추고

[동남아일기-인도네시아②] UPC 거리서명운동 따라가 보니...

윤경효 | 입력 : 2009/05/24 [15:53]
천둥소리 요란하더니, 곧 비가 쏟아질 듯 하늘이 낮게 내려앉았다. 아침에 눈을 뜨니 사무실이 조용하다. 일요일을 맞아 사무실에서 지내는 몇 명의 활동가들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집에서 쉬는가 보다.
 
물론, 도도는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과 함께 빈민후보협약을 위한 1백만인 서명캠페인을 벌이고 있겠지만. 엄청난 강행군이다. 3월 초부터 시작한 캠페인은 대선 2개월여를 남겨놓고 매일 10시간씩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발품으로 인도네시아 14개 도시에서 받은 서명인이 약 1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어제 하루 종일 발품을 팔아 800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자카르타에서만 50만 표를 모으는 게 목표라는데, 이런 고생에도 불구하고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기간 내에 달성할 수 있을 지 요원해 보인다.
 
2개월 만에 100만명 서명을?
 
▲ 대선준비 캠페인팀은 대략 20여명으로 구성된다. 음악팀이 먼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 윤경효

▲ 음악팀의 공연에 맞춰 댄싱팀이 유권자들의 시선을 모은다. 나는 말이 안 통하니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다.     © 윤경효

▲ UPC활동가 대선준비 캠페인 팀 관계자가 캠페인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 윤경효

▲ 맨 마지막으로 사람들과 1:1로 만나 직접 서명을 받으면 캠페인이 끝난다.     © 윤경효

 
잘은 모르겠으나 비록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빈민층의 목소리를 모았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 수요일과 목요일에 대안의료 교육담당인 얀토(Yanto)와 환경교육 담당인 헤리(Heri)를 따라 빈민촌 지역조직을 방문했다. 대안의료는 경제적인 이유로 의료서비스를 받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전통적인 민간요법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활동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병원처방이 없으면 약을 살 수가 없기 때문에, 병원에 가기 힘든 빈민들에게 전래 민간요법은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가벼운 질병이나 응급치료에 그렇다고.
 
한 달에 잘 벌어야 4인 가정 기준으로 1백만 루피아(약 $100)라는데 이들은 빈민층 중에서도 상층에 속하고, 중·하층은 한 달에 겨우 20~30만 루피아에 불과하다 하니, 생활이 얼마나 열악할 지 상상하기조차 힘든 정도다.
 
전래 민간요법, 빈민들에 큰 도움
 
▲ 오후로 접어들면서 무더위로 인해 팀원들이 하나 둘 지쳐가고 있다. 한 때 ‘아시아 철녀’ 별명을 듣던 나도 다리가 후들거려 댄스고 뭐고, 그냥 철퍼덕 주저앉고 말다.     © 윤경효

▲ 캠페인 팀의 음악소리를 듣고 집에 있던 가정주부들이 아이들을 안고 하나 둘 나와주니, 그저 보람될 뿐…     © 윤경효


내가 환경단체들 속에서 부대끼다 와서 그런지, 가는 지역마다 눈에 띄는 건 지독히도 오염된 하천과 여기 저기 널려 있는 쓰레기들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세계적인 구조문제이니, 쉽게 어쩔 수 없다 할지라도 기본적인 위생시스템을 갖추고 빈민촌 내 건강문제를 신경 쓰는 것이 급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 생활습관을 보면, 상당히 청결한 사람들인데, 아직 공공문제에 대한 인식이 낮고 하수나 쓰레기 처리시스템이 부족해서 내 집만 깨끗이 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환경교육 프로그램으로 음식물쓰레기를 분리 수거해서 비료로 만드는 방법 등을 알려주고 있다는데, 작년 8월부터 1년 동안 7개 마을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한 후에 그 결과에 따라서 다음 활동내용을 계획할 예정이란다.
 
▲ 북자카르타에 위치한 까말무아라(Kamal Muara)구(區)에 있는 숨방시(Sumbangsih)센터. 이곳에서 대안의료, 아동교육, 세이빙그룹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 윤경효

▲ 서자카르타에 위치한 라와벵켈(Rawa Benkel)구(區) 모임에서 사람들에게 민간치료법을 알려주고 있는 모습.     © 윤경효

 
라와말란을 방문했을 때, 사람들에게 쓰레기뿐만 아니라 하수근처에서 노는 아이들이 걱정스럽지 않느냐 물었다. 정부에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란다. 정부가 조성하는 마을이라는데, 상당히 개념 없어 보인다. 이런 곳에서 사스가 창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집안은 깨끗한데 마을은 쓰레기로...
 
UPC가 주로 하는 일은 빈민촌의 풀뿌리 조직을 거점으로 빈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돈을 저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Saving Group), 전통적인 민간요법(대안치료) 교육, 아이들 교육(Learning Center), 쓰레기 재활용 및 환경교육, 그리고 이번의 빈민들을 위한 대선후보 만들기 캠페인 등과 같은 정책활동 등이다.
 
5월 동안 좀 더 각 활동가들의 움직이는 모습들을 옆에서 구체적으로 지켜보려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정치에서부터 환경과 사회복지 시스템까지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사무실을 내 집처럼 생각하고 지내는 활동가들을 보니 한국의 동료들이 생각난다. 나이나 연배에 따라 생각하는 것이나 생활하는 것이 어찌나 비슷한 지…
 
▲ 까말무아라구(區) 숨방시센터의 앞집 마당. 쓰레기와 집에서 나온 하수로 뒤범벅이 된 이곳을 이 집사람들은 맨발로 드나들고 있다.     © 윤경효

▲ 라와말란(Rawa Malan)구(區)의 마을. 서울의 난지도처럼 자카르타의 모든 쓰레기가 이곳으로 온다. 원래는 습지였는데, 그 곳에 쓰레기를 묻은 뒤 흙으로 매립하고 있다. 라와말란은 그 쓰레기 위에 세워진 마을. 아이들이 습지주변에서 놀고 있다.     © 윤경효

▲ 집주변에 방치된 매립된 쓰레기.     © 윤경효

▲ 마을 전체를 돌고 있는 배수통로 옆에서 연날리기를 하며 놀고 있는 아이.     © 윤경효

 
어젯밤엔 도도, 안야, 우쪽과 새벽까지 서로의 시민운동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민중가요도 부르면서 수다를 떨었다. 모두 70~80년대 출생자들인데, 그 중 도도가 가장 나이가 많은 77년생이란다. 난 민증 까고 누나라고 부르라고 협박 아닌 협박까지 했다…ㅋㅋ.
 
활동가들 보니 한국 동료들 생각나
 
아, 이제 찬거리 사러 나가야겠다. 지금껏 해주는 밥만 먹다가 오늘 처음 요리해서 먹는다. 여기는 화폐단위가 커서 계산할 때 가끔 식겁하곤 한다. 과일과 세제 등을 좀 샀을 뿐인데, 10만 루피아를 달란다. 환율을 생각하면 대략 1만5천 원 정도에 불과한데… 헐~
 
내일엔 오전 첫 비행기를 타고 UPC 사무총장인 와르다와 정책담당자인 라흐믄과 함께 칼리만탄섬(보르네오섬) 서부에 있는 폰티아낙시(市)에 갈 예정이다. 이번 대선후보 캠페인 때문에 폰티아낙 지역단체와 협의하기 위해 가는 건데 내가 쫓아가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각 지역마다 종족, 언어, 문화가 다르다고 하는데, 그 곳 사람들은 어떨지 궁금하다.
대초원에서 유라시아 환경보고서를 띄우던 경효.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해 말레이시아, 태국, 버마, 캄보디아로 1년여 장도의 동남아시아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기행문을 써온 제가 이번엔 영국 쉐필드에 왔습니다. 쉐필드대학 석사과정에서 공부하려고요. 이젠 유학일기로 관심을 좀 끌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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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0/05/02 [10:51] 수정 | 삭제
  • 아시아만큼은 가본곳이 거의 없습니다.
    인도네시아. 흥미로운 곳이네요.
    단지 환경문제는 해당 국가 스스로가 알아서 해야하는데
    쉽지 않은 일인것 같아요.

    사진들을 보면 저 어렸을때가 생각납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얼마전까지 동네개천에 가면 저런게 흔했답니다.

    실은 서울도 알고보면 2~30년사이에 바뀐듯 싶네요.
    물론 지방에도 잘 보면 저런 곳이 한두곳쯤은 있구요.

    님 글처럼 사스뿐 아니라 온갖 질병이 쏟아져 나올만하네요.
    난개발은 안되지만 하수처리장마저 없으니 위험해 보입니다.

    움. 현지 물가가 장난아니군요.
    과일과 세재를 샀을뿐인데 한화로 1만5천원이면.

    끝으로 위 민증위조 댓글 지워줬으면. 짜증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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