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적막이 들려주는 우주의 하모니

녹색 반가사유③ 몇억년의 적막 속에서 세월을 깎으며 빚은 비장의 신비...

정미경 | 기사입력 2007/05/05 [23:56]

어둠과 적막이 들려주는 우주의 하모니

녹색 반가사유③ 몇억년의 적막 속에서 세월을 깎으며 빚은 비장의 신비...

정미경 | 입력 : 2007/05/05 [23:56]
바다에 쌓인 탄산염 퇴적물, 말하자면 물고기뼈 화석 등이 고화(固化)된 채로 지질학적 대 이동으로 자리를 잡게 된 석회암 지대. 석회암 지대인 '카스트로 지형'을 흐르는 거대한 지하수로(地下水路)는 부식토의 분해물을 용존 시켜 탄산가스를 포함하면서 산성을 띠게 되는데, 이것이 석회암의 구성물질인 방해석과 반응하고 석회암을 용식(溶蝕)시킴으로써 동굴이 생성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동굴류(洞窟流)에 의한 기계적 침식과 화학적 용식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석회암 동굴은 지질학적 대신비가 화석화되어 있는 비장(秘藏)의 동굴입니다. 
 

▲ 비장의 파노라마가 전개되고 있는 석회암 동굴.     © 정미경
 
동굴류가 포화상태에 이르면 물속에 함유되어 있던 탄산가스가 빠져나가면서 녹아있던 방해석이 원래의 결정 상태로 돌아가게 되지요.

이 방해석이 재결정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밑으로부터 자라는 석순과 위로부터 자라는 종유석, 그리고 그 둘이 결합하면서 이루어지는 석주입니다. 벽면을 따라 흐르는 형태, 혹은 폭포의 형태를 띠게 되는 유석 또한 진기하고 장엄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빈 공간에 자리 잡고 있는 2차 생성경관 이를테면 석회화단구와 첨가증식물, 곡석과 석화, 그리고 참으로 기기묘묘한 기포석 등 신비롭기 짝이 없는 환상적인 모습 등을 헤아릴 수도 없이 펼쳐놓습니다. 말 그대로 비장의 파노라마가 전개되고 있어요.
 

▲ 밑으로 부터 자라는 석순.     © 정미경
 
방해석이 재결정되는 과정에서 동질광물의 집중현상으로 일어난 하나하나의 단면이 보여주는 형상은 마치 퍼져가는 듯한 파동처럼 태고의 비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몇 억년의 어둠과 적막 속에서 전혀 이질적인 바다와 숲, 바다생물과 빗물이 만나 세월을 깎으며 빚어놓은 이 비장의 신비 앞에 섰다는 것이 전혀 믿기지가 않을 정도이니, 더 이상 무엇을 말해야할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땅속에 이러한 것이 묻혀있다는 것 때문에도 더욱 그렇습니다. 지상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전개 되고 있다는 것에 표현할 수 없는 두려움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상상너머에 펼쳐지고 있는 그 어떤 것에 한발 다가서고 있는 듯한 설렘이라고 해야 할까. 차원을 뛰어넘는 신세계의 문턱 앞에 서있는 떨림 같은 것 말입니다.



▲ 위로부터 자라는 종유석.     © 정미경

 
1차 생산자가 없는 특수한 생태적 구조를 가진 동굴 생태계, 그 중에서도 진동굴성 동물의 관점으로 볼 때 동굴을 넘나드는 내객성(來客性) 동물인 박쥐는 분명 외계 생명체임에 틀림없습니다.

박쥐의 배설물인 '구아노'가 동굴생태계를 유지시켜주는 기본 영양원으로 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박쥐가 진동굴성 동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기적인 왕래가 독특한 생태계를 유지시켜왔다는 점에서 외계생명체와 지상의 자연생태계는 어떤 연관을 갖는 것일까. 자연생태계와의 관련성이 끊어져 고립된 조건에서도 생물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또한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바이칼호에 서식하는 수많은 종들은 다만 그곳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주변 환경과의 연계성이 완전하게 단절된 지하 동굴 속에서 미네랄만을 섭취하며 살아가는 생물체가 존재한다는 것에 도대체 어떤 방식의 해석을 해야 할까.
 
생명체를 질식사시킨다는 황화수소를 호흡하는 생명체, 게다가 절절 끓는 열수분출공(熱水噴出孔)에서 살아가는 생물이 존재하는가 하면, 혐기성(嫌氣性)미생물 또한 종의 수를 헤아릴 수가 없다는 것을 과연 받아들여야 할까 말까.
 

▲동굴은 퍼져가는 듯한 파동처럼 태고의 비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정미경

 
신진대사와 자기증식, 자극에 대한 반응과 감수를 생명체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면, 사람 몸을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가 곧 생명체로 될 터인데, 그것이 조직을 구성하고 나아가서는 기관을 형성하며, 그리고 통합된 하나의 개체로 된다고 할 때 과연 사람을 '박테리아 군집체'로 규정을 해야하는 것인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끝도 없는 질문은 도무지 마침표를 찍을 수가 없어요.

통합과 차원의 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외계에 있는 그 어떤 것임을 직관으로 알아차릴 때의 신비로움 또한 우리의사고가 3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문명에 물들지 않는 조건에서는 오감(五感)이외에 '텔레파시'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 명확하게 확인된 이상 생명체를 고답적인 규정으로는 정의를 내릴 수 없지요.

그러기에, '가이아'는 지구생명체를 통합한 새로운 개념입니다. 그런 점에서 비생명체를 생명체와 물리적으로 가를 수가 없습니다. 절대온도 또는 그와 유사한 조건을 지닌 공간 속에서 밤하늘의 별 하나하나를 세포로 본다면, 새로운 우주생명체라는 개념 또한 충분히 상정할 수 있어요. 이 경우 그들의 지능지수는 인간의 그것과는 도무지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분명한 것은 우주공간은 지구상에 있는 백 수십 가지의 원소로만 이루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보면, 어떤 별은 무한한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는 초전도체일지도 모르지요. 저 너머, 별이나 성단 혹은 다른 은하의 블랙홀과 연결된 '화이트홀'에서 미확인비행물체(UFO)가 나타날 가능성 또한 과학적으로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이 화이트홀이 바로 우리 곁에 접혀있을 수도 있어요. 물론 블랙홀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고요.


▲ 동굴의 신비 앞에 서면 차원을 뛰어넘는 신세계의 문턱 에 서있는 떨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정미경
 
초음파로 밤을 가르며 날고 있는 박쥐는 이러한 상상에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되고도 남습니다. 극한 상황에서도 생명체는 존재할 수 있듯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조건에서도 지구 생명체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생명체가 있을 수 있지요. 우리는 언제나 지구생명체를 기준으로 그와 유사한 외계생명체를 상상할 뿐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한계예요. 3차원의 한계 말입니다.

하지만, 확인된 차원만 해도 11차원이고 더욱이 무한차원으로 되어있는 우주는 사실 우리가 상상하는 그 모든 것 이상 일수도 있습니다. 차원을 뛰어넘는 거기에 과학과 예술은 둘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그때의 이론과 철학은 아름답기 짝이 없지요. 우주의 본질은 아름다움에 있습니다. 드러나지 않는 그곳에 숨어있을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의미있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어둠과 적막 속에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문명의 껍질을 벗고 신과학으로 우주의 본성에 우리를 합체시킬 때, 우리는 하나하나가 신으로 될 수 있습니다.
 

▲ 어둠과 적막 속에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 정미경
 
우주의 저 너머에서 번져오는 파장과 인간의 뇌파가 유사한 것, 뇌의 회로와 은하 네트워크 구조가 놀랍도록 유사한 것, 이것은 결국 우리 안에는 이미 신적 본성이 각인되어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인간은 내재적인 존재인 동시에 초월적인 존재이며 피조물이지만, 동시에 창조주이기도 하다는 것이지요. 포월자(包越者)이기도 합니다.
 
동굴 앞에서 떨었던 그것은 존재의 신비를 홀연히 알아차릴 때의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지구생태계는 절대로 폐쇄계가 아닙니다! 생명체는 폐쇄계에선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생명체는 이토록 아름답고 신비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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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2007/05/11 [22:47] 수정 | 삭제
  • 동굴의 숨은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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