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엉켜 춤추는 빛과 색의 발라드

녹색반가사유 "같은 빛깔이라도 하늘, 바다, 숲에서 기운달라"

정미경 | 기사입력 2007/06/17 [14:15]

뒤엉켜 춤추는 빛과 색의 발라드

녹색반가사유 "같은 빛깔이라도 하늘, 바다, 숲에서 기운달라"

정미경 | 입력 : 2007/06/17 [14:15]
백색광의 태양빛을 풀어헤치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빛깔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반대로 모든 빛깔을 혼합하면 백색광으로 되는 것이지요. 이른바 가산혼합입니다. 섞을수록 밝아지는 것이지요.
 
하지만 빛의 감응체인 색은 이와는 다릅니다. 색깔을 합치면 합칠수록 어두운 색으로 변하며 최종적으로는 검정색으로 종료되기 때문이지요. 이것이 감산혼합입니다. 따라서 검정색 또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색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백색광의 태양빛을 풀어헤치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빛깔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정미경


검정색과 하얀빛, 어둠과 밝음 사이에 있는 이 미묘한 차이가 세계를 다양한 모습으로 물들이며 반짝이게 하고 있어요. 
 
빛의 3요소가 노랑, 빨강, 초록이라면 색의 3원색은 노랑과 자홍, 그리고 청록으로 되어있습니다. 이 빛깔들이 구성하는 세계는 헤아릴 수도 없는 무한으로 뻗어 있으며, 언저리에는 어둠과 밝음이 어깨를 곁고 있습니다. 
 
빛은 일렁이는 파동임과 동시에 춤추는 입자입니다. 빛은 직진하는 성질을 지녔습니다. 그렇다고 무한히 직진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미약한 중력 앞에서 꺾여버리고 휘어지기 때문이지요. 빛이 서로 다른 물체를 만나면 일부는 반사되고 일부는 굴절되며, 나머지는 투과되어버립니다. 경계면을 따라 분산되는 것이지요. 
 

▲ 빛은 일렁이는 파동임과 동시에 춤추는 입자입니다.     © 정미경

 그리고 굴절률이 다른 경계를 통과하면서 빛은 자신을 해체합니다. 이른바 분광을 하는 것이에요. 파장 영역별로 나눠지는 것입니다. 파장별로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바로 이 파장이 색을 나타냅니다. 파동이 입자로서 우리 눈에 나타난 것입니다. 
 
입자로서의 빛은 파동인 자기장과 상호작용하며 나선형으로 맴돌면서 방전현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대기 상층권에서 일어나는 극광 오로라 현상은 그런 점에서 우주가 보내오는 신비롭기 그지없는 메시지인 셈입니다. 
 
빛은 공기와 물을 통과하면서 다종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냅니다. 떠다니는 구름을 통과하면서 부챗살처럼 퍼지기도 하고 진행방향을 달리해 기묘한 형체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곤충의 눈에만 보이는 자외선의 빛으로 우리 눈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무늬를 만들기도 합니다.   ©정미경

무엇보다도 빛은 하늘과 바다, 그리고 숲에 가 닿을 때 비로소 새롭게 변신을 합니다. 형이상학의 영역에서 형이하학의 영역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하늘에선 흩어지고 바다에선 굴절됩니다. 그리고 숲에서는 반사됩니다. 

그러므로 같은 파장의 빛깔이라도 하늘빛과 바다색, 그리고 숲의 기운이 달라지는 것이지요. 특별히 빛은 숲에서는 더욱 현란해지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망막 속에서 춤추기 시작하는 것이에요. 
 
▲빛은 갑충류의 몸에서는 더욱 현란스럽게 춤을 춥니다.     ©정미경

식물색소 안토시아닌은 이 빛에 의해 자극을 받고 그 활동을 촉진하기 시작합니다. 원색의 꽃을 피우는가 하면 곤충의 눈에만 보이는 자외선의 빛으로 우리 눈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무늬를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원색은 결코 동일한 색깔이 아닙니다. 꽃을 물들인 모든 색깔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색깔입니다. 
 
이 빛은 갑충류의 몸에서는 더욱 현란스럽게 춤을 춥니다. 미세한 결을 따라 반사와 굴절 그리고 간섭현상을 일으켜 드러내는 빛깔은 도무지 어떻게 형용할 수가 없어요.


▲계곡수에 굴절된 흐르는 빛은 또 다른 세상을 창조합니다.     ©정미경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와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빛은 살아 움직이는 그림자를 만들고 계곡수에 굴절된 흐르는 빛은 또 다른 세상을 창조합니다.

웅덩이 바닥에 비추인 퇴색한 빛깔은 또한 얼마나 정갈한가. 오래된 바위에서 반사된 빛은 또 얼마나 육중한가. 그리고,  강변 모래에서 반짝이는 햇살과 검은 밤, 은하에서 깜빡이는 빛깔은 왜 그리도 똑 같은지.
 

▲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와,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빛은 살아 움직이는 그림자를 만듭니다.     © 정미경

언어의 밖에서 춤추는 빛깔은 끝이 없습니다.
 
절정의 초여름은 그래서 말이 필요 없는 계절입니다. 까만 밤의 별빛과 오래된 전설, 칠흑 같은 땅속의 비밀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는 이 계절에 허공을 가르는 빗줄기가 지독히도 그리운 것은 다 그 때문입니다.

별에 가닿는 꿈을 대낮에도 꿀 수 있는 그리움의 시간이 더디게 더디게 끌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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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거리 2007/06/18 [13:47] 수정 | 삭제
  • 빛이 너무나 찬란하여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더군요.
    사무실에서 남한산성쪽 산을 쳐다보니
    세밀한 부분까지 잘보여요.
    일상의 자연과, 그 자연을 비추는 빛에
    그런 소쩍새 우는 사연들이
    있음을 서술하셨는데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 평화사랑 2007/06/18 [01:38] 수정 | 삭제
  • 빛과 색의 마술이 참 묘합니다. 건 그렇고 자미님 과학지식이 대단하십니다. 분광, 굴절,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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