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꼬마에게 좀 배워보시라...”

데스크칼럼 "괜찮은 놈 하나 들이는 짜릿한 맛 좀 봐야 할 텐데"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07/06/22 [18:16]

“9살 꼬마에게 좀 배워보시라...”

데스크칼럼 "괜찮은 놈 하나 들이는 짜릿한 맛 좀 봐야 할 텐데"

최방식 기자 | 입력 : 2007/06/22 [18:16]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머슴을 잘 골라야 할 때인데 고민만 쌓인다. 이맘때면 표를 달라는 이나 주는 이나 흥분하게 마련이다. 퇴화한 민주주의에 거의 마지막 남은 축제 때이니까. 흉내뿐일지언정 ‘권력(주권재민) 행사’ 멋도 그럭저럭 내보는 때니까. 하지만 흥은 고사하고 짜증뿐이니 언감생심이다. 꼭 새경 주고 머슴 들인 뒤 문간방에 나앉아 눈치나 보는 주인 꼬락서니다. 괜찮은 놈 하나 들이는 그 짜릿한 맛을 좀 봐야 할 텐데 말이다.

5년 전 이맘 땐 어땠을까? 아님 10년, 15년 전엔? 아쉽게도 기억조차 없다. 투표하며 신난 적이 있어야 말이지. 흐릿한 편린이나마 하나 둘 주워 모아보니 지역주의, 야합, 병풍, 매카시광풍, 바보와 비주류, 메인스트림과 서울대... 뭐 이런 것들뿐이다. 조금 더 더듬거려보니 꼴통을 들이지는 않았다는 빛바랜 위안 하나 더 있을까.

모르긴 해도 범부들에게 지난 3번의 선거는 정말이지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수구꼴통을 피하느냐, 나름의 최선을 선택하느냐로 골머리를 앓았을 테니까. 노심초사한 결과가 지금 이 모양 이 꼴이니 그 애타는 심정을 또 누가 알아주겠나. 여망인 ‘개혁’이 온전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끝나는 걸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을 건 뻔하다.

 “짜릿한 맛 좀 봐야 할텐데”

 3번의 민주정권을 거치면서 범여권이 갈기갈기 찢기고 진보와 중도세력이 갈라선 걸 두고 말들이 많다. 수구세력의 흠집 내기부터 진보개혁진형의 분열까지 호사가들의 안주거리는 언제나 넘쳐난다. ‘개혁 실망’도 그 중 하나일 테고. 이 말을 들을 때면 머슴 잘 써야겠다는 생각부터 든다.

대게 수구꼴통들과 일부 진보진영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모양인데 맞는 말인지 한 번 따져봐야 할 성 싶다. 유권자 다수는 여전히 ‘진보와 개혁’ 정치를 바라고 있다니 말이다. 민주주의 완성과 더 큰 개혁을 열망하고 있다니, 한국의 민주주의의가 철이 덜 든 건 분명하지만 그나마 천만다행이 아닌가 싶다.

한나라당의 경선 난투극은 분명 볼만한 드라마다. 요즘 인기 좋다는 삼류 케이블채널의 삼각관계를 파고드는 무슨무슨 생방송을 보는 느낌이다. 치정, 돌발, 아집, 착각, 폭로가 난무하니 이보다 더 재미나는 방송프로그램도 없을 성 싶다. 서로 상대편을 뒷조사해 그 결과를 알려주니 재미있을 수밖에. 그냥 즐기면 될 터이다. 이건 네거티브 선거운동도 아니다.

진보진영이나 중도개혁진영이 별로 시끄럽지 않은 건 걱정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데 그리 봐야할지 모르겠다. 포기상태이거나 자만이라면 큰일일 테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탬버린, 짝짝이를 일찍부터 내려놓지는 말자. 이제부터 즐겨야 할 때이니까. 중간 역전도 있고 막판 뒤집기도 있으니까.

다행인 건 이번 선거가 딱히 누구를 응원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무대라는 것이다. 마치 텔레비전만 켜면 “쇼를 하라”고 외쳐대듯이 말이다. 유권자를 울고 웃기는 ‘생쇼’가 벌어지는데 왜 아니 그렇겠나. 막판 ‘배지기’나 ‘뒤집기’ 기술도 화려하게 준비되고 있다지 않은가.

한 시사주간지에 ‘상훈이의 초코파이’란 글이 있어 좀 인용해봐야겠다. 상훈이는 초등하교 2학년. 칭찬카드 50개를 가장 먼저 받은 아이다. 상으로 물감세트, 색연필, 상품권 등이 있는데 ‘초코파이 1상자’를 골랐다. 선생님은 좀 의아해했는데 쉬는 시간에 그가 초코파이를 반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1개만 남겼단다. 그리곤 지켜보던 선생님에게 “마지막인데 선생님 드셔요” 그러더란다.

 대선난장 기대 “쇼를 하라”

 “네가 열심히 해서 탄 상인데 네가 먹어야지 왜 아이들과 나에게 다 나눠 주냐”는 선생님 말씀에, 상훈이가 “저는 이런 거 안 먹어요”라고 했고, 곁에 있던 짝꿍이 “얘는 이런 거 안 먹는데 애들 나눠주려고 그랬대요”라고 고자질 했단다.

최방식(본지 편집국장)
선생님은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썼다고 한다. “9살 꼬마에게 배웁니다. 모든 사람들이 상훈이 같은 자세로 살아간다면 좋겠습니다.” 선거이야기를 하다 뭔 딴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제발 신나는 선거 좀 해봤으면 하는 맘에 상훈이 얘길 꺼내본 거다. 머슴이 그리도 하고 싶은 분들, 주인에게 잘 보여야 하지 않을까? 9살 꼬마에게 좀 배워보시라.

 /최방식(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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