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밤비 속에 목 놓아 노래하던...

녹색반가사유 "구애의 노래 사라진 황폐한 도시에서 우린 퇴행..."

정미경 | 기사입력 2007/06/26 [21:23]

고독한 밤비 속에 목 놓아 노래하던...

녹색반가사유 "구애의 노래 사라진 황폐한 도시에서 우린 퇴행..."

정미경 | 입력 : 2007/06/26 [21:23]
생물 진화사에 있어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양서류. 그 중에서도 개구리와 두꺼비는 우리들의 기억 속에 참으로 친근한 영상으로 남아있습니다. 수중생활에서 육상생활로 진화하고 있는 과정에 있는 척추동물이지요. 어류와 파충류의 중간단계를 살고 있습니다.  
 
▲수중생활에서 육상생활로 진화하고 있는 과정에 있는 척추동물인 개구리.     ©정미경


 그중에서도 두꺼비는 진화의 단계를 약간 앞지른 것으로 추정됩니다. 어쨌거나 물속에 산란을 하고 부화한 유생도 수중생활을 하면서 자라게 되는 생의 전반기가 그것을 잘 보여 주고 있어요.

번식기에도 저들은 습기가 촉촉한 물가에 모여 집단적으로 구애의 합창을 부릅니다. 진화의 전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몇 안 되는 종중의 하나이지요.
 
한밤의 세레나데가 잠 못 이루게 할 때, 짙은 허공 속을 가로지르며 명멸하는 반딧불이는 또 그 얼마나 환상적인 듀엣으로 가슴을 애태우는가. 부러움과 질투 때문에 발길을 돌리길 몇 번이던지. 
 
▲번식기에도 개구리들은 습기가 촉촉한 물가에 모여 집단적으로 구애의 합창을 부릅니다.     ©정미경

월견초 향기가 번져가는 천변의 구석진 곳에서 터지는 사랑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선남선녀의 알콩달콩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혹여, 예고도 없이 오밤중에 장대비라도 쏟아지면 반딧불이도 숨고 선남선녀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옷을 털고 총총걸음으로 불빛으로 걸어 나오지만 개구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물을 만난 것이지요. 
 
누군가의 선창에 따라 애절한 구애의 노래가 빗줄기를 뚫고 한밤중에 어둠 속으로 울려 퍼지기 시작합니다. 밤이 세도록 그렇게 목이 메도록 노래합니다.
 
▲수중생활에서 육상생활로 진화하고 있는 과정에 있는 척추동물인 양서류.     ©정미경


부드럽고 물기 촉촉한 피부를 가진 무미류의 사랑은 비오는 밤을 정열의 밤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사랑에의 갈망을 목 놓아 부르는 노래로 바꿔 침잠의 밤을 여지없이 깨뜨려 놓으니까요.

동심 속에서 함께 뛰어 놀던 점액성의 표피를 가진 개구리가 절종되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오늘의 현실. 기후 온난화라는 가장 큰 이유 이외에도 당면한 환경악화의 지표로서 개구리의 개체수가 현저하게 줄어들 뿐만 아니라, 그나마 살아있는 종들도 기형화되어가고 있는 이 상황은 정말이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입니다. 우리의 삶을 빗대어 보면 적나라하게 그것이 드러나지요. 
 
 좁은 의미에서 우리의 환경은 피부, 옷, 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부가 중요한 것은 우리는 허파로만 숨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온갖 화장품으로 덧칠을 해놓았으니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환경악화의 지표로서 개구리의 개체수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어요.     ©정미경


옷이라는 것도 화학섬유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모피는 그 얼마나 많은 야생동물들을 희생시킨 댓가인지 모르겠어요.

집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성물질의 집합체로 되고 있는 시멘트에다가 갖은 발암물질로 마감재를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새집증후군, 그것은 병집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그러니 촉촉하고 보드랍고 연하디 연한 아이들이 아토피에 걸리지 않을 수가 없지요. 

넓은 의미에서는 숲의 축소와 사막의 확대입니다. 그리고 구멍 뚫린 오존층의 존재이지요. 사막화의 확대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들 합니다. 이제는 외출하기 전엔 반드시 자외선 지수를 눈여겨보아야 할 시점으로 되어버렸어요.
 
▲토양생태계와 수생생태계, 그리고 대기생태계가 총체적으로 무너지고 있으니 그 연하디 연한 피부를 가진 개구리가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정미경


시계를 가려버리는 황사현상은 벌써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게다가 지구표면의 악성종양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요. 특히 미제국주의 침략군이 주둔하거나 했던 곳은 예외가 없을 정도입니다. 시멘트 공장은 독을 생산하는 기지로 변해버렸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도시 때문에 토양은 난치성 종양에 신음하고 그로부터 비롯된 수생생태계가 오염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토양생태계와 수생생태계, 그리고 대기생태계가 총체적으로 무너지고 있으니 그 연하디 연한 피부를 가진 개구리가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육상 생명체가 서식하는 지표면은 촉촉하고 보드라우며 연하디 연한 피부에 다름 아닌데... 여기에 황사는 태양마저 가리고 있으니….

개구리의 종 감소는 진화의 흐름이 역류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지요. 우리 마음속의 사막화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둠 속에서의 세레나데가 없다는 것은 그것을 증명해주고도 남습니다.
 
▲개구리의 종 감소는 진화의 흐름이 역류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지요.     ©정미경

 
목 메인 구애의 노래가 사라지고 있는 황폐화된 이 도시에서 우리는 우물 속 개구리가 되어 물에 비친 달을 쫓는 가련한 신세로 전락해버렸습니다.

기형화되어가고 있는 인간군상,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동심 속에서 벗을 잃어버렸으니 동심으로 돌아간들 낯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방인입니다. 갈 곳 없는 이방인이지요.

비오는 밤, 귀 기울이며 잠 못 이루던 고독이 저만큼 달아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진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퇴행해가고 있는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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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구리 2007/07/01 [17:30] 수정 | 삭제
  • 개굴! 개굴!
  • 오거리 2007/07/01 [17:13] 수정 | 삭제
  • 코악~스, 코악~스, 부레케케켁켁~스
    (저를 보러와요, 저를 보러와요)
양서류, 개구리, 두꺼비, 도롱뇽, 종 다양성, 사막화, 지구온난화, 새집증후군 관련기사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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