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당한 혁명잔해 넘어 솟구친 백두

백두의 기슭에서① 하얀 기다림과 푸른 시림으로 안겨오는...

정미경 | 기사입력 2007/07/07 [20:11]

배반당한 혁명잔해 넘어 솟구친 백두

백두의 기슭에서① 하얀 기다림과 푸른 시림으로 안겨오는...

정미경 | 입력 : 2007/07/07 [20:11]
광활한 중화 대륙과 드넓은 시베리아 벌판의 시원일 뿐 아니라, 험산준령인 백두대간의 출발점인 겨레의 영산 '백두산'을 찾아가는 여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흥분의 연속이었습니다.
 
남북으로 연결된 철로를 따라 갈수만 있다면 오죽 좋을까. 하지만 체제 모순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으니 그렇게도 못하고 결국은 에돌아 갈 수밖에 없었지요. 
 

▲ 도시를 매캐한 매연의 날리는 마천루의 숲으로 난개발을 하는데 여념이 없는 중화 대륙.     © 정미경

국경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니 권력이라는 것은 또 무엇인지, 그리고 국가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국가. 그것은 계급발생과 더불어 산업문명의 태동과 맥을 같이 하는 인위적인 질곡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치를 위한 도구가 끝내는 억압의 굴레로 변신하더니, 끝내는 스스로도 자기 수정을 할 수 없는 괴물로 전락한 것이 바로 국가입니다. 
 
집중된 권력은 체질화된 관성으로 하여 스스로를 해체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에요. 국가의 의지는 곧 지배계급의 의지이며 국가간의 관계는 더 큰 지배집단에 의한 줄서기에 다름 아닌것으로 판명되었기 때문입니다.
 

▲자본이 위세를 부리는 나라를 일떠세우는 일에 전 대륙이 총 진군을 하고 있는 조선족 자치구의 밤, 네온사인과 직강화된 하천.     ©정미경

 
그러므로 국가가 존재하는 한, 계급간의 대립과 그 발전 형태인 체제간의 경쟁, 그리고 민족간의 반목 같은 것은 결코 해결될 수가 없어요. 투쟁과 그 대미를 장식하는 전쟁이 일상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과도적 상황으로 불가피한 혁명은 그래서 지지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인류사의 격변기를 들끓게 했던 반외세, 반봉건 기치를 내건 모택동의 혁명은 뜨겁게 심장을 달구었던 혁명적 낭만주의를 표상하는 대표적인 서사시였었지요.
 
지워지지 않는 불멸의 시대정신을 만들어 낸 대장정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노정교 돌파 작전'의 '대도하 영웅' 들이 보여준 위훈은 아직도 나의 가슴에 울렁거리는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 대형호텔 공사중인 백두산 산문 입구.     © 정미경

하지만 주자파의 선봉장인 등소평에 의해 진행된 해괴망칙한 '사회주의 초급단계론'은 변종 자본주의의 길을 열어 제친 투항적인 반혁명의 전환점으로 되었지요.
 
'박정희 개발독재'를 교과서로 삼는 이 반혁명의 갈지자 행보는 문화대혁명이라는 극좌적 행보와 함께 누더기 역사를 대변하고 있는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노동계급을 해방하고 그 도구로 되는 국가를 소멸시켜야 할 혁명을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어디 중국 하나뿐이겠습니까.
 
▲이곳은 자본주의에 미쳐 날뛰는 개발도상국임을 실감케 하고도 남습니다.     ©정미경

 
무엇보다도 미제국주의자들을 도와 소련 사회주의를 패망시키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였다는 것은 두고두고 비싼 대가를 치뤄야하는 원죄로 남아있다는 사실입니다.
 
반 생태적 재앙으로 되고 있는 개발독재를 수행하는 권력은 부패와 비리의 온상으로 되어 버린 지 이미 오래.
 
저들은 시대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경고인 '교토의정서'마저 적극적으로 회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래 없는 '동북공정'이라는 이름 밑에 패권적 야망을 실현하는 길로 성큼 들어서고 말았습니다.
 
조선족 자치구는 남녘땅으로 돈벌러 간 사람들 때문에 공동화(空洞化) 되었으며, 자본이 위세를 부리는 나라를 일떠세우는 일에 전 대륙이 총 진군을 하고 있습니다.
 

▲반외세, 반봉건 기치를 내건 모택동의 혁명은 뜨겁게 심장을 달구었던 혁명적 낭만주의를 표상하는 대표적인 서사시였었지요.     ©정미경


사막화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어이 산샤댐을 완공시키는가 하면, 가뭄조절이라는 명목으로 로켓을 쏘아 올려 인공강우를 만들어낸 것이 그 무슨 자랑거리라도 되는 마냥 큰소리로 떠벌이고 있어요.
 
자연생태계를 무상의 자원으로만 판단하고 마구잡이로 파헤치는가 하면 도시를 매캐한 매연이 날리는 마천루의 숲으로 난개발을 하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백두산만 놓고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 노동자들은 꿈도 못 꾸는 거액의 입장료에다가 의무적으로 현지 안내인의 지도를 받도록 하는 것, 나아가 백두고원에 널 부러진 부석을 하나도 남김없이 수집하여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돈벌이에 눈이 멀었는가를 알고도 남습니다.
 
▲백두산 아래 늘어선 모피 가게를 보면서 느끼는 좌절감이란.     ©정미경

 
고기와 녹용 생산을 위한 꽃사슴 농장, 웅담 판매를 위한 곰사육, 그리고 즐비하게 늘어 선 너구리 모피 가게들을 보면서 느끼는 좌절감은 이곳이 사회주의와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 자본주의에 미쳐 날뛰는 개발도상국임을 실감케 하고도 남습니다.
 
그러한 그곳에 백두산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발원한 송화강은 이미 죽은 강으로 되어있지만 펄펄 끓는 열정을 안으로 삼킨 채 성성한 백발을 휘날리며 하얀 기다림으로 푸르디푸른 시림으로 솟구쳐 있는 백두산! 
 
▲ 험산준령인 백두대간의 출발점인 겨레의 영산 백두산 천지에서 바라본 북녘땅 장군봉의 위용.    © 정미경
 
산업문명 대신에 생태문명을 내오기 위한 진정한 혁명에 대한 꿈은 그렇게나 복잡 미묘한 감정의 기복을 넘어서야 했어요. 그렇게 하여 기어이 그곳에 안길수가 있었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차안인지 피안인지 가늠할 수 없는 신화 속으로 마구마구 빨려들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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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2007/07/10 [09:00] 수정 | 삭제
  • 수정하겠습니다. 이렇게 큰 오자가 왜 ???
  • 자미 2007/07/10 [08:35] 수정 | 삭제
  • 제목 '솓구친'을 '솟구친'으로 수정해주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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