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서 가이아와 스콧니어링 만나다

[지리산밝은마을③] 우주창조·인간탄생 비밀을 찾아 명상속으로...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11/12/12 [14:25]

지리산서 가이아와 스콧니어링 만나다

[지리산밝은마을③] 우주창조·인간탄생 비밀을 찾아 명상속으로...

최방식 기자 | 입력 : 2011/12/12 [14:25]
저녁 만찬 뒤에는 지리산밝은마을에서 명상학교를 운영하는 이삼철 선뮤지엄 관장과 차 한 잔 즐기는 시간이 준비돼 있었습니다. ‘시장이 반찬’이었나요. 아니, 음식이 맛깔스러웠습니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저녁밥을 해치우고 숙소로 내려오니 이 관장(남·40)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짐을 풀을 때 숙소건물 복도를 오가며 벽에 붙은 홍보자료들을 훔쳐보곤 했는데 그 것부터 설명하겠다고 합니다. 가이아이론에서부터 스콧 니어링의 삶까지. 명상학교에서 가르치는 철학과 덕목, 그리고 대혼돈을 거쳐 진화하는 지구이야기 등을 액자에 담아 일목요연하게 걸어놨습니다.

가이아이론과 기상이변 이야기가 흥미로워 좀 물어봤으면 싶었는데, 이 관장이 마침 자기 방에 들어가 차 한 잔 하잡니다. 수련자여서 그런지 방 안이 깨끗합니다. 첫 눈에 들어오는 게 있는데 태극 괘 모양의 벽에 걸린 그림. 수선재를 가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문양인데 수련도구라고 합니다.

만물의 영장? 아니 ‘동물농장’

대혼돈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지구는 유기체이자 생명체인데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분들 표현에 따르면, 모든 동물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동물농장이어야 한다고)으로 아는 인간이 파괴하고 불균형을 초래해, 정화를 시작했다는 겁니다. 최근의 각종 기상이변이 그 증거라네요. 2013년까지 계속되며 향후 10여년 진화를 통해 신인류 탄생을 예고한답니다.

▲ 지리산 밝은마을에서 첫 저녁식사를 마치고 어둠이 낮게 깔려올 때쯤, 이 곳 수련생 한 분이 구성진 소리를 들려줬습니다. 애초 20여분 짜리 작품 리허설을 해보겠다고 했지만 좀 부담스러웠나봅니다.     © 최방식


근거로 2010년 초부터 시리우스 등 우주의 6개 행성으로부터 여러 메시지(선한 의도)가 들어오고 있는데, 해석한 결과 기상이변과 지구정화를 암시한다고 하네요. 한국은 기(氣)의 보호를 받고 있어 우주인 출연이 쉽지 않은 곳이라는 말도 합니다요. 동의족(한국인 혈통)이 신인류 출현 때 중심이 될 거란 이야기도 덧붙였죠.

우주에 지구와 유사한 행성, 그리고 지구생명체와 같은 다양한 생명체가 있을 것이란 추정은 누구나 해봤을 텐데, 이분들은 꽤 구체적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어느 별인지 모를 뿐 우주에서 온 여행자(생명체)라는 것이죠. 우주창조와 인간탄생의 목적은 진화이고요. 인간이 진화하면 선계(仙界)로 가고 그렇지 못하면 윤회를 한다네요.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룩이 내놓은 가이아이론을 이 분들은 우주의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듯 했습니다. 가이아는 그리스신화 속 대지의 여신. 러브룩이 말한 가이아는 지구상의 생물과 무생물 모두. 그러니까 지구유기체(생물과 무생물이 상호작용하는)가 생태계파괴를 해결하려고 진화한다는 것이죠. 이론의 맹점은 아시듯이, 자기정화를 하니 인간이 환경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

이분들 참 재미있습니다. 미국의 급진 사회주의자인 스콧 니어링의 삶을 모델로 삼고 있군요. 자본주의 부의 편중 연구로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직에서 쫓겨났고, 전쟁반대 목소리를 내다 ‘스파이혐의’로 연방법정에 섰던 좌파. 훗날 두 번째 부인 헬렌과 함께 버몬트의 한 숲속에 들어가 죽을 때까지 가난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죠.

▲ 이삼철 선뮤지엄 관장의 선(仙)과 명상의 세계 설명이 한창입니다. 가이아이론부터 스콧니어링의 삶까지 예로들며 지구대혼돈과 우주 진화의 방향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 최방식

 
니어링 부부 그리고 소로우

이 분들이 주목한 건 니어링 부부가 숲속에서 보낸 생태적 삶이었을 겁니다. 산촌에 직접 집을 짓고 자신이 먹을 걸 생산하며, 남는 건 다른 물건으로 교환하거나 가난한 여행에 필요한 경비로 모았죠. 여행비가 마련되면 농사를 멈추고 바로 여행을 떠났고요. 스콧은 자본주의(계급사회) 미국의 가장 큰 문제를 “네가 일하고, 나는 먹는다”는 탐욕을 꼽았습니다.

부처의 무소유·불살생, 노자의 비폭력·평화, 공자의 중용의 도를 실현하며 탐욕을 버린 스콧의 삶이 누구와 닮아다 싶죠? ‘시민불복종’을 제창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삶을 보는 듯 합니다. 소로우가 그랬듯이 스콧은 ‘미친 세상에서 제정신’을 갖고 살려고 시골 삶을 선택했습니다. ‘비정상 정치’와 ‘문명의 유혹과 천박’에서 벗어나려고요.

스콧보다 1백여년 앞서 청빈한 삶을 즐겼고, 전쟁을 반대하며 세금납부 거부로 이른바 ‘시민불복종’을 제창한 소로우. 그는 미쳐 돌아가는 세상, 오염되고 파렴치한 정치사회에서 유일하게 품위를 지키고 제정신을 갖고 살 곳은 오염된 인간들이 찾지 않는 숲 속이라 생각했죠. 보스톤 인근 월든 호숫가에 스스로 집을 짓고 제 먹을 걸 스스로 생산하며 살았죠.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군요. 하여튼, 차 한 잔을 얻어 마시며 선뮤지엄 이 관장에게 들은 이야기는 참으로 흥미로웠습니다. 하나 더. 진화하려고 지구에 태어난 우주인간이 지구학교에서 꼭 배워야 할 8가지가 있다고 해 여기 기록하니 한번 실천해보세요.

▲ 지리산 밝은마을 시설 복도 한 켠에 걸려있는 스콧 니어링 이야기. 급진적 사회주의자에서 생태적 삶을 살다간 니어링 부부의 삶을 이들 명상수련자들은 진지하게 배우고 있었습니다.     © 최방식

 
△자신을 바로 알기 △자기 소명 찾기 △주변정리(소명에 맞게 삶을 조정) △자기 사랑 △균형있는 삶(직업 30% 교육 30% 자기·이웃사랑 30% 에너지 배분) △죽음 알기(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비우기(기운이 가벼워야 영혼 높이 올라가) △나누기(우주자연이 빌려준 빚 갚기 위해).

명상으로 우주 자연의 기를 느끼고 참된 깨달음의 길로 들어서지는 못했지만 귀를 열고 타인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수련은 조금 한 셈이죠? 단정적 예언은 좀 생소했지만 우주나 지구의 자연만물과 소통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 정진하는 이들의 삶이 꽤 신실해보였습니다.

귀를 열고 ‘우주의 소리’ 들어봐...

‘야심한 시각’이 이어졌습니다. 저녁 만찬 때 막걸리 안주로 좋겠다 싶은 것 몇 가지를 시설 운영자인 김혜정씨가 챙겨왔습니다. ‘백일학교’ 교사와 운영자 몇 분, 그리고 우리 여행자 일곱이 막걸리 한잔씩 따라놓고 작은 방에 둘러앉았습니다. 고단한 여행자의 수다에 지리산의 별밤은 그렇게 깊어갔습니다.

▲ 지리산 밝은마을 수련장에 오르는 비탈길 한 쪽에 마련된 빈 돌 의자. 누구를 초대한 것일까요? 우주인? 선인? 아님 여행자?     © 최방식


고단함이 묻어나는 여행자들의 취기어린 수다. 지리산 산신 할머니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골짜기로 내려오는 바람. 어디선가 동편제 가락이 실린 듯 들려오는 폭포소리. 저녁식사 뒤 밥이 꺼지기도 전에 여행자를 감동시켰던 밝은학교 명창 이주희 양의 구성진 가락. 모두가 섞여 우주의 합창이 되었습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 도배방지 이미지

여행생협 밝은마을 지리산 스콘니어링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