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고원은 푸른 침묵으로 다독이고...

백두의 기슭에서② "점점이 박힌 시간의 속내, 뜨거움·차가움 공존"

정미경 | 기사입력 2007/07/10 [21:57]

백두고원은 푸른 침묵으로 다독이고...

백두의 기슭에서② "점점이 박힌 시간의 속내, 뜨거움·차가움 공존"

정미경 | 입력 : 2007/07/10 [21:57]
중화지대를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는 웅장한 장백산맥과 배달겨레가 보물처럼 숨겨놓은 마천령산맥의 교차점에 위치한 백두산!

구릉성 산지가 융기한 후 분출된 용암이 그 위를 덮어 용암대지를 이룬 까마득한 개마고원 일대에서도 최고봉을 이루고 있는 백두산은, 오랜 지질시대에 걸친 융기와 침식, 그리고 퇴적작용의 반복으로 다양한 지질구조와 암석을 형성하고 있다는 백두고원에 헌걸차게 치솟아있는 화산을 말합니다. 
 
▲ 화산지형인 백두산.     © 정미경

넓고 완만한 경사를 나타내는 순상화산인 아스피테를 주변부로 하고, 그 위에 마그마로 된 종을 엎어놓은 듯한 모양의 급경사를 보이는 종상화산인 톨로이데를 중심부로 하며 그 종심에 칼데라와 그리고 이를 둘러싼 외륜산이 있는 복상화산으로 된 화산지형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지요.

거대한 화산폭발로 개마고원이 만들어진 기초 위에 재차 화산이 폭발하여 백두산이 형성되고, 산정의 분화구가 외륜산의 내벽과 함께 함몰 되어 천지가 생긴 지질학적 대격변의 과정에서 지금도 화산활동 후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저간의 내력은 현재 진행형으로 되고 있습니다.
 
▲ 빙하지형이 만들어낸 장관.     © 정미경

바다환경에서 형성되는 퇴적된 석회암을 바닥에 깔고, 그것이 다시 융기하여 삭박작용을 거쳐 평탄한 지형을 이룬 다음, 재차 침강하여 석탄층과 같은 육수환경이 만들어진 조건에서 거대한 열곡구조에서 용암분출이 일어나는 왕성한 화산활동이 일어나 오늘날의 화산지형을 형성하였다는 것입니다.

조산활동에서 평탄지역은 주로 현무암질 용암으로 덮이고, 급경사 지역은 점성이 강한 유문암질, 조면암질의 용암으로 겹덮이는 과정으로 말입니다. 
 
▲ 도무지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백두산의 허리를 깜 싸고도는 전설의 계곡, 금강대협곡.     © 정미경

이 과정에서 다량의 물과 가스를 포함한 용암이 폭발과 함께 공중에서 굳어 형성되었다는 부석이 쏟아져 내려 산 전체를 감싸듯이 덮었다고 합니다. 물보다 비중이 낮아 물에 뜬다는 이른바 부석이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요. 
 
해발고가 워낙 높아 형성된 거대한 빙하가 몰아치는 바람 등에 의한 풍화작용으로 침식 ․ 퇴적이 일어나 이루어진 협곡은 빙하지형이 만들어낸 일대 장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상식을 뛰어넘는 독특한 풍광의 지하삼림은 말 그대로 원시림이며 임해(林海)이지요.     © 정미경

가파른 절벽이 있는 원형극장 모양의 분지는 정체된 얼음과 움직이는 얼음을 분리시키는 대규모 얼음균열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이것은 서릿발 작용으로 아랫부분의 암석이 급속하게 부서짐과 동시에 윗부분의 암석이 떨어져내려 수직에 가까운 절벽이 만들어지면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때 쏟아져 내린 암석은 빙하 내에 퇴적되며 바닥을 깎아, 오목하게 만들어놓습니다. 
 
도무지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금강대협곡은 백두산의 허리를 감싸고 도는 전설의 계곡이 아닐 수 없습니다. 
 

▲널려있는 만년설은 백두산이 주빙하 지대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정미경

 
불과 수백 년 전, 화산폭발에 수반된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강을 따라 흘러내려와 퇴적된 곳을 빠른 물살이 깎아 만든 기묘한 풍화지형인 천군바위와 함께 이 금강대협곡은 백두산을 전설 속에 가두어놓는 또 다른 특색 있는 지형으로 되고 있지요.
 
이와 함께 백두고원 인근 장백산맥과 연결되어 조성된 지하삼림은 상식을 뛰어넘는 독특한 풍광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원시림이며 임해(林海)이지요.
 
두툼한 이끼류와 선태류가 바닥을 차지하고 그 위에 끝도없이 이어지는 숲의 바다는 도무지 오리무중이 아닐 수 없어요. 
 

▲산정의 광대한 개활지는 산악 툰드라지대에 속하는 주빙하지대입니다.     ©정미경

사방에 널려있는 지하폭포와 드리워진 물안개, 깎아지른 절벽 등은 얼마나 격심한 지질운동이 복잡하게 일어났는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산정의 광대한 개활지는 산악 툰드라지대에 속하는 주빙하지대입니다. 여름철에 그것도 잠깐 동안에만 피어나는 백두고원의 야생화가 하나 그득 펼쳐져있는 천상의 화원 바로 그곳입니다. 
 
부석층 아래에 존재하는 영구동결층과 널려있는 만년설은 비로소 이곳이 주빙하지대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부석 속에 묻혀 일부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매몰목은 예전에는 수목한계선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았다는 것을 증명하여주고 있습니다.
 
▲곳곳에 길게 늘어선 너덜겅과 함께, 지금도 끊임없이 굴러내리는 돌은 이곳이 살아있는 산이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도 남습니다.     ©정미경

 
또한 뜨거운 부석에 의해 까맣게 타버린 숯은 탄화목 속에 협재되어 나뒹굴기도 합니다. 백색의 부석층 안에 검은색 화산탄이 점점이 박혀있기도 하고요.
 
주빙하지대의 모든 잔해는 격렬했던 당시를 보여주는 화석입니다. 곳곳에 길게 늘어선 너덜겅과 함께 지금도 끊임없이 굴러 내리는 돌은 이곳이 살아있는 산이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도 남습니다. 
 
▲ 백두고원은 뜨거움과 차가움, 양극단을 끌어안으며 공존의 푸르른 장을 마련하고 우뚝 서 있습니다.     © 정미경

 깊은 땅속에서 꿈틀거리다가 작은 틈 속을 비집고 순식간에 분출하는 거대한 열 덩어리인 용암을 지금도 안으로 품으며 차디찬 빙하를 이고 있는 백두고원은 전체가 서늘한 푸르름으로 그렇게 우뚝 서 있습니다.

 말없이 그 격렬했던 시간을 숨기고 양극단을 끌어안으며 공존의 푸르른 장을 마련하고서 말이에요. 웅장하고, 광활하며, 절묘함이 어우러져 있는 원시의 숲바다는 격변을 침묵으로 다독이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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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다 2007/07/12 [21:53] 수정 | 삭제
  • 백두고원의 바람냅새가 여기까지 향긋하게 전해옵니다.
    신비한 협곡과 광활한 고원의 모습이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가늠할 수 없는 날씨와 습한 만년설의 공기가 사진에도 잘 나타나 있군요.
    황홀한 백두산의 모습 감사히 편히 앉아 구경 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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