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화석연료 대안 될 수 없는 이유

[기고문] 부산방사능 유출사건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할 진실들

백세하 | 기사입력 2011/12/31 [22:31]

원자력, 화석연료 대안 될 수 없는 이유

[기고문] 부산방사능 유출사건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할 진실들

백세하 | 입력 : 2011/12/31 [22:31]
에너지가 없이는 인간의 문명도 유지될 수 없다. 특히, 현대 문명은 에너지 중독에 가깝다. 오늘날의 전 세계는 화석연료라는 에너지원 하나로 가동되고 있다. 에너지가 투여되지 않으면 그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현대문명, 즉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존재인 석유를 비롯한 그 밖의 화석연료의 사용기한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화석연료는 애초에 고갈되어질 운명이었다. 수많은 전문가들도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아 나서는 일을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해 왔다. 결국, 기후변화와 석유전쟁이라는 적신호가 보일 때쯤에야 드디어 우리는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화석연료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면 우리는 이제 무엇으로 에너지원을 대체해야 할 것인가? 

고갈될 운명인데다가 국가 간의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심지어 기후변화까지 일으키는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한다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행동이다. 그래서 이러한 화석연료의 문제가 논의될 때마다 함께 거론되지 않을 수없는 것이 바로 원자력이다. 매우 낮은 비용으로 무제한의 전기를 생산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원자력은 에너지 시장에서 화석연료를 대신할 새로운 에너지 동력으로 우리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 왔다.
 
게다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공해물질도 배출하지 않으니 화석연료를 대체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에너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제적, 친환경적인 에너지로 각광받으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왔던 원자력은 일본의 방사능 유출과 지난 30일에 밝혀진 부산 방사능 유출사건으로 그 안전성에 대한 문제점이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과연 원자력은 화석연료를 대신하여 가장 이상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될 수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한계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원자력에너지에 이용되는 우라늄도 화석연료와 다를 바가 없이 고갈되어질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가 얻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석유, 천연가스, 석탄, 우라늄에서 나온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처럼 에너지를 쓰면 석유는 40년, 천연가스는 60년이면 고갈되어 없어지고 만다. 석탄은 200년 가까이 사용이 가능하지만, 사용하기가 상당히 불편한데다가 환경을 파괴시키는 오염물질을 많이 내놓는다.

원자력에너지에 사용되고 있는 우라늄도 이대로 가면 50년 후면 고갈되어 쓸 수 없게 된다. 원자력 에너지가 확실한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때문인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는 총 436여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데 만약, 여기서 원자력 산업이 계속 발전하여 원자력 발전소가 더 늘어나게 된다면 원자력에너지의 사용연한도 반비례하여 줄어들게 될 것이다.

즉, 그만큼 연료공급의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직도 전 세계는 원자력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상태이다. 특히 2004년도 제2차 전력수급계획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한국은 2000년대 이후 전력소비량을 거의 원자력과 화력으로 채우고 있다. 이렇게 고갈되어가는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한국 정부가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에 얼마나 둔감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원자력 에너지를 확실한 대안으로 볼 수 없는 두 번째 이유는 우라늄의 에너지효율이 비교적 매우 낮고, 경제적이라고 볼 수 없는 에너지원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원자로는 투입된 우라늄에 내재된 에너지의 단 1퍼센트만을 사용한 후 폐기된다. 그래서 많은 원자력 지지자들이 사용된 우라늄연료를 재처리하여 원자로에 다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재처리 과정은 일명 재활용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일부에선 핵폐기물을 장기 보관하는 처리방식의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은 모두 왜곡된 사실이다. 왜냐하면 핵폐기물 문제와 에너지 효율이 낮다는 이유로 우라늄을 재처리할 경우 고준위 핵폐기물은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재처리를 하지 않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폐기물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핵연료 재처리는 천연 우라늄 사용을 줄이고 장기 보관이 필요한 핵폐기물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재처리는 핵연료와 관련해 상당한 추가비용을 야기하며, 결과적으로는 장기 보관이 필요한 핵폐기물을 다시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까지 가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원자력에너지가 경제적이거나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고 할 수 없다. 더 나아가, 핵연료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플루토늄은 핵무기에 사용될 정도로 매우 위험한 핵물질이다.

만약 우라늄의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해 핵연료 재처리과정이 널리 확산된다면, 핵무기 확산을 막기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또한 핵무기가 끔찍한 대량학살을 획책하는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들어가기가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원자력의 세 번째 한계점은 원자로에 사용된 핵연료 폐기물의 저장문제에 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아직까지도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다. 우리 지역에는 안 된다는 식의 님비현상은 장기 보관이 필요한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 시설 건설을 추진할 때마다 걸림돌이가 된다는 것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게다가 핵폐기물을 저장할 수 있는 지질학적 조건도 워낙 까다롭기 때문에 저장 장소를 구하기란 또 하나의 어려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스웨덴, 핀란드나 프랑스처럼 지질학적으로 적합해 보이는 장소를 발견하여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놓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외의 국가들은 여전히 저장소 건설이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만약 일본에서 발생한 원전누출사고와 같은 긴박한 상황이 에너지안보에 취약한 한국에서 벌어지기라도 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일본의 핵폐기물 처분방식에서도 볼 수 있듯이 상황이 긴박하게 되면, 핵폐기물을 대부분 토양 깊숙이 매립하거나 해양으로 투기하여 처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현재 일본의 토양 오염은 이미 체르노빌 수준을 넘어섰고, 원자로 압력용기는 물론 격납용기까지 손상된 후쿠시마 원전은 방사성 물질을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해 지하로까지 오염이 퍼져있는 상황이다. 바다로 퍼진 고방사능 오염물에 대해서, 이를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일본의 입장에서는 다만 희석되기만을 기다리며 모니터링하고 있을 뿐이다.

토양의 경우는 깊이 50~60cm를 파서 핵폐기물로 따로 처리 보관하거나 뒤엎는 방법이 쓰이는데, 바다로 방출되는 폐기물은 바닷물로 희석되고, 바다 속 방사성 물질들이 반감기를 지나 그 양이 줄어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처럼, 원자력에너지는 환경생태계 오염에 있어서는 화석연료 못 지 않는 파괴력을 지닌다. 또한 방사는 피폭 피해가 발생하거나 핵폐기물 처리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달리 대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현재 과학기술로서는 일본처럼 다가올 재앙을 기다리고 있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결론적으로, 사실상 원자력에너지와 화석연료의 차이는 매우 미미한 것에 불과하다. 기후변화와 국가 간의 석유전쟁을 막기 위해 화석연료 대신 원자력에너지를 사용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다. 여전히 우리는 핵연료 폐기물로 인해 파괴되어 가는 생태계를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며, 석유대신 우라늄을 획득하기 위한 국가 간의 또 다른 에너지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물론,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 연료는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1차 에너지의 86.5퍼센트를 제공할 정도로, 지구 온난화 오염 물질 배출원 중에서 가장 부분을 차지한다. 원자력에 이용되는 우라늄도 에너지 생산과정에서 많은 핵폐기물을 방출한다. 이것은 저장하기에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저장한 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매우 치명적인 유해물질이다. 따라서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저탄소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여 전 세계 경제활동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공급해야 한다.

즉, 더 이상 갖가지 모순으로 가득한 화석연료와 원자력에너지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고갈될 위험도 없고, 기후변화도 일으키지 않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재생가능 에너지는 화석연료나 원자력에너지처럼 한번 쓰면 없어지는 1회용이 아니라 언제까지라도 재생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재생가능에너지야 말로 고갈되는 화석연료와 위험한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대안이라고 하는 것이다. 

일부 회의론자들은 화석연료와 원자력만으로 에너지를 조달하던 에너지 패턴을 재생가능에너지로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또한 이들은, 전 세계 인류가 사용하는 천문학적인양의 에너지가 어떻게 재생가능에너지만으로 충분하겠느냐고 반문한다. 충분하다고 해도, 그것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느냐고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다. 기술이 있다 하더라도, 재생가능 에너지가 화석연료나 원자력에너지 보다 훨씬 비싸서 경제성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어떠한 형태로 존재하든 에너지는 비싸다는 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생에너지는 싸지는 데 반해 탄소 기반 에너지는 점점 비싸지고 있다. 왜냐하면 재생가능에너지는 재생 에너지 인프라가 구축되면 태양열, 바람 등의 에너지원은 영원히 그리고 무료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탄소 기반 연료와는 달리 바람, 태양 그리고 지구 자체는 실질적으로 무한대에 가까운 자원의 보고이다.

따라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인 노력과 대규모 투자를 통해 대자연 속에 존재하고 있는 무한한 에너지 흐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생 에너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사실, 화석연료와 원자력 에너지 관련 기술은 아직까지도 성숙단계인데 비해 재생가능에너지 기술은 시간이 갈수록 빠르고 발전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 핀란드와 같은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오래전 재생에너지 시나리오를 마련한 터라, 재생가능 에너지는 빠른 속도로 유럽 에너지 시장에 자리매김 하고 있다.
 
앞으로, 화석연료의 시대에서 새로운 재생가능 에너지의 시대로의 에너지 전환이 더욱 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더 이상 원자력 에너지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희망찬 변화의 바람을 타고 새로운 에너지의 시대로 한 걸음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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