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엔 국수가 먹고 싶다"

시로 말한다 "어머니 같은 누님 같은 여자가 끊려주는 그 국수..."

임효림 | 기사입력 2007/07/20 [16:42]

"비가 오는 날엔 국수가 먹고 싶다"

시로 말한다 "어머니 같은 누님 같은 여자가 끊려주는 그 국수..."

임효림 | 입력 : 2007/07/20 [16:42]

 
국수가 먹고 싶다(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끊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세상 어디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치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
 
연일 장마입니다. 장마 탓인지 여기 설악산은 바람이 서늘합니다. 여름이 더워야 하는데 긴소매를 입고 지내지요. 어제 하루는 모처럼 햇볕이 쨍하는 듯 하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다시 비가 내립니다.
 
이런 날은 국수가 먹고 싶습니다. 칼국수도 좋고, 장터국수도 좋고, 콩국수도 좋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국수가 먹고 싶다고 했더니, 선감(선원의 책임자)스님이 햇볕이 쨍하고 나는 날 먹자고 했습니다.
 
어제는 햇볕이 나서 국수를 먹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하루 더 햇빛이 쨍해야 된다고 하네요. 그런데 다시 이렇게 비가 오니 국수를 언제나 먹지요. 누가 가만히 내게 말하길 선감스님은 국수를 별로 안 좋아 한 다네요.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 살다 보면 허기진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아등바등 살아 갈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입니다. 그런 때 서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시골 장터 한귀퉁이 허름한 포장집에서 국수를 먹는 일은 상상 만으로도 위안입니다.
 
무언가 한두 가지 잃어버린 듯한, 상실감이 느껴지는 날이면 유독 무언가 먹고 싶어지지요. 시인은 그것을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이라고 했네요.
 
한 가족 같이 지내는 소를 팔고 돌아오는 농부의 심정이라니... 돌아보면 내 삶에도 그 정도의 허전함을 느낀 때는 한두 번 있었든 듯합니다.
 
자꾸 비가 오는 오늘 같은 날에는 어머니가 같은 여자,  누님 같은 여자가 끊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습니다. 무언가 잃어버리고 온 사람과 같이 먹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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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국수 2007/08/03 [09:22] 수정 | 삭제
  • 국수는 우리말이지요
    한문으로는 麵이라고 합니다

    본래 떡이 가장 먼저고
    다음에 오늘날의 가래떡과 떡국을 먹다가
    오늘날의 국수로 발전을 했고요
    그 다음에 밥이 나왔지요.

    밥은 매우 발달한 조리법이고
    특히 우리나라의 밥하는 기술은 가히 세계적이지요
    사양아들 보고
    밥하라고 하면 못하지요
  • 국수 2007/08/02 [21:58] 수정 | 삭제
  • 혹시 국수라는 말의 어원과 한문도 있는지 아는 분 선착순...
  • 불우선생 2007/08/01 [22:47] 수정 | 삭제
  • 국수를 집에서나마 먹어 보아야 겠습니다
  • 종로 2007/07/27 [08:54] 수정 | 삭제
  • 부러워 죽겠네요
    맛있는 콩국수 먹었나요
    열대야로 잠못드는 밤이였습니다 어제 밤은
    더욱 쉬원한 콩국수가 먹고 십네요
    다음에는 나도 끼워주세요
  • 다윗돌 2007/07/26 [16:38] 수정 | 삭제
  • 비오는 날이면 ....
    더 사람의 정이 그리워 지고....
    때이른 허기에 무엇인가 그리워진다....
    누구라도 외롭고 허전한 사람과 함께
    따뜻한 국수 국물을 후루륵 들이키며 마음을 나누고 싶다....
    세상이 빨라지고 복잡해 질수록
    무엇인지 모르지만 괜시리 어린시절이 그립고....
    비오는 날이면 엄마품에 게으른 잠을 청하던
    그 시절이 그립다 .....처마 밑에 개는 불쌍했지만....
  • 유요비 2007/07/25 [18:19] 수정 | 삭제
  • 3호선 경복궁역입니다.
  • 최기자 2007/07/25 [17:52] 수정 | 삭제
  • 3호선 경복궁역 7번출구로 나오셔서 연락주시길. 인터넷저널 사무실이 엎어지면 코닿을 데 있습니다.
  • 삼각산 2007/07/25 [17:39] 수정 | 삭제
  • 복날이라 왤빙으로 콩국수먹습니다
  • 국수 2007/07/25 [14:58] 수정 | 삭제
  • 정말 국수가 먹고 싶네
    별로 국수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갑자기 국수가 먹고 싶을까

    함부로 말해도 흉이 되지 않는 사람들과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도 하면서
    국수 좀 먹었음 좋겠다
  • 자미 2007/07/24 [23:03] 수정 | 삭제
  • 애석하게도 목,금,토(2박 3일)동안 생태캠프 진행차 치악산에서 뒹굴 예정이에요.
    스님, 최국장님, 많이 말고 꼽배기로 딱 한 그릇만 남겨두시길...히힛^^!
    맛있게들 드시고 여름 건강히 보내셔요.
  • 최기자 2007/07/24 [10:25] 수정 | 삭제
  •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 보시오.
    어머니같은 여자, 누님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 먹고잡은 분들.
    목요일 번개팅합시다. 제가 국수집은 물색해놓을테니까요.
    스님이 쏘실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입만 모시고 오면 되지 않을런지...
  • 스님 2007/07/23 [22:24] 수정 | 삭제
  • 목욕일 저녁에 합시다
    어디 국수로 유명무실한 곳을 물색해 놓어시오
    그리 집결을 하시다
  • 내가 선감 2007/07/23 [17:20] 수정 | 삭제
  • 구참스님께서 먹고싶다 하면 즉각 대령하지 않고.....뭘 그리 뜸을 들이는지.....
  • 최기자 2007/07/22 [22:56] 수정 | 삭제
  • 그 때 국수먹기 번개팅 하도록 하지요. 국수먹고 싶은 건달들 한 번 모입시다.
  • 자미 2007/07/22 [08:28] 수정 | 삭제
  • 따뜻한 국수 한 그릇 먹고 싶어라.....^^
  • 스님 2007/07/22 [00:27] 수정 | 삭제
  • 맛이 없다고 했나요 기러기님
    그래도 우리는 국수를 먹을 것이오
    최선생
    우리 번개해서
    국수먹어 봅시다
    콩국수
    어매 쉬원하고 구수한것
  • 프리다 2007/07/21 [15:48] 수정 | 삭제
  • 국수 먹고 싶네요...
    제 별명이 국수킬러인데...저도 다섯그릇 자신있어요.
    국수는 잔치국수가 제일이던데요....
    비오는 날 군침만 흘립니다.^^
  • 기러기 2007/07/21 [14:56] 수정 | 삭제
  • 스님, 사람도 아닌 선방 수좌들 먹는 국수가 무슨 맛이 있겠오.
    내가 은 국수는 적어도 짜장면 반그릇 쯤..... 게 무슨 자랑이라고 쯧쯧
  • 스님 2007/07/21 [14:00] 수정 | 삭제
  • 서며칠후 서울 가면 국수 한번 찐하게 먹어 봅시다
    그라고 기러기님 선원의 국수도 무지 맛있습니다
    다섯그릇이라고라
    한그릇에 양이 문제 아니겠소
  • 기러기 2007/07/21 [06:10] 수정 | 삭제
  • 국수는 초상집 국수가 그중 맛있지요. 나는 예전에 친구 어머니 문상 갔다가 국수를 다섯 그릇이나 먹은 사람입니다. 이쯤은 돼야.....
  • 최기자 2007/07/20 [19:18] 수정 | 삭제
  • 스님, 이 글 올리며 국수 먹거 싶어 혼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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