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민주 후원 일일호프 성황리 마쳐

포토에세이 ‘오키도키’서 3백여명 맥주 마시며 한여름 밤 즐겨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07/08/13 [01:55]

버마민주 후원 일일호프 성황리 마쳐

포토에세이 ‘오키도키’서 3백여명 맥주 마시며 한여름 밤 즐겨

최방식 기자 | 입력 : 2007/08/13 [01:55]
버마 민주화를 지원하는 이들이 모여 즐거운 술파티를 벌였답니다. 시청 앞 예쁜 지하 카페 ‘오키 도키’에서 버마민주화운동 사업기금 마련 일일호프를 열었거든요. 음악이 흐르고, 시를 낭송하고, 춤이 있는, 그리고 좋은 이들이 맥주 한잔씩 따라놓고 담소를 즐긴 유쾌한 밤이었습니다.

일일호프가 열린 건 11일 밤. 배재학당 인근 ‘오키도키’에서 오후 4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 행사는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국내에서 활동 중인 버마인 단체인 민족민주동맹(NLD)한국지부와 버마행동, 그리고 18여개 한국의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였습니다. 버마민주화를 지원하는 모임, 버마를 사랑하는 작가모임도 참여했고요.

 
▲11일 '오키도키'에서 열린 버마 민주화 기금 마련 일일호프에 참여한 이들.     ©최방식

▲ 시원한 생맥주 한잔에 즐겁게 담소하는 이들.     © 최방식

▲ 일일호프에 참여한 버마를 사랑하는 작가모임 회원들.     © 최방식


 한국·버마 NGO 공동주최

 기자가 행사장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6시를 조금 넘긴 시각. 지하로 내려가는 길과 계단 곳곳에 버마 민주화 활동사진들이 보입니다. 행사장에 들어서니 홀이 꽤 넓습니다. 주방엔 버마행동의 뚜라 대표가 보입니다. 그 옆 테이블에는 NLD한국지부 조모아와 조샤린이 보입니다. 둘 다 전통 버마 의상을 입었군요.

악수하느라 바쁜데 검은소님이 손짓을 합니다. 박민규 시인과 함께 앉아 있군요. 작가모임 소속 3명의 시인이 자작시 낭송을 할 모양입니다. 검은소님은 시낭송 때 쓰려고 내게 모차르트 음악까지 복사해 가져오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검은소님의 블로그 이웃 데보라님도 보입니다. 처음 본 여성입니다.

이 날 행사장엔 건달교 회원들도 꽤 모여들었습니다. 건달교는 버마민주화를 위한 모임과 버마를 사랑하는 작가모임 회원들이 참여하는 꽤 매력적인 모임입니다. 유종순·임동확·김자흔·박홍점·000 시인 등이 모였습니다. 블로거 이웃이자 건달교 회원인 오거리·파랑새님도 오셨습니다.

 
▲ 공연 중인 그룹 '민들레'.     © 최방식

▲ 공연 중인 한 락그룹.     © 최방식


▲ 버마 전통 민속 춤을 추는 버마인들. 왼쪽은 NLD 회원인 조모아.     © 최방식

시원한 생맥주를 몇 잔 즐기고 있으니 본행사가 시작됩니다. 먼저 작가모임 소속 시인들의 시낭송이 이어집니다. 박민규 시인이 가장 먼저 무대에 오릅니다. ‘티브이를 보며’를 낭송합니다. 이어 따님과 함께 온 김자흔 시인이 ‘아직은 미성숙의 시간’을 낭송하고요. 마지막으로 신순봉 시인이 '죽은 자의 말'을 들고 나섰습니다. 열화 같은 박수...

 시·음악·춤, 그리고 맥주

 한 여름 밤은 그렇게 서서히 깊어갔습니다. 시원한 맥주, 그리고 버마인들이 만들어 주는 전통음식에 취해가면서요. 조금 있자니 ‘민들레’가 무대로 나옵니다. ‘바윗돌’ 등 경쾌하고 즐거운 노래를 들려주는 데 맥주 맛이 더 없이 좋습니다. 이름을 기억 못하는 3명의 록밴드. 모두는 정말 열광했습니다.

버마 시인인 조모루인의 노래 무대도 근사했습니다. 혁명의 노래들을 불렀는데 그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 버마어로 하니 알아들을 수가 없었거든요. 사실 우리말로 했어도 잘 못 들었을 겁니다. 장내가 꽤 시끄러웠을 뿐 아니라 흥에 겨워 잘 듣지도 못했을 테니까요. 그는 지난해 작가모임이 연 미얀마혁명시 낭송회 때도 참여해 열정을 보여줬던 이입니다.

 
▲ 버마 민주화를 지원하는 일일호프가 열린 '오키도키' 입구.     © 최방식

▲일일호프에 참여한 이들. 왼쪽부터 조샤린, 뚜라, 조모아, 제시카, 이름 모르는 성공회대 대학원생. ©최방식

▲ 왼쪽부터 박홍점, 임동확, 신순봉 시인, 조모아, NLD한국지부 의장, 그리고 유종순 버마지원모임 공동대표.     © 최방식

버마인들, 그리고 모두는 홀 여기저기서 춤을 추고 떠들고 즐겼습니다. 꽤 시끌벅적하고 정신없는데도 아는 이들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NLD한국지부 의장, 부의장, 총무 등 거의 모든 회원들이 출동했군요. 이 행사를 주관한 한국NGO 중 하나인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도 보입니다. 부인과 함께 오셨군요.

기자는 외국인도 몇 명 만나 즐거운 담소를 했습니다. 필리핀 여인 제시카, 이름을 기억 못하는 네팔인 남자와도 건배 한 잔씩 했죠. 이들 판에 끼어 버마 음식이라고 메뉴판에 적혀있는 곱창 찜 맛도 봤습니다. 자세히 물어보니 버마 전통음식이 아니고 중국 음식인데 버마인들도 즐긴다는 군요.

 꽃다지·록밴드 공연 환호

 이날 일일호프에는 꽤 많은 이들이 참여했습니다.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어림짐작으로 2백여명쯤은 넘지 않았을까 싶은데 모르겠습니다. 토요일 저녁인데다가 휴가철이어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만 꽤 많은 이들이 모인 모양입니다. 준비도 잘 됐던 것 같고요.

 
▲ 시 낭송 중인 박민규 시인.     © 최방식

▲ 시 낭송 중인 김자흔 시인.     © 최방식

▲ 시 낭송 중인 신순봉 시인.     © 최방식

작가모임과 버마모임 일행은 너무 흥에 겨웠는지 한 잔 더하러 갔습니다. 영업상 행사에 참여 못한 버마모임 회원집으로요. 동십자각 앞에 있는 바그다드카페입니다. 술은 언제나 그렇듯이 한잔은 또 한잔을 부릅니다.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서요. 토요일 밤인데 좀 취한들 어떻습니까? 즐거운, 그리고 보람찬 밤이었죠.

죽은 자의 말/신순봉
-레퀴엠을 들으며 입에서 나오는대로 쓰다-
 
회벽 바른 땅 속에 머리 괴고 누워
나는 비 내리는 소리
빗물 고여 흘러가는 소리
듣는다.
 
5월의 바람에는 아카시아 꽃향기가 묻어있다.
 
멀리 광장에서 들려오는 확성기 소리.
그리고 인파, 인파 ;
하지만 흙 들어간 내 눈엔 오직 인파의 환시(幻視) 뿐!
 
나는 죄짓지 않았다.
 
내가 일찍이 저 폐허의 거리를 헤맬 때
너는 내게 손 내밀지 않았다.
 
나는 푸르게 빛나는 연단(演壇)을 동경하지 않았으며
승리의 건배를 들지도 않았다.
비바람 몰아 꽃잎 떨어뜨리지 않았으며
천둥과 번개를 불러 너의 집 창문을 부수지도 않았다.
 
내가 사랑한 것은 무엇이었던가?
 
나는 살아서 무엇을 보았던가?
 
나의 생은 왜 그렇게 모욕되었던가?
 
나는 죄짓지 않았다.
 
내가 사랑한 것은 미래를 위한 나의 삶이었을 뿐.
나는 아무것도 꿈꾸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왜 살아서 오욕뿐이었는가?
 
내가 일찍이 진흙구덩이에 던져졌을 때
너는 내게 구원의 노래를 불러주지 않았다.
 
나는 오로지 땅 속에서 듣는다.
비 내리는 소리
빗물 고여 흘러가는 소리
그 빗물이 대지에 스미는 소리
 
나는 오로지 땅 속에서 본다.
멀리 인간의 마을을 밝히는 흔들리는 불빛 몇 개!


 티브이를 보며/박민규

 풀숲에 떨어진
이슬 한 방울이 산을 깨우고
쩍쩍 기지개 켜는 나무들 사이를 걸을 때
화들짝, 놀라 달아나던
고라니 더운 콧김에 계절이 바뀐다
철조망 너머 눈 비비는
바람꽃 향기가 산을 넘도록 따라왔다.

 그 때부터였다 나를 지우기로 한 것은
우리가 가둬놓은 세상이 우리들의 세상이 아님을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포크레인이 아니라
녹슨 탱크가 아니라
작은 이슬방울이며 고라니의 숨결이며
철조망을 타고 넘는 풀꽃들의
가녀린 손짓임을

 하늘에 삿대질하는 전신주 꼭대기에서도 잎을 피우는
우리를 넘어선 또 다른 우리가 있음을
오늘 티브이를 보며
5층 아파트 베란다 밑으로 자라나는 자작나무의
거친 뿌리를 지탱하는 곰팡이를 보며
다시 확인한다.
시멘트를 녹여 흙으로 돌려놓는
저 작고 작은 것들의
또 다른 우리들의 눈부시게 큰 힘을 보며.

 
아직은 미성숙의 시간/김자흔

 한 청년이 아프가니 사막 한 가운데서 길을 잃었다
이 길이 굽어갈지라도 나는 이 길을 가겠다, 던
그의 소신과 신념은
뜨거운 사막에서 끝내 족적을 멈추었다
순례자처럼 곧은 신념을 찾아가는 생의 후미에서
삶이 이렇게 함부로 던져져서는 안 되는 것이거늘
이제, 남겨진 우리들은
단지 살아남았다는 것이 죄스런 시간이었음을* 인정하며
뜻하지 않은 죽음의 족적을
고통스럽게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기억하라,
인권이 실종된 구멍 난 총탄자국 앞에서
우리는 또 얼마만큼의 인권에 대해 논의 되어져할 것인가를,
맹목도 증오도 없이 답보처럼 뛰고 있는
헛헛한 목마름이 어떤 방향으로 수습되어져야 할 것인가를,
그리하여 먼발치에서 팔짱낀 채 수수방관 조종되어지고 있는
이 오랜 불화를,
시간이여 그러니 부디 기억하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도 우리는 끝내 소명의 길을 멈출 수 없으리니
대립의 불화음을 뚫고나와 희망의 여명으로 타종하리니

 그러니 미성숙의 시간이여,
버릴 수 없는 고통의 기억과 새로운 희망의 연대를 향해
굳건히 일어서라
세계의 민주와,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
올곧은 신념으로 일어서라
대한민국 광주여, 버마의 민주화운동이여,
팔레스타인이여, 아프간이여, 온 지구여,
미성숙의 시간을 이제는, 이제는 단단히 뛰어 넘으라
*임동확의 <매장시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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