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의 긴 기다림과 경이로운 탄생

녹색반가사유⑩ 생태계 비밀 간직한채 울어대는 우주탄생의 신비

정미경 | 기사입력 2007/08/16 [22:28]

애벌레의 긴 기다림과 경이로운 탄생

녹색반가사유⑩ 생태계 비밀 간직한채 울어대는 우주탄생의 신비

정미경 | 입력 : 2007/08/16 [22:28]
 물질과 반물질의 불안한 동거와 결별로부터 비롯된 우주. 미세한 대칭성이 깨어짐으로써 비로소 존재하는 우주 저편에는 아마도 모든 것이 거꾸로 되어있는 반우주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불완전한 균형이며 조화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확인하는 우주 또한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사라져버려 현재까지는 알 수 없는 반물질 우주를 차지하고서라도 광대무변한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또한 우리가 확인할 수 없는 암흑 에너지, 혹은 암흑물질이 그 대부분이라는 데에 이 불안감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굼벵이라는 이름으로 오랜 세월을 땅속에서 살다가 종령 애벌레가 되어 어둡고 촉촉한 시간에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드러나는 매미.     © 정미경

 이른바, 중력에 저항하는 신비스런 암흑 에너지가 있어 우주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무한차원을 가지는 우주의 무변함을 제쳐 두고서라도 말이에요. 어렴풋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일반 물질이 겨우 몇 %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서 우리는 광대무변한 우리 우주의 왜소함을 다시 한번 절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우주는,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미지의 물질이 우주전반에 존재하고 그것에 의해 우주가 지탱되고 있다는 당혹 앞에서 우리의 불안감은 갈수록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기야 무의식에 의해 의식이 존재하고 지탱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우주생태계의 신비로움은 단지 두려움과 불안감으로만 와 닿는 것은 아니지요. 그것은 동시에 경이로움과 놀라움이기도 합니다. 
 
▲ 새로운 탄생의 경이로움은 우리우주의 경이로움과 그대로 맞물려 있으며, 우주의 신비로움을 응축해서 보여줍니다.     © 정미경

 굼벵이라는 이름으로 오랜 세월을 땅속에서 살다가 종령 애벌레가 되어, 어둡고 촉촉한 시간에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드러나는 매미의 일생은 이 우주의 신비로움을 응축해서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입니다.
 
 종령 애벌레의 긴긴 기다림, 그리고 그 끝에 비로소 펼치는 새로운 탄생의 경이로움은 우리 우주의 경이로움과 그대로 맞물려 있어요. 암흑 속에서 보내다가 왜 하필이면 5, 7, 11년 혹은 13년과 17년과 같은 소수(素數)의 주기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까 하는 의문 앞에서 우리는 존재의 비밀에 한발 다가가는 행운에 온몸을 떨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소수가 되는 해에 허물을 벗고 물밀듯이 세상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매미의 탄생은 신비스럽게도 비온 다음날 저녁 이후에 우화를 시작합니다.     © 정미경

 예외 없이 모든 존재는 결코 나뉠 수 없는 소수로 되어있음에 감당할 수 없는 전율을 경험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소수는 자연이고 모든 문화는 예외 없이 합성수로 되어있는 이 버거운 진실 앞에서 말이에요. 구과의 씨앗배열로부터 시작하여 꽃잎의 배열마저 모두가 소수로 구성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소수가 되는 해에 허물을 벗고 물밀듯이 세상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매미의 탄생은 신비스럽게도 비온 다음날 저녁 이후에 우화를 시작합니다. 어렵고 힘든 탈피과정이 어째서 촉촉하고 어두운 밤 시간이어야만 할까. 왜 모두가 잠들기 시작하거나 잠든 시간에 그 인고의 고통을 쪼개면서 등장을 한단 말인가.
 

▲ 허물을 벗고 날개를 바람에 말리면서 우화장소를 벗어나는 매미의 첫 걸음은 의식의 세계와 무의식을 세계를 가르는 종교의식과도 같습니다.  © 정미경

 허물을 벗고 날개를 바람에 말리면서 우화장소를 벗어나는 매미의 첫 걸음은 의식의 세계와 무의식의 세계, 물질과 반물질, 일반물질과 암흑물질, 그리고 무한차원의 다중세계와 3차원의 선형세계를 가르고 가리는 종교의식과도 같습니다.
 
 그리곤 우는 것인지, 노래를 하는 것인지, 온 숲을 찌렁찌렁하게 흔들고 나서 몸 전체를 패대기치며 또 다시 그렇게 자신마저 미련 없이 버리고 떠나니….
 
이 환상적인 혼란 앞에서 모든 진실은 기묘한 착란의 모습으로 춤을 춥니다. 이것만이 진실! 나머지는 모두가 착각일 뿐이지요. 탐구하면 할수록 진실은 암호화되어가고 믿음과 신념은 빛바랜 허구로 드러날 뿐입니다.
 

▲ 우는 것인지, 노래를 하는 것인지, 온 숲을 찌렁찌렁하게 흔드는 매미.     © 정미경

 그러므로 진실은 탐구해서 드러내는 그 무엇이 아니라, 합체해서 하나가 될 때 느낄 수 있는 신비의 영역에 속해있습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것도 아닌 이 부정의 영역 안에 진실은 숨어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촉촉하고 어둔, 모두가 잠들어가는 그 시간에 자신을 잠시 드러낼 뿐입니다. 그리고는 곧 사라집니다. 또 다시 자연의 사유방식이며 존재방식인 소수로서 기나긴 기다림의 세월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습니다.
 
▲ 매미가 노래하는 숲은 빅뱅의 우렁찬 소용돌이를 그대로 닮았습니다.     © 정미경
 
  자연과 합체․ 공명할 때 우리는 유일하게 진실이 될 뿐!  나머지는 모르겠습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매미가 노래하는 숲은 빅뱅의 우렁찬 소용돌이를 그대로 닮았습니다.
 
 어둡고 습기찬 바람부는 숲으로 가면, 그때 우리는 진실의 한 자락을 엿볼 수 있어요. 우주생태계의 비밀을 날개에 싣고 울어대는 우주탄생의 신비로움을….
 
 
  * 필자 이메일 ecoforest@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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