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9·11테러 막을 수 있었다”

감찰감실 19쪽 보고서, “주모자 동향 알면서 FBI에 통보 안 해”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07/08/24 [16:01]

CIA, “9·11테러 막을 수 있었다”

감찰감실 19쪽 보고서, “주모자 동향 알면서 FBI에 통보 안 해”

최방식 기자 | 입력 : 2007/08/24 [16:01]
CIA가 9·11테러를 예방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간과했다는 자체 보고서를 내 관심을 끈다고 뉴욕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CIA는 2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9/11테러 전 주모자인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를 체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며 2001년 여름 테러위협을 감지할 수 있었는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감찰감실이 내놓은 19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50~60명의 CIA요원이 2000년 보고서를 통해 9/11 주모자인 나와프 알함지와 칼리드 알 미히다르가 미국 안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정보기관 협조시스템 결함”
 
하지만 이 사실을 알고 있던 요원 누구도 미국내 테러위험성에 대해 관할 관서인 FBI에 알려줄 생각을 안했으며, 결국 이 같은 시스템 결함으로 9/11을 예방하지 못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감찰감은 당시 CIA 국장 조지 J. 테넷을 포함해 각 정보기관 책임자들에게 2001년 9/11 사건이 터지기 전 알카에다를 제거할 전략을 세웠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 CIA 국장인 마이클 V. 하이든 장군과 그의 전임 포터 J. 고스 전 국장은 보고서 지적에 언급한 테넷 전 국장과 관련 고위 관계자의 당시 책임을 묻는 작업에 착수할 거냐는 기자의 물음에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 보고서는 2005 완성됐으며 당시 기조가 알려졌지만 공개되지는 않았다. 2년이 지나 공개되면서 9/11전 CIA의 역할과 직무를 유기한 테넷 국장과 고위 관련자 책임 논쟁이 제기되고 있다.

▲ 9/11공격.


테넷 전 국장은 보고서의 지적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언급했고, 하이든 현 국장은 언론과 대담에서 “보고서에서 거론된 책임자들 대부분이 보고서의 핵심, 방법론, 그리고 결론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당시 테넷 국장 “터무니없다”
 
보고서가 공개된 22일 하루 전까지만 해도 CIA는 9/11사건 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내용을 공개하지 말자는 분위기였다. 하이든 국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여름 통과한 법조문을 이유로 의회가 강하게 요청해 보고서 요약본이 공개된 것이다.

보고서 공개로 정보기관이 9/11을 막을 수 있었는 데도 이를 방조했다는 비난과 지적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계자들의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는 언급이 나오자 의회에서 호통이 터져나왔다.

▲ 9/11공격 당시 CIA 테넷 국장. 
하원 정보위원인 러시 D. 홀트(민주, 뉴저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인의 지금 정서로 볼 때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며 “현 국장인 헤이든이 분명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에 대해 이해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심한 관료주의 때문에 9/11공격이 가능했다는 지적이 9/11조사위를 포함해 여기저기서 나왔는데도 CIA 감사관인 존 L. 헬저슨이 작성한 이 보고서가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당시 정보기관 수장의 책임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이다.

CIA 감사감이 작성한 보고서 전문은 수백 쪽에 달하며 여전히 기밀문서로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19쪽 짜리 요약본만 21일 공개했을 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하나의 실수가 아니다. 그렇다고 CIA가 9/11테러를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아니다.
 
CIA "책임자 징계 계획 없다"
 
다만 CIA가 대테러정보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예방할 수 있었던 참사를 놓쳤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중요한 과정을 이행하고 관리하는 일, 이에 수반될 작전, 그리고 중요한 데이터 처리에 실패했다”고 결론내고 있다.

이 보고서는 책임이 있는 정보기관 주요 관계자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유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테넷 국장 외 당시 부국장 제임스 L. 패빗, 당시 대테러센터 국장인 J. 코퍼 블랙 등이 그들이다. 테넷은 2004년 6월 사퇴했다.

실제 2005년 10월 CIA내 징계위원회가 꾸려졌지만 당시 고스 국장은 이를 무산시켰다. 최고 책임자를 문책(징계)하는 건 중간 간부들에게 위험을 회피하고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9/11의 핵심 인물인 함지와 미히다르의 움직임을 CIA는 이미 2000년 1월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그들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할 때부터다. 그러나 미국무부는 이들을 테러리스트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50~60명의 CIA관리들이 이들 2명의 정보를 알고 있었으며 이들을 예의 주시했다면 9/11테러과 관련한 비행훈련, 재정확보, 공모자와 연루된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언급하고 있다.
 
의회 요구로 보고서 공개
 
하지만 테넷 당시 국장은 올해 발간한 전기에서 CIA의 대 알카에다 활동은 그의 재임기간 성공한 작전중 하나였으며 2001년 여름 알카에다의 테러에 대한 CIA의 경고목소리는 과감한 것이었다고 언급했다. 21일 내놓은 성명에서도 테넷은 이런 입장을 재확인했다.

9/11위원회 수석연구원인 필립 D. 젤리코우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보고서에 대해 “우리 위원회가 찾아내려고 광범위하게 노력한 것과 일치하는 내용”이라며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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