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습지①, 야성·자유의 에코토피아"

녹색반가사유(17) 갈대·바람이 햇살과 살갑게 노는 원생지에서

정미경 | 기사입력 2007/10/29 [01:14]

"장항습지①, 야성·자유의 에코토피아"

녹색반가사유(17) 갈대·바람이 햇살과 살갑게 노는 원생지에서

정미경 | 입력 : 2007/10/29 [01:14]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바람이 지나갑니다. 구름이 흐트러진 자리에는 눈이 시려 차마 똑바로 바라볼 수 없는 가을 하늘이 끝없이 깊어지고 있어요. 바람이 지나가는 갈밭은 바람결에 흔들리면서 바람을 뛰 따라 눕습니다. 은빛 윤슬 또한 바람결에 햇살을 반사하면서 일렁거립니다.
 
▲ 철책선으로 가로막힌 한강하구의 장항습지.     © 정미경

 광활한 버드나무 군락지는 말 그대로 거대한 군무에 빠져 무심의 경지에 빠져버렸습니다. 높디높은 가을 하늘을 덮어 버릴 듯, 떼를 지은 기러기는 하강나선을 그리며 이 한강줄기의 최대 연안습지에 사뿐하게 내려앉습니다. 고라니는 풀섶사이로 아물 가물 숨고.

 참으로 '격동하는 대지의 너울'이라 아니 할 수가 없습니다. 강화갯벌로 이어지는 마지막 한강의 드넓은 기수지역의 풍광이지요.
 
▲ 한강하구 장항습지의 광활한 버드나무 군락지.     © 정미경

 하지만 가장자리는 철책선으로 막혀있습니다. 곳곳에 초소가 있고 군인들의 삼엄한 근접감시가 없이는 갈 수 없는 분단의 상처, 그 복판입니다. 순간, 슬픔과 표현할 수 없는 설움이 북받쳐 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요.
 
 제 아무리 분단의 아픔을 보상한 생태적 보금자리, 마지막 남은 원생지대라고는 하지만, 사진 한 장을 찍을 수 없는 원한의 분단 철책선을 보면 분노가 목젖을 타고 터져 나올 것만 같습니다.
 
▲ 한강 하구에 만들어 놓은 흉물스런 수중보.     © 정미경

  계급으로 사회가 갈라진 후 등장한 군대 그리고 철책선. 혹은 군대가 등장하면서 계급이 생겨났는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계급의 출현과 군대의 등장은 사회를 갈갈히 찢어놓았던 것만은 틀림이 없어요.

 이 군대는 사회를 끝없는 증오와 대립 그리고 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기본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첫째가는 흉물이며, 결국에는 그것이 기본원인이 되어 사회와 자연은 주체와 객체로 갈라서 버렸습니다.
 
 
▲ 떼를 지은 기러기는 하강나선을 그리며 이 한강줄기의 최대 연안습지에 사뿐하게 내려앉을 준비를 합니다.     © 정미경


 권력자를 호위하고 그 지배지를 수호 한다는 명분은 빙산의 일각. 군사적 사고는 산업문명을 지탱하는 패러다임으로 빼놓을 수 없는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경쟁자를 적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타승하는 것이 지고의 가치로 승화될 뿐만 아니라, 이것은 단지 인간사회에 국한될 수 없는 것이 군사문화가 가지는 자기파멸의 운명입니다. 
 

▲ 풀섶 사이로 아물 가물 숨은 고라니의 시선.     © 정미경
 
▲ 고라니 배설물.     © 정미경

 
 하늘을 나는 기러기를 본떠 전투기를 만들고, 두더지를 흉내 내어 굴착기를 개발하며, 양서류를 본따 수륙 양용차를 개발하는 것에서 자연을 정복했다고 떠벌이는 현대판 '메리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러한 군사문화가 경제에 접목되면서 나타난 것이 이른바 개발이라는 망령입니다. 이미 건설한 일산대교는 일찍이 해오라기를 쫓아내버렸고, 하구에 만들어 놓은 흉물스런 수중보는 유속방해로 인한 수질오염과 회귀성 어류의 진로방해 및 인공 펄로 인하여 어종의 급격한 감소를 가져왔으며 그것은 바로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졌지요.
 
다만 한 가지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수상이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과 상수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입니다. 곧 착수한다는 양촌신도시는 또 어떤 보호종을 멸절시킬지 모르겠습니다. 
 


▲ 장항습지의 버드나무와 공생하는 말똥게.     © 정미경

▲ 말똥게의 집(구멍).     © 정미경
 서울시장이라는 자의 '한강 르네상스' 구상도 그렇고, 남북이 합작하여 하구의 모래를 채취 한다는 구상도 여기에서 벗어나지를 않습니다.

여기에 덩달아 주변의 지자체는 저마다 생태공원이니 시민체육 휴게시설이니 하면서 오로지 관광자원화를 꾀해 더 많은 세금을 걷어내려고 철책선을 걷어내고, 불도저를 들이밀 계획을 책상머리에서 입안을 하고 있는 중에 있습니다. 기만에 찬 개발논리라고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인간의 친족을 내어 쫓고, 가진 자들의 자기과시를 위한 바벨탑을 쌓겠다는 이 발상은 군사문화와 경제논리가 합작해 내어놓은 새로운 프랑켄슈타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동족을 적으로 낙인하고 친족을 내어 쫓는 대로 존재의 이유를 찾는 군대.
 

▲ 바람결에 일렁이는 은빛 윤슬과 큰기러기 떼.     ©정미경

 
나는 그러한 군대의 성격과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철책선이 있어 이 광활한 원생지대가 보존된 것을 보면서 말이에요. 반제전투를 담당하는 녹색평화군으로 말입니다.

반전염군(反戰厭軍)사상과 미제 침략군대에 대한 선무활동을 담당하면서 한편으로는 여성의 공익적 자원 활동의 주 무대로서 생태적 가치를 지키고 확산하는 녹색평화군(綠色平和群)으로 말이지요.

풍부한 어류생태계가 우글거리고, 때마다 먼 길을 찾아오는 철새들의 아늑한 쉼터로, 협동과 경쟁의 아스라한 피날레로서의 한강하구는 정말이지 높은음자리와 낮은음자리가 절묘하게 어울리는 살아있는 원생지대입니다. 이곳에서 작전하는 녹색평화군을 보고 싶습니다.
 

▲ 바람만이 자유로운 장항습지가 야성과 자유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에코토피아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 정미경

 
말똥게와 버드나무가 공생하듯이, 수달과 삵, 매와 황로가 함께 하며 갈대와 바람이 햇살과 살갑게 노는 그 원생지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몸맞춤을 할 수 있는 작전지대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바람만이 자유로운 장항습지가 야성과 자유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에코토피아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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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아돌이 2007/11/02 [09:21] 수정 | 삭제
  • 고라니 피하려다 추돌…3명 중상·2명 경상

    입력시각 : 2007-11-02 03:16

    오늘 새벽 0시쯤 충북 청원군 오청면 중부고속도로 오창휴게소 부근에서 서울 방향으로 달리던 승합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가 났습니다.

    이 사고로 26살 김 모 씨 등 3명이 크게 다치는 등 차에 타고 있던 5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경찰은 고속도로로 뛰어든 고라니를 피하려고 갑자기 방향을 바꾸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소정 [sojung@ytn.co.kr]
  • 보아돌이 2007/10/30 [13:39] 수정 | 삭제
  • 광화문 정부청사 일대에 대규모 고라니 서식지 발견! 학계 "충격적이다" 긴급 조사단 급파
  • 평화사랑 2007/10/29 [16:59] 수정 | 삭제
  • 정말, 내가 아는 누구인가 ny모자만 쓰면 꼭 같은 모습
  • 김오달 2007/10/29 [16:57] 수정 | 삭제
  • 꼭 제가 아는 누구랑 닮았군욯
  • 평화사랑 2007/10/29 [16:54] 수정 | 삭제
  • "목마른 사슴, 물을 찾아서..."
    어디서 많은 들은 소리죠? 지하철에서...
    하여튼 저 고라니 눈 좀 봐요.
    자미님 보고 도망갈까 친구할까 고민하는...
  • 프리다 2007/10/29 [15:49] 수정 | 삭제
  • 눈이 부십니다.
    아름다운 자유의 노래가 들립니다.^^
    자미님...저는 편안히 앉아서 감사히 구경합니다.
    멋진 가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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