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습지③ 생태문명 열어젖힐 밑천

녹색반가사유(19) 낭비·축적·부족함 없는 녹색경제시스템을...

정미경 | 기사입력 2007/11/08 [10:08]

장항습지③ 생태문명 열어젖힐 밑천

녹색반가사유(19) 낭비·축적·부족함 없는 녹색경제시스템을...

정미경 | 입력 : 2007/11/08 [10:08]
 골짜기를 내달려 때로는 웅장한 폭포가 되고, 얕은 여울에서 윤슬을 반짝거리며 굽이돌아 유장하게 흐르던 한강은, 갖은 유기물과 무기물을 자신 안에 녹여내며 마지막 몸 푸는 장항습지에서 비로소 한숨을 돌립니다.

 갯벌이전, 마지막 육상생태계의 곳간에서 바다로 가기 위하여 긴 숨을 쉰다고 할 수 있지요. 육상생태계의 가장 낮은 자리, 그곳에 끝없이 펼쳐진 버드나무 군락지는 또 다른 아쉬움과 미련의 마지막 환송연일지도 모릅니다.
 
▲ 육상생태계의 가장 낮은 자리, 장항습지에 끝없이 펼쳐진 버드나무 군락지.     © 정미경

 사실, 버드나무는 수분요구도가 높은 수종이긴 하지만 물속에서는 자랄 수가 없습니다. 호흡을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버드나무 군락지는 참으로 광활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 비밀은 장항습지의 대명사가 된 말똥게가 서식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말똥게는 자신의 집인 굴을 버드나무 뿌리 가까이까지 파는 습성을 지니고 있어요. 이것으로 버드나무가 뿌리호흡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 말똥게의 굴은 버드나무가 뿌리호흡을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정미경

 그리고 말똥게는 버드나무 잎을 먹고, 내놓은 분비물은 버드나무의 영양분이 되어줍니다. 이른바 대표적인 공생관계이지요. 이 버드나무에 기생하며 수액을 빨아먹고 사는 거품벌레는 새들의 먹이로는 한마디로 안성맞춤입니다.

 지천에 널려있는 갈대와 물억새는 고라니의 배고픔을 달래주며 또한 숨을 곳을 마련해주고요. 당연히 고라니와 너구리가 서식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뻘 속의 식물뿌리와 어류, 무척추 동물들을 찾아내는데 특별한 재능을 가진 개리는 이따금씩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매자기의 알뿌리를 먹을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한반도를 찾는 개리의 대부분이 이곳을 찾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글거리는 갯지렁이는 재두루미에게는 최고의 영양식이에요.
 
▲ 지천에 널려있는 갈대와 물억새는 고라니의 배고픔을 달래주며 또한 숨을 곳을 마련해줍니다.     ©정미경

 이렇듯 기수지역권의 풍부한 식생이 다양한 조류를 불러 모으고 그에 따라 부리의 크기와 몸무게 면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맹금류인 참수리도 날아오는 것. 다양한 생존방식과 습성은 어느 하나로 귀착될 수 없는 자연의 다채로움과 풍성함 그대로 이지요.
 
 미제국주의자들의 세계제패를 위한 위력한 수단중의 하나는 이미 세계화폐가 되어버린 달러화에 있습니다. 본래 화폐라는 것은 발권은행을 장악한 국가의 지배수단으로서 각양각색의 재화와 용역을 획일화시키고 표준화함으로써 그것은 전체주의와 불가분의 관계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속성을 지녔습니다.
 
 세계화폐를 장악한 미제국주의자들의 패권을 경제용어로 변환시키면 금융과두제로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화폐는 기축통화를 관리하는 나라를 중심으로 세계를 국제 분업으로 재조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듭니다.

 농산물의 과잉생산에 토지를 갈아엎어야하는 분노하는 이 땅의 농민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농산물 수입을 강요하는 것도 그렇고, 필요도 없는 쇠고기를 검역조차 철폐하고 사가라는 막무가내가 백주에 이루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이지요. 
 
▲ 기수지역권의 풍부한 식생은 자연의 다채로움과 풍성함 그대로를 보여줍니다.     © 정미경

 화폐 속에서는 신성한 사회적 노동의 가치는 완전하게 함몰되어버립니다. 다종다양한 생산물조차 필요노동시간은 물론이거니와 그 가치가 지워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부등가 교환을 통한 착취의 일반화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어요.
 
 공급에 의한 수요의 결정은 공급과 수요의 균형에 의한 가격 결정이라는 허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실질경제와 아무런 인연도 없이 동떨어져 굴러가는 화폐경제는 무한축적을 위한 자기증식이라는 본성을 지녔습니다.
 
 오죽했으면 "모든 이질적인 것들을 등치, 모든 것과 차이 없이 교환되는 전반적인 매춘" 이라고 마르크스가 일갈했을까. 무엇보다도 발권화폐는 자립적인 지역경제를 잠식해버립니다. 단일한 세계시장을 구축하기위해서 말이지요.
 
자연생태계는 유무상통의 원리와 호혜적인 상호의존의 원리가 살아 숨 쉬는 특성 있는 지역들의 연방입니다. 지역적으로는 호혜적 교환이, 국제적으로는 유무상통이 그대로 통용되는 원초의 그것이 살아있는 공간 말입니다.
 

▲ 장항습지가 비무장지대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 나 혼자만의 꿈은 아닙니다.     ©정미경

 머나먼 길을 날아와 피곤한 날개를 접으면 이 땅의 뭇 생명체는 자신을 먹이로 내어주고, 그렇게 보시한 몸은 다른 생명체를 보육시키는 밑천으로 되고 있으니 말이에요. 그것을 반영한 것이 녹색화폐입니다.
 
 지역통화시스템 혹은 공동체 화폐라고도 부르는 '레츠'는 신뢰를 바탕으로 관심과 개성 그리고 성실을 바탕으로 모든 것이 교환될 수 있는 살아있는 생태경제의 혈맥입니다. 

 그것은 "자본과 국가에 내재하면서, 그 원리를 대체하고 넘어서려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부족함도 없고, 낭비를 허락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축적을 허용하지 않아 모두가 자신의 개성을 빛내면서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람들 간의 관계를 물신화된 거래가 아니라, 인격적인 관계로 되돌려놓게 하는 녹색화폐.
 
 녹색화폐는 장항습지에 그대로 재현되어 있습니다. 새들에게 먹히는 거품벌레는 개체수가 줄지 않으며 참수리라고 절대유일의 지배자가 결코 될 수 없는 곳. 조업권 확대를 획책하려는 관계 당국만 없어진다면, 수만 수십만의 새들이 날아 와도 결코 어류생태계는 고갈되지 않습니다.
 

▲ 장항습지는 새로운 문명, 바로 생태문명의 요람입니다.     © 정미경

 지역과 세계가 공존하며 그 경계를 인정하지 않는 장항습지는 새로운 문명, 바로 생태문명의 요람입니다.

 하구둑이 없는 이 천혜의 보금자리가 한반도의 사회지형을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무상통의 원칙으로'를 합의한 남·북 경제공동체를 지향하는 수뇌회담의 낭보가 그렇게 이어졌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우선은 비무장지대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 나 혼자만의 꿈은 아닙니다. 철책선에 막힌 고라니는 근친교배로 기형화되고 퇴화될 운명에 처해있거든요. 제국주의의 포위망은 녹색사회연대로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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