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쟁이 쥐와 기상이변, 그리고 미대선

[광화문단상] 피의 전쟁 거두고 세계평화 기여하는 아메리칸...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08/02/05 [15:44]

점쟁이 쥐와 기상이변, 그리고 미대선

[광화문단상] 피의 전쟁 거두고 세계평화 기여하는 아메리칸...

최방식 기자 | 입력 : 2008/02/05 [15:44]
매년 이 맘 때면 미국 중부에서 재미있는 토픽뉴스가 하나씩 날아듭니다. 그라운드호그라는 점쟁이 쥐가 그 주인공입니다. 글쎄 이 쥐가 수천 명의 군중 앞에서 추운 겨울이 6주간 더 지속될지 아닐지 점을 친다네요. 올해에는 더 추울 거라 했다는군요.

2월 2일은 가톨릭에서 ‘캔들마스’라고 하는 날입니다. 예수를 낳은 성모마리아의 순결과 예수를 성전에 봉한 것을 기념해 고대부터 여수도사들이 예루살렘을 순례하고 서원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랍니다. 성탄절이 1월 6일이어 40일 뒤인 2월 15일을 기념일로 삼았는데 서방교회가 12월 25일로 바꾸면서 캔들마스가 2월 2일로 옮겨졌다는군요.

캔들마스 때면 미국 안에서 유난히 소란스러운 곳이 있답니다. 뉴욕과 이웃한 펜실베이니아주의 북서부 철강도시 피츠버그에서 북동쪽으로 60여마일에 자리한 작은 산골마을 펑스웨니가 그 곳입니다. 쥐의 일종인 그라운드호그 한 마리를 보기 위해 만여명이 넘는 사람이 모인답니다.

 
▲ '그라운드호그데이'인 2월 2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한 산골마을인 펑스웨니에서 날씨 점괘를 보여주려고 동면에서 나온 점쟁이 쥐 '필'. 

산골마을 캔들마스의 소란
 
주인공은 이 마을의 한 시설에 살고 있는 ‘필’이라는 이름의 그라운드호그. 행사를 주관하는 클럽 관계자들이 이날이면 ‘필’을 불러내 한 테이블에 세웁니다. 그 때 그림자가 생기면 겨울이 6주간 더 지속되고, 생기지 않으면 바로 봄이 온다는 군요. 300여 년 전 이곳으로 이주한 독일의 전통이랍니다.

좀 의아하죠? 하지만 그 의미를 알고 나면 꽤 과학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자가 생긴다는 건 기후가 맑다는 것이며, 전형적으로 건조하고 청명하며 쌀쌀한 겨울날씨 때문입니다. 그림자가 생기면 그라운드호그는 추운 날씨 때문에 다시 동면하는 집으로 들어간다는 것이고요.

더 재미있는 것은 그라운드호그 점치기가 이곳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랍니다. 조지아 릴범에 사는 또 한 마리의 유명한 점쟁이 그라운드호그인 ‘제너럴 뷰리가드 리’는 ‘필’과 반대의 점괘를 보여줬다네요. 그림자가 생기지 않았고 봄이 왔음을 알렸다는 거죠. 필과 리의 점괘가 3년째 다르게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그럴 수밖에요. 기상이변이 예측불허의 날씨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지난해에는 미국 동부가 140여년만의 기록적인 폭설을 기록하더니 올해에는 눈이 적게 와 말썽이랍니다. 애팔레치아산맥에 자리한 스키장들은 갈수록 줄어드는 적설량으로 사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연방정부에 지구온난화 대책마련을 촉구할 정도랍니다.
 
100년만의 폭설과 기상이변
 
▲ '수퍼화요일' 대결전 결과 확인을 위해 워싱턴포스트가 마련한 온라인판 광고화면.     © 인터넷저널
이웃나라 중국도 기상이변으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춘절을 앞두고 100년만의 기록적인 폭설로 1억명의 이재민이 생겼다는군요. 13억 중국인이 고향을 찾는 대명절에 눈으로 발이 묶였다니 놀랍습니다. 지구촌 곳곳이 이상기후를 보이고 있으니 그라운드호그인들 별 수 있겠습니까?

이런 미국 전역이 요즘 때 아닌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관심을 끕니다. 슈퍼볼이라 불리는 아메리칸풋볼 양대 리그 우승팀이 승자를 가리는 경기 때문입니다. 올해에는 플레이오프에서 18전 전승으로 올라온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패자부활전을 통해 간신히 결승에 오른 뉴욕자이언트가 4일 맞붙었는데, 자이언츠가 예상을 깨고 우승한 것입니다.

일반석이 우리 돈으로 4백만원을 웃돌 정도라니 그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짐작하실 것입니다. 또 하나 관심은 MVP를 누가 차지하느냐인데, 올해에는 당연히 뉴욕 자이언트의 쿼터백 엘리 매닝이 주인공이 됐답니다. 한국계 풋볼 선수로 최고 스타가 된 하인즈 워드는 2006년 MVP였죠.

올 2월엔 북미 전역을 달구는 또 하나의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는데 바로 11월에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당내 후보를 뽑는 경선입니다. 5일인 ‘수퍼화요일’(Super Duper Tuesday) 민주, 공화당 후보가 사실상 결정되기에 그렇습니다. 공화당에서는 존 맥케인 후보가 유력해보이지만, 민주당에서는 힐러리와 오바마가 막상막하인 모양입니다.
 
뉴욕자이언츠 슈퍼볼 이변
 
예상대로라면 이 번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승리가 전망됩니다. 당내 경선과정을 통해 민주당에 유권자의 관심이 훨씬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흥미로운 일은 민주당 경선이 양당간 본선보다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는 겁니다. 누가 후보가 되느냐가 사실상 백악관 주인을 점지할 것이기 때문이죠.

미국인 뿐 아니라 지구촌인의 관심은 미국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냐, 첫 흑인 대통령이냐에 쏠려있습니다. 애초 여론을 보면, 힐러리가 쉽게 이길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오바마의 돌풍이 날로 거세지면서 예측불허의 접전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몇 시간 뒷면 24개 주가 프라이머리(또는 코커스) 투표를 시작하는 데, 그 결과가 궁금합니다.

오바마의 돌풍은 미국정치의 대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전통의 정권교체냐, 양당체제를 허무는 대변화냐를 곧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여성·히스패닉·저소득층은 힐러리를, 남성·흑인·고소득층은 오바마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오바마는 민주당 뿐 아니라 공화당 지지표의 변심을 부르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바람은 지구촌인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보수 부시정권의 전쟁과 패권주의로 지구촌 곳곳이 고통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이라크에서만 5년여간 100만명이 넘게 죽어가고 있으니, ‘전쟁정권’을 날려버리겠다는 미국 유권자가 반가울 밖에요.
 
오바마가 일으킨 정치돌풍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미국이 지구온난화 대책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니 선거바람은 그라운드호그 점쟁이에게도 반가운 일이 되겠군요. 전쟁소란 때문에 관심조차 못 받는데다, 기후변화로 점괘까지 맞지 않아 손님까지 줄고 있었으니까요. ‘필’과 ‘리’의 점괘가 내년에는 일치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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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미 2008/02/05 [22:26] 수정 | 삭제
  • 정말 쥐가 크네욤.
    유전자 변형 생물체 아닌가여? ㅎㅎ
    전쟁정권 부시 다음 타자가 과연 어떤 후보가 될 인지......!
  • 2008/02/05 [16:50] 수정 | 삭제
  • 재미있는 쥐일세. 크기는 고양이만해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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