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너머 끝없이 이어진 가야할 길[몽골리포트] 도착 10일째 조림지 바가노르·바양노르 둘러보기
이번 미팅에서는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나를 비롯해 한국에서 파견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NGO봉사단원 2명의 체류 비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몽골정부의 협조를 요청해야 하고, 지역사업장이 있는 지자체에 토지 사용에 대한 허가와 파견활동가를 위한 숙소와 사무공간을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할 참이다. 더불어 푸른아시아가 현재 조림을 하고 있는 바가노르와 바양노르 사업장의 근황을 살펴볼 것이다. 또, 몽골의 그린벨트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한국의 산림청 관계자도 만나 공동사업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비자문제 등 해결해야 할 일 많아... 바가노르(Baganuur)는 울란바타르시에서 동쪽으로 약 130km 떨어진 작은 공업도시로 1만 2천여 명이 살고 있다. 2월 26일 화요일 오전 10시, 울란바타르를 출발하여 여기 저기 움푹 파이고 기워진 아스팔트 도로를 2시간 남짓 달리다보니 등이 뻐근하다. 달리는 중간 중간 차가 튕기는 바람에 차 지붕 위에 머리를 몇 번 찧었더니 정수리가 얼얼하다.
바가노르에는 푸른아시아가 2003년부터 나무를 심어 온 곳으로 푸른아시아 회원(솔렁거스)들이 조성하는 ‘한․몽 행복의 숲’과 대한항공과 함께 조성하는 ‘대한항공 숲’이 있다. 해마다 4~5월에 회원들과 대한항공 신입사원들이 나무를 심어 왔는데, 작년에는 대한항공 숲에 1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기념식도 가졌단다. 대한항공 숲에 심어진 1만 그루의 나무는 90%를 넘는 생존율을 자랑하고 전체적으로는 평균 82% 이상의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올해에는 4~500명의 신입사원들과 솔렁거스 회원들이 와서 약 1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바가노르 조림장에는 2명의 경비원이 있는데, 그 중 한 곳을 지키는 할아버지 경비원 댁을 방문했다. 조림장 바로 옆에 게르(몽골의 전통가옥)를 짓고 손자들과 함께 살고 있는 할아버지의 살림은 참 깔끔하고 단출했다.
여느 몽골 유목민이 그러하듯 우리를 안으로 들인 할아버지는 따뜻한 수태차와 사탕을 내왔다. 수태차는 몽골유목민들의 전통적인 차인데, 우유에 소금을 넣은 것이다. 바가노르 ‘행복의 숲’ 둘러보고 수태차를 마시니 처음에는 전지분유 맛이 나다가 끝에는 사골국 맛이 난다. 가능한 다 마시는게 예의라 하여 공기밥 그릇에 한가득 따라 준 것을 다 마시니 배가 불룩하다. 2잔은 못 마시겠다... 헐~ 2월 27일 수요일 오전 9시. 어제 출장의 피곤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어제보다 더 멀고 험한 길을 달려 바양노르에 가야 한다. 오늘은 바양노르 조림장 관리담당자인 다와 팀장과 몽골 자연환경부 그린벨트사업국의 아비르메드 국장도 함께하여 5명의 여장이 꾸려졌다.
3시간여를 달려 초원 위에 덩그러니 홀로 서있는 휴게소를 찾았다. 한국처럼 다양한 것을 파는 휴게소가 아니라 식사만 할 수 있는 곳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건물 한쪽에서는 도로공사를 하는 인부들에게 공급할 식료품들을 운반하기 위해 트럭에 한창 짐을 싣고 있다. 파란 하늘과 초원 위의 집. 한 폭의 그림 같다. 수태차, 예의상 마시다보니 배 불룩 주변을 둘러보니 저 멀리 산들이 보인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이 해발 1,100m 지대이니, 2,000m가 넘는 산일게다. 몽골 서남지역은 고원·사막지대라더니 바가노르 가는 길과는 다르게 곳곳에 건조해 보이는 산들이 눈에 많이 띈다. 식당 맞은편 도로 옆 땅을 보니 사막화가 진행 중인 게 보인다. 몽골 국토의 70%가 이미 사막이 되었거나 사막화가 진행 중이라던데, 그 말이 실감난다. 4시간여를 달려 바양노르에 도착했다. 1,300여 명이 사는 이 작은 시골 마을은 목축업을 주 생업으로 삼고 있다. 편서풍의 바람 길이자 몽골 그린벨트 보조림지역에 속하는 이 마을은 사막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곳이다. 2007년부터 조림사업을 시작하여 올해는 14ha의 땅에 나무심기와 밭농사를 지을 예정이다. 2007년부터 12개년 계획으로 사막화방지와 지역개발 개념을 통합한 마을 모델을 구현할 계획이다. 외국의 많은 시민단체들과 정부에서 몽골에 나무를 심고 있음에도 성과가 미미한데, 방목된 가축들이 먹이가 부족하다보니 조림지역의 어린 나무들을 먹어치우고 있는 것이다. 큰 나무를 심자니, 건조지역에서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해 죽기 십상이다. 보통 건조지역의 나무들은 3년 동안 뿌리만 내리다 그 다음부터 위로 자라기 시작한다. 몽골 사막화 원인 중 또 하나가 쥐들인데, 어린 나무를 갉아먹으며 살아간다. 가축떼와 쥐떼들로부터 나무를 보호하려면 조림지역에 관리가 보통 필요한 게 아니다.
국토의 70%가 사막이라더니 실감 그 넓은 땅(남한의 7배, 한반도의 4배)에 죄다 울타리를 치고 경비원을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마을을 끼고서 마을주민들이 조성된 숲을 직접 가꾸고 그 숲으로부터 소득을 얻는 모델이다.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나무를 심고 밭농사를 함께 지어 마을 주민의 생계에 도움이 되게 하면, 조성된 숲을 관리하고 가꾸는 일은 그들이 자발적으로 하게 될 것이다.
조림장을 둘러보고 솜장(우리나라의 군수격)과의 미팅을 마치니 어느새 오후 5시다. 울란바타르에 너무 늦지 않게 도착하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다. 감기 걸린 몸으로 다시 4시간 동안 초원길을 운전해야 하는 바야르가 안쓰럽다. 서쪽을 향해 달릴 때는 못 봤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지평선 너머로 끝없이 이어진 길이 몽골에서 내가 내달려야 할 일처럼 느껴진다. <저작권자 ⓒ 인터넷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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