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경의 전원일기] 바람이 전해주는 이야기, 작은 그리움 가슴 담아

최 효경 | 기사입력 2020/07/25 [11:44]

[최효경의 전원일기] 바람이 전해주는 이야기, 작은 그리움 가슴 담아

최 효경 | 입력 : 2020/07/25 [11:44]

▲ 세상은 온통 초록빛이다.싱그러움속에 결실을 꿈꾼다. (C) 최 효경

 

[강건문화뉴스 최효경기자] 을 감고 세상 소리에 귀를 기울여 들어본다.나지막이 속삭이듯 바람이 전해주는 소리를 듣는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전해주려 왔다고 싱그럽고도 청량한, 환한 미소처럼 고운 소리들, 빗방울에 꽃잎이 바람에 떨어질까 조심히 감싸주고 빗방울 걷어낸 꽃들은, 햇살이 잠시 쉬러 간 사이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옥상에 올라가 이쁘게 목욕제기를 한 세상을 파란 들녘을 바라보며 불어오는 실바람에 사랑 이야기도 전해주고 흘러가는 구름에 수취인이 없는 편지도 한 장 고이 접어 실어 보내기로 한다.바람이 전해준 이야기들에 대한 보답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작은 그리움 가슴에 담아 살아온 것처럼 한 걸음, 두 걸음 활기차게 발맞춰 살아가는 연습은 끊임이 없을 것이다.

 

▲ 백합의 향기도 바람의 리듬을 타는 중! (C) 최 효경


기계 소리 요란했던 들녘이 평온함으로 자라고 있는 초록세상으로 바뀌었고 개구리도 한철이라고 지나고 나면 금세인 것을 분주한 발걸음도 제자리걸음을 해도 게으르다고 절대로 핀잔받는 일이 없어졌다. 멀어져 가는 기억 너머로 우쭐했던 잡초들을 제거한 말끔하게 정돈된 논두렁 밭두렁을 본다. 콩을 심은 논두렁도 제법 파랗고 나비들은 네 잎 클로버 찾느라 두리번거리는데 꼭꼭 숨은 돌연변이 찾을 길 없다. 흔한 것들에게서는 귀중함을 찾을 수 없는 걸까! 왜 그걸 모르고 살았는지 새삼스럽다.

 

▲ 향기가 없어도 괜찮아! 눈과 마음으로 맡으면 돼! (C) 최 효경

 

흐르는 땀을 선들바람이 식혀주는 감사함을 느끼게 해주는 장맛비에 보이는 세상은 눈과 마음까지도 정화된 듯하고 먹잇감 찾아 수풀 위를 허적대는 왜가리가 서둘러 날갯짓 하고 전봇대에서 쉬고 있는 알 수 없는 부호로 나열 지어 놓은 듯 보이지 않는 문장에 마침표를 찍는 듯한 광경이다 나라면 보이지 않는 문장에 어떤 글귀를 적을 수 있을까? 딱히 생각해낼 수 없지만 기억에 대한 습작이지 않을까 싶다. 떠오르는 글귀들을 다 옮겨 적진 못해도 아직도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을 거란 가슴에는 오랫동안 풍성하게 저장되어 있으리라. 그래서 시시때때로 기억을 더듬어 꺼내 쓸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있으리라.

 

▲ 백일홍이 한창이다.꽃이 다 지면 수확도 끝난다는 농심을 읽는다. (C) 최 효경

 

비가 그친 후, 저녁나절이 다 되어서야 회색빛 하늘이 걷히고 반가운 햇살이 얼굴을 들이민다. 하루의 막을 내리는 서막, 노을을 맞이할 수 있을까? 그믐이라 달빛 관객 없어도 하루살이들 틈 사이에 끼어 개구리들의 야상곡을 덤으로 들을 수 있는 밤이 기다려진다. 오늘은 왠지, 시골 밤의 정적을 깨는 소음이 아닌 진정함이 어려있는 정겨움으로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화단의 백합의 향기가 바람의 리듬을 타며 진한 향기 내뿜는다. 이렇듯 바람이 전해주는 이야기들 끊임이 없는 시골의 정경 속에 땅거미가 진다. 모든 식물들도 잠들 시간이 다가오지만 향기는 여전히 바람을 타고 개구리들의 합창소리와 잘 어우러져 내일의 꿈을 꿀 거다.

 

GCN 최효경 기자

popo67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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