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음달 2일 개봉 '잔칫날', 이들에게 기본소득만 있었더라면…

이경헌 기자 | 기사입력 2020/11/26 [10:21]

[영화] 다음달 2일 개봉 '잔칫날', 이들에게 기본소득만 있었더라면…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0/11/26 [10:21]


무명 MC 경만(하준 분)은 일이 없을 때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 곁에 있어 주는 것으로 효도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또 그의 동생 경미(소주연 분)은 아직 취업준비생이지만 입원해 있는 아버지와 수입이 변변치 않은 오빠를 둔 까닭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계에 일조하고 있다.

경만이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때 마침 행사 하나가 잡혀 동생 경미를 급히 병원으로 불러 교대하고 그는 행사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그게 아버지와의 마지막 만남이 되고 만다.

다시 병원으로 향한 그는 상주(喪主)로서 장례를 치르기 위해 몇 가지 사항을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꽤 비싼 가격 때문에 수의(壽衣)를 어떤 걸로 할지 결정하지 못한다.

게다가 큰아버지의 아들이 그를 찾아와 아버지들끼리 돈거래 한 것이 있으니 유족인 경만이 대신 갚아달라고 말한다. 당장 수의 비용도 버거운데 아버지 채무까지 떠안으라고 하니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

그때 마침 대타로 행사를 하나 진행해 줄 수 있냐는 전화가 걸려온다. 팔순 잔치 4시간만 진행해 주면 200만 원이나 준다는 말에 그는 알았다고 말한다.

차마 동생에게 돈 벌러 간다고 말은 못 하고 집에 들러서 아버지 유품도 챙겨오고, 예약된 병원 진료도 받고 얼른 오겠다고 말하고 행사장소로 향한다.

원래 오기로 한 TV에 나오는 유명인이 아니어서 주최 측에서 다소 당황하긴 했으나, 그래도 이야기가 잘 돼 원래 주기로 한 금액을 받기로 했으니 다행이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웃음을 잃은 이삼복 여사를 즐겁게 해 달라는 여사의 아들(정인기 분)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그는 최선을 다한다.

그는 이삼복 여사의 남편이 입었던 옷을 입고 이 여사에게 춤을 청한다. 그동안 시큰둥하던 이삼복 여사는 환하게 웃으며 경민의 손을 잡고 무대 위로 올라 즐겁게 춤을 춘다.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이 웃음을 되찾았으니 잔치에 모인 마을 사람들도 이제부터 제대로 놀아보자는 생각에 우르르 무대 위로 올라 다같이 흥겹게 춤을 춘다.

그 과정에서 경만과 이 여사는 자연스레 떨어지게 됐고, 순간적으로 이 여사 눈에 경만이 죽은 남편으로 보여 “여보”라고 외치며 경만의 손을 잡는다.

하지만 손을 잡자마자 이 여사가 갑자기 쓰러지고 잔치는 중단된다.

병원으로 이송된 이 여사의 상태가 어떤지 아직 모르는 상황에서 혹시라도 경찰의 조사를 받을 수도 있으니 마을 사람들은 일단 경만을 붙잡아 둔다. 얼른 아버지 장례식장으로 가 상주 역할을 해야 하는 경만 입장에선 미칠 노릇이다.

같은 시각 상주가 자리를 비우자 장례식장 직원은 직원대로, 조문객들은 조문객들대로 상주만 찾는다.

경미 앞에서 고모들은 상주가 자리를 비우는 게 말이 되냐며 계속 경만에 대한 욕을 해댄다.

나도 자식인데 사람들은 오빠만 찾고, 잠깐 집에 다녀온다는 오빠는 오지도 않고 경미는 결국 폭발한다.

그는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쌍욕을 해대고, 안 그래도 얼른 돈 받고 가고 싶지만 붙잡혀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만은 답답하기만 하다.

그런 와중에 이삼복 여사가 결국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마을 사람들은 경만에게 아까 무리하게 앞으로 데리고 나가 춤을 추게 해 심장마비로 그렇게 된 게 아니냐며 경만 탓을 한다.

경만은 경만대로 분위기를 띄워 달라고 해서 열심히 일했더니 이젠 살인 누명까지 씌우니 미칠 지경이다.

결국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게 된 그는 “확실치는 않다”면서 경만이 무리하게 할머니를 무대 위로 데리고 나가 춤을 춰서 그렇다고 증언하는 주민들 때문에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단지 장례비 몇 푼이 급해 행사를 진행하러 온 것 뿐인데 이젠 행사비는커녕 아예 아버지 빈소도 지키지 못하게 되다니 그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다행히 아까 행사를 촬영한 동네 주민이 있어 그가 찍은 동영상 덕분에 그의 누명은 벗겨진다.

영화 <잔칫날>은 가족을 떠나보낸 날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의 잔칫집에 가서 즐겁게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돈이 없으면 장례조차 제대로 치를 수 없다. 돈이라는 게 너무 많아도 좋을 것 없지만 적어도 필요한 만큼은 있어야 인간답게 살 수 있는데,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으니 불효자가 될 수밖에 없다.

경만 가족이 기준 중위소득 75% 이하였다면 80만원의 장제비를 받을 수 있지만, 경만 가족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물론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몰라서라도 신청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차피 만들어진 제도가 있으니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어려운 처지의 사람이 제대로 복지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설령 경만의 가족이 중위소득 75% 이하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기본소득’으로 어느 정도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전국민 기본소득이 시행된다면 적어도 수의 가격이 부담돼 상중에 갑자기 돈 벌러 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일부에선 기본소득 때문에 국민들이 일을 게을리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한 달에 몇백만 원도 아닌 몇십만 원을 받고 자발적 백수가 될 사람은 없다.

설령 기본소득으로 술을 마시던, 여행을 가던, 아니면 모았다가 장례식 비용으로 쓰던 그건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지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만약 경만·경미 남매가 국가로부터 기본소득을 보장받았더라면 온전히 아버지의 마지막을 온전히 함께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영화 <잔칫날>은 다음 달 2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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