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통제' 경찰국 설치 강행, 현직 경찰들 근조리본 달고 강력 반발

강종호 기자 | 기사입력 2022/06/29 [10:49]

'권력통제' 경찰국 설치 강행, 현직 경찰들 근조리본 달고 강력 반발

강종호 기자 | 입력 : 2022/06/29 [10:49]

[신문고뉴스] 강종호 기자 = 윤석열 정부가 행정안전부 내에 경찰국을 설치해 경찰을 조직적으로 장악하겠다고 나서자 일선 경찰들이 강력 반발하는 등 정부와 경찰의 대립이 벌어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경찰들의 리본이 검은색으로 통일되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 강행을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현행법령, 추진 필요성, 유사 사례 등과 언론·경찰·시민사회·국회에서 제기하는 우려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며 “그 결과 권고안이 경찰의 민주적 관리·운영 강화와 임무수행 역량 강화에 꼭 필요한 사항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는 경찰이 1991년 내무부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한 지 31년 만에 경찰을 행안부가 직접 통제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지난 21일부터 본격화된 경찰 내부의 반발 움직임은 이날 행안부의 권고안 수용 방침에 더욱 확산하고 있다.

경찰의 노조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27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현장 경찰관들 명의로 ‘경찰독립선언문’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행안부의 경찰국 부활은 경찰 인사·감찰·징계 권한을 통해 과거 내무부 치안본부처럼 경찰을 통제하고 종속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정치적 중립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행안부의 경찰국 부활 추진을 즉각 철회하고 경찰 견제가 필요하다면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등 민주적인 통제방법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공식적 입장문과는 별도로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너무 뜨거워서 쳐다보지도 못할 지경이다. 이 한 몸 분신이라도 해야 되나” “근조리본을 달자” “경찰기를 조기 게양하자”는 등의 글과 경찰 지휘부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폭발지경이라는 것이 현직 경찰들의 전언이다.

이는 특히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더 거칠어지고 있다. 즉 치안감 인사 논란을 두고 윤 대통령이 ‘국기문란’ 운운하자 김 청장은 사표로 응수했는데, 이는 행안부의 경찰 통제 추진에 반발한 것까지 담겨 전체 경찰들 분노에 불을 붙였다.

이에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는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근조 리본을 달고 참석하거나 참관하며 경찰국 신설을 공식화한 데 따른 항의 차원임을 숨기지 않았다.

▲ 국회 토론회장에서 경찰국 설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 민관기 청주흥덕서 직협회장은 "정부의 경찰권 장악 시도와 30년 전 내무부 소속 치안본부 시절로의 회귀를 막겠다"며 "행안부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련의 행위를 멈추길 바란다"고 밝혔다.

민 회장은 또 "토론회 종료 후 각 경찰서 직협 회장 등 참석자들과 임시회의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며 "경찰국 관련해서는 청장 사의와 관계없이 계속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또한 “(행안부 내 경철국 설치 기도는) 과거 경찰이 국가억압 기구로 작동할 당시에 걸맞은 구상”이라며 “행안부 자문위 권고안을 우선 폐기하고, 원점부터 차근차근 다시 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나온 경찰들은 경찰 중립 훼손하는 경찰국 설치 반대가 적힌 근조 리본을 달았다. 또 정부조직법 개정 경찰국 설치 철회 경찰 중립 사수등의 내용이 담긴 팻말을 들고 큰 소리로 해당 내용을 여러차례 크게 반복해 외쳤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 반대나 위법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경찰을 행안부 치하에 두고 직접 통제에 나서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를 강행한 셈"이라며 "행안부 장관의 전례 없는 승진 면접부터 초유의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까지, 경찰을 하수인으로 만들겠다는 개악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경찰들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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