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혐오증 이어 대통령띄우기 망조

[시평] KBS뉴스·청와대홍보맨 무리한 'MB치적세우기' 위험수위

서문원 기자 | 기사입력 2010/01/29 [16:20]

재벌혐오증 이어 대통령띄우기 망조

[시평] KBS뉴스·청와대홍보맨 무리한 'MB치적세우기' 위험수위

서문원 기자 | 입력 : 2010/01/29 [16:20]
모처럼 명동에서 밥 먹다 말고 듣게된 '재벌혐오증', 무슨 소린가 싶어 귀를 기울였다. "삼성이 아이폰에게 밀린 이유", "현대.기아차가 도요타캠리에게 밀린 이유" 그 사이로 자리잡은 '재벌혐오증'이란 논리가 좀 괴이했다. 자사 제품이 밀린 게 재벌때문이라니. 그런데, 그 반대 이야기도 있다.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처세 말이다.

 
▲ 이명박 총리로 기입된 인도신문, 최근 오마이뉴스에 게재돼 파장이 적지않다(오마이뉴스 보도)     © 오마이뉴스

'회사가 안되면 경영주 탓', '나라가 안되면 대통령 탓'. 이런 말은 영화 '아포칼립토'에서 흔치 않던 일식과 그로인한 종말론을 벗어나기 위해 수 많은 인디오들의 심장들을 갖다바치는 마야 왕조들과 제사장들의 '푸닥거리'나 다름없다.

이 영화의 핵심은 '여론몰이'다. 들끓는 민심을 뒤집기 위해 제사장의 종교적 해석과 정치적 결정에 따라 여론쇄신안이 급조된 것이다. 즉 희생양의 번제를 통해 반전을 꾀해온 원시부족국가들의 정치적 결정이란 늘 반정차단을 위한 말도 안되는 오판과 낭설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달라진건 없고, 새로운 적(서구유럽)이 몰려오는 파국을 맞이하고 말았다. 내부문제로 치중하다보니 외부를 예측못한 것이다.

대통령초상화 사방에 걸린 한국이라니...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연설, 이명박을 앞세운 소고기 수입개방과 미디어법 통과에 이은 세종시수정안, 매년 MB의 얼굴은 모든 매스컴의 주된 이슈였다. 대통령 선거 전부터 '박 전 대통령 따라하기'로 바람잡이를 하더니 이젠 한류스타가 되고 싶어 안달난 것 같다.

영화 '아포칼립토'에 등장한 마야왕과 제사장이 설칠수록 새로운 적들에겐 호기다. 현재 모든 매체의 이슈로 떠오른 박근혜 전 대표가 미디어법에 이어 세종시 문제로 여론의 중심으로 등장한 건 통치자의 빈틈을 봤기 때문이다. 통치세력의 허영심을 꾀뚫어 그 틈을 적절히 이용했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의 유명 경영주가 오래 살아남는 비결은 공보활동 만큼은 '적당히 치고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은 야무지다. 스웨덴의 세계굴지 조립가구사 이케아의 경영주 잉그바르 캄프라드(86)가 대표적이랄 수 있다.

 
기업 광고와 자사 홍보비는 대폭 줄이고, 조립식가구를 개방형 창고를 통해 판매함으로써 이케아의 매출을 극대화시킨 사례가 있다. 그는 평소에도 "제품 평가는 소비자이지 판매자가 아니다"는 기본적 창업정신을 발판삼아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가구시장을 평정해왔다. 

유럽, 홍보·광고는 적당히 일은 야무지게

잉그바르 캄프라트는 지난 2004년과 2007년 포브스紙 선정 세계 갑부 4위(340억달러)에 랭크된 세계적인 재벌이지만 70~80년대 구형 볼보를 몰고 다니며 현재까지 유니세프 최다 기부자로 등록돼 있다.

참고로 유럽사회는 전후 빠른성장 끝에 1960년대 호황을 분기점으로 거품경제가 막을 내렸다. 당시 80~90년대 일본처럼 부동산과 각종 경매시장을 휩쓸었던 나라들이 유럽에 즐비했지만 오일쇼크 등을 겪으며 미국과 달리 홍보비용을 줄이는 대신 불황시장을 뚫기 위해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또 살아남은 기업들조차 광고 투자보다 제품 개발에 전력을 기울였다. 이에 발맞춰 정치권도 변화를 거듭하며, 사회복지정책과 자유시장 경제체제 등 양공을 구사하는 등, 균형적인 성장발전을 이룩해왔다. 

주주자본주의가 활성화된 지금은 주주민주주의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즉, 하나가 아니라 여러 집단이 몰린 주주형 자본주의 혹은 민주주의의 경우, 지분을 보유한 각각의 입장과 입지를 살펴보는 것이 다른 어떤 PR보다 더 중요해졌다. 그만큼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로 성장했다는 이야기다.

고이즈미 내세우던 일본 따라하기 기가막혀

반면, 한국은 참여정부 때도 국정홍보처의 입지가 확대되더니 현재도 그 모양이다. 아니 오히려 방송미디어까지 장악하고 청와대의 일방적인 광고(?)방송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바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시절이다.

당시 한 일본방송국에서 방영한 한일 관광유치광고 비교사례를 보면, 한국은 이병헌과 장동건 등 한류스타를 앞세워 싱가폴, 일본, 중국어를 사용한 관광유치광고를 방영한데 반해, 일본은 고이즈미 총리를 앞세워 관광객 유치광고를 했던 적이 있었다. 파급효과는 당연히 한국측이 컸다.

지금 한국이 겪는 상황이 일본 고이즈미시절과 유사하다. 실속은 없고, 황당한 이슈를 내세워 '치적세우기'가 한창인 탓이다. 대통령 잘못일까? 아니면 청와대 오판일까? 예전 글에도 서술했지만 경영주와 전문경영인의 차이가 바로 이 점이다. 임기 동안은 검증 안된 제안서나 남발하고, 끝나고 나면 "나몰라라" 하는 행태. 이런 것들이 정치권까지 확대됐다.

공영방송 KBS의 뉴스도 그렇다. 분명 국내이슈가 더 큰 상황임에도 과거와 달리 대통령 인도방문이 맨 먼저 방영됐다. 또 최근 청와대에서 보도자료를 돌렸던 '인도-한국간 CEPA 체결' 뉴스는 지난 2004년 노무현 인도방문 때 이미 확정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적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그야말로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한·인도 CEPA체결 MB덕? '개가 웃는다'

누구 공치사를 따지기 앞서 "왜 자꾸 대통령 얼굴을 전면에 띄우냐?"는 것이다. 안그래도 '광우병 쇠고기수입' 파동에 이어 세종시 문제까지 겹쳐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입지가 크게 줄었다. 또 앞서 언급한대로 박근혜 전 대표가 미디어법에 이어 세종시 문제로 이명박과 대립각을 세운 이유가 바로, 무책임한 '대통령 띄우기'로 여당 정치인들마저 도매금으로 궁지로 몰렸기 때문이다.

경제 때문에 MB를 지지한 사람들이 경제 때문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대통령 치적자랑', 그 유치하고 뻘쭘한 처세를 이젠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는지? 시중에 돌고있는 '재벌혐오증'이란 말도 따지고 보면 그 원인 제공자가 분명 있다.

끝으로, 삼성이 아이폰에 밀리고 현대기아차가 도요타 캠리에게 꼼짝 못하는 원인은 경영주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대기업들의 내수시장 독식이 지나친 나머지 소비자를 얕잡아보고 기술투자나 고객만족 경영에 게을리 임한 때문인 것은 분명하다.

 
지난 2년간 아이폰 국내시장 진입을 방해했던 점, 작년 한 해 '미국 수출차량 100만대 리콜'이라는 엄청난 후유증을 안은 점 등을 삼성과 현대기아차는 상기해야만 한다. 참여정부시절 각 기업들이 품질경영을 앞세워 구축한 내수시장을 현정권 들어 불과 2년만에 자만과 두려움속에 외국기업들에게 빼앗기는 형국이다.

재벌임원·정치인, 총수·MB 꽁무니따르기 '한심'

몇 년전 고려대학교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나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주변에 몰려든 삼성그룹 임원들, 그들이 서 있어야할 자리가 기업활동 현장이 아니라 경영주 꽁무니라면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터넷저널 기자
  • 도배방지 이미지

이명박, MB치적 띄우기, 재벌혐오증, 대통령 관련기사목록
인터넷언론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