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강제동원 고통 나누기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19일만 3억원 돌파

포상금, 강의료, 20년 근속 금반지 등 시민들의 각별한 사연

이영일 | 기사입력 2023/07/19 [10:00]

日강제동원 고통 나누기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19일만 3억원 돌파

포상금, 강의료, 20년 근속 금반지 등 시민들의 각별한 사연

이영일 | 입력 : 2023/07/19 [10:00]

 

▲ 정부의 제3자 변제에 반발해 판결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응원하기 위한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이 모금운동 19일만에 3억원을 돌파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제공]  ©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제공

 

정부의 제3자 변제에 반발해 판결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응원하기 위한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이 모금운동 19일만에 3억원을 돌파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에 따르면, 18일 12시 현재 시민모금 운동에 참여한 인원수는 4,845명, 모금액은 3억 558만여원이다.

정부가 판결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채권을 소멸하기 위해 법원에 신청한 공탁이 잇따라 퇴짜를 맞고 있는 가운데, 초반 우려에도 불구하고 모금운동이 순조롭게 출발한 모양새다.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 모금운동’은 고령의 피해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을 비롯한 6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주축으로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됐다. 피해자 및 유족에게 지원하기 위한 모금 목표액은 10억원으로, 오는 8월 15일을 전후에 1차로 피해자들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제3자 변제를 거부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투쟁을 지켜내기 위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행동이 구체화 되면서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지난 3일 전격적으로 법원 공탁을 제기한 것이 시민사회단체가 모금운동을 시작한 것이 주요한 동기였다.

시민사회단체가 모금운동을 통해 피해자 지원에 나설 경우, 정부의 제3자 변제 설득 작업이 더욱 난망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정부는 결국 ‘공탁’이라는 무리한 카드를 꺼냈지만 공탁이 국민들의 반발을 사면서 오히려 모금운동에는 속도를 붙이는 계기가 됐다.

모금운동에 동참하는 시민들의 감동 사연 이어져

모금행렬에 동참한 시민들의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 NH농협은행 광주본부에 근무하는 백광화씨는 포상금으로 받은 100만원을 시민모금에 기부했다.

백씨는 지난달 15일 NH농협은행 광주본부를 찾은 40대 A씨가 입구에서 갑자기 쓰러져 숨을 쉬지 못하자, 뛰어가 A씨의 기도를 확보하고 119 구급대가 올 때까지 20분간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다행히 의식을 되찾았다. 소중한 생명을 살린 일로 회사로부터 포상금 100만원을 받은 백씨는 모금 소식을 듣고 포상금 전액을 선뜻 모금운동에 기부했다.

강의료를 모금운동에 기부한 경우도 있었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정희 변호사는 여수시청 직원들을 상대로 강의한 강사료 전액을 시민모금에 보탰다. 장헌권 서정교회 목사도 광주교도소 수용자들을 상대로 교육한 강사료와 광주시 인권증진위원회 참석 수당을 모두 시민모금에 기부했다.

20년 근속 기념으로 받은 반지를 모금운동에 기부하기도 했다. 김순흥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은 16일 금붙이 5개를 시민모금에 사용해 달라며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을 통해 기부했다. 본인이 광주대학교 20년 근속 기념으로 받은 금반지를 장롱에서 찾아 모금운동에 보태기로 하자, 취지를 전해 들은 부인과 자녀들이 본인들이 가지고 있던 금붙이까지 모두 모아 모금운동에 내놓은 것.

시민들의 잔잔한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 시민 김석준(65. 광주광역시 북구 양산동.)씨는 “신문을 통해 모금 소식을 들었지만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방법을 몰라 직접 신문사로 전화까지 했다”며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실로 전화해 기부 방법을 문의했다.

퇴직 후 제2의 생활을 시작하고 있다는 그는 “광주지방법원 한 공탁관이 정부의 공탁을 받아들이지 않는 걸 보고 우리 사회에 아직 빛과 소금과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고 희망을 느꼈다”며 “작은 금액 밖에 보낼수 없지만 외롭게 싸우시는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응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금덕 할머니의 고향 나주에서도 모금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나주출신 양금덕 할머니 등 투쟁지지 나주시민모임’은 17일 나주 나빌레라 문화센터에서 지역 예술인들의 재능기부 공연으로 ‘나주시민 한마당’을 열고 본격적인 모금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외에도 <전라도닷컴>과 <광주드림>은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소식을 알리기 위해 공익광고를 게재해 모금운동에 힘을 보탰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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