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자·가해자 같은 고교 진학 안돼, 인권위 교육청에 개선 권고

"교육청, 피해학생 보호 위해 가해학생 전학조치를 고교 입학 이후로 조정했어야"

이영일 | 기사입력 2023/08/12 [11:10]

학폭 피해자·가해자 같은 고교 진학 안돼, 인권위 교육청에 개선 권고

"교육청, 피해학생 보호 위해 가해학생 전학조치를 고교 입학 이후로 조정했어야"

이영일 | 입력 : 2023/08/12 [11:10]

▲ 학교폭력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같은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아래 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연합뉴스

 

학교폭력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같은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아래 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경북의 한 중학교 학생은 중학교 3학년 하반기에 같은 학교 동급생에게 폭행을 당했다. 해당 사건이 학교폭력으로 신고된 후 해당 관할 교육지원청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가해 학생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기로 결정했다.

 

이후 가해학생은 타 중학교로 전학 조치됐지만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모두 학교폭력이 발생하기 전 이미 같은 비평준화 일반계 고등학교로 입학이 결정된 상황이었다. 또 가해 학생 전학 결정 조치는 해당 중학교 졸업식이 끝난 시점에 통보됐다.

 

이에 대해 진정인은이 해당 전학처분이 가해자가 입학할 고등학교에 적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학교에 적용된 것은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조치로 볼 수 없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었다.

 

하지만 경북교육청은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중학교 졸업식을 하였더라도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중학교 소속이므로 심의위원회 결정사항은 중학교 재학중에 이행해야 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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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20조 제4항의 전학 조치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에는 각각 다른 학교를 배정하여야 한다에서, ‘배정의 의미는 거주 지역에 따라 입학이 정해지는 평준화학교에만 해당하는데, 이 사건에서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입학 예정인 고등학교는 선발전형의 비평준화학교이므로 해당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교육청의 안일한 학폭 피해자 보호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강혜승 서울학생인권지키키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교육청이 거주 지역에 따라 입학이 정해지는 평준화학교 배정을 들어 피해 학생을 다시 가해 학생과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도록 한 것은 사실상 피해 학생 보호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에 문제가 있으면 개선해 피해 학생 보호가 실질적으로 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 해당 규정이 선발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비평준화 고등학교에도 시급히 적용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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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도 이같은 경북교육청의 결정이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피해자의 인간의 존엄성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그 결과에 따라 피해자 보호조치를 이행할 의무가 있는 교육청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해 학생에 대한 전학 조치를 고등학교 입학 이후로 시기를 조정하거나, 최소한 심의위원회 결정내용을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입학 예정이던 고등학교에 통지해 두 학생이 같은 학교에 입학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인권위는 경북교육청 교육감에게 이 사건 진정의 학교폭력 피해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실무적 방안이 있는지 살펴볼 것,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 과정에서 가해자 전학 조치시 적정한 전학 시기를 설정하는 등 피해 사례가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교육부장관에게도 권고 조치가 내려졌다.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20조 제4항에 명시된 배정이 비평준화지역 학교와 같이 선발유형으로 학생을 모집하는 학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인권침해 발생 소지가 있으므로 해당 조항을 개정할 것과, 개정전까지 이 사건 진정과 유사한 피해 학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침을 마련하라는 내용이다.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청의 학폭 심사와 피해자 보호 조치가 법 규정에 매달려 경직되고 기계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사례다. 법 조문을 지키는 것이 우선인지 피해 학생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우선인지 교육당국의 안일함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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