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공동체 띤잔축원 “조국 민주주의를”

[포토에세이] 18일 부천종합운동장서 북방불교력 새해 물축제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10/04/20 [19:28]

버마공동체 띤잔축원 “조국 민주주의를”

[포토에세이] 18일 부천종합운동장서 북방불교력 새해 물축제

최방식 기자 | 입력 : 2010/04/20 [19:28]
한국의 미얀마공동체가 18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연 물 축제를 만끽했습니다. 미얀마의 새해는 4월 중순 쯤에 시작되는 데 세상의 모든 것들을 물로 씻어내고 깨끗한 한해를 맞이하는 난장 ‘띤잔’에서 비롯됩니다.

불교 국가인 버마와 태국에서 벌어지는 이 축제는 불교(북방)력으로 새해를 앞두고 나흘 동안 계속됩니다. 뽕나(Pounna)라는 점성술사가 결정해 발표한다네요. 이웃과 부처, 그리고 세상 모든 것에 물을 뿌려 찌든 때(죄, 부정)를 씻어내며 한해의 복을 빈다죠.
 
▲ 미얀마공동체 윈미우 회장이 ‘띤잔’ 축제의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 최방식기자
▲ 이주노동자들의 삶에 관심이 많은 석왕사 영담 스님이 물축제를 축하하고 있다.     © 최방식 기자
▲ 띤잔축제에 처음으로 1백여명의 구성원을 데리고 나타난 캄보디아공동체 회장.     © 최방식 기자

 
태국서는 ‘송크란’(Songkran), 버마에서는 ‘띤잔’(Thingyan)이라 부른답니다. 1년 중 최대의 명절인데, 이 때 쯤 두 나라는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더위에 시달린답니다. 그러니 더위를 식히라는 뜻도 있겠습니다.
 
“찌든 때 모두 씻어내고서...”
 
마을마다 불상과 파고다를 청소하며 인간의 영혼이 있다고 믿어지는 머리를 깨끗이 한다는 의미와 웃어른에 대한 공경의 표시로 마을의 젊은이들이 노인들의 머리를 감겨주는 의식을 행하면서 공덕을 쌓기도 한다고요.

축제 기간에는 물을 뿌리는 모든 도구들이 총동원됩니다. 주전자, 물통, 바가지, 깡통, 세숫대야, 각종 그릇... 심지어 수도꼭지에 연결한 소방호스까지 들고 나와 이웃과 길거리의 사람들에게 물을 뿌리곤 하지요.
 
‘띤잔’은 미얀마 토속신앙인 ‘낫’(Nat)으로부터 유래했다고 합니다. 축제는 ‘더자밍 낫’(Thagyamin Nat, 팔리어로 인드라신)이라는 ‘낫의 왕’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 인간에게 축복을 해주고 인간의 선행공덕을 평가하면서 시작한다고 전해 옵니다.
 
▲ 18일 띤잔축제의 시작은 두 여인이 바가지로 물을 푸며 시작됐다.     © 최방식 기자

▲ 미얀마공동체 한 구성원의 예쁜 쌍둥이 딸들이 화사하게 차려입고 물축제에 나왔다.     © 최방식 기자

▲ 몸의 때만이 아니라 마음 속 낀 때까지 닦아내는 것입니다. 한해 큰 복을 짓도록.     © 최방식 기자

 
‘더자밍 낫’이 하늘에서 내려올 때 양손에 책을 한 권씩 두 권을 가지고 내려오는데, 한 손에는 인간의 선행을 기록한 황금책을, 한 손에는 인간의 악행을 기록한 견피(犬皮)로 된 책을 들고 내려온다죠?
 
그래서 미얀마 사람들은 ‘더자밍 낫’에게 평가를 잘 받으려고 거리 곳곳마다 음식을 내놓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고, 지난 잘못을 반성하며 사죄하는 기도를 드리고요. 축제장에 가면 모든 이들이 음식을 나누는데 그 때문이겠죠?

“이역만리 이주설움 날려버리고”
 
4백여명의 한국에 거주하는 미얀마공동체(회장 윈미우) 구성원들이 부천운동장 공연무대에서 한나절 전통축제를 즐겼는데, 기자 눈엔 해방이었습니다. 조국 버마의 50여년 군부독재,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겪는 설움을 벗고 날려버리는 외침이었고, 몸짓이더군요.

신과 자연이 내려 준 소중한 물. 그 물로 자신의 죄과를 씻어 내고 맑고 영롱한 새해를 맞이하려는 미얀마인들. 그 물이 몸 밖의 때만이 아니라 마음속 더러움도 씻어줄 거라기에 기자도 물세례를 피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카메라는 젖지 않도록 잘 숨긴 채.

▲ 이주노동자의 밝고 행복한 웃음이 이 얼마만인가?     © 최방식 기자

▲ 소외자, 사회적 약자의 눈물을 얼마나 더 강요해야 우리 사회는 성숙하려나?     © 최방식 기자

▲ 물축제를 구경하는 미얀마공동체 숙녀들.     © 최방식 기자

 
물은 누구에게나 부정을 씻고 새 것을 창조하는 상징입니다. 또 죽은 자를 살리는 생명의 약수이기도 하지요. 그러니 신에게 기도할 때 어떤 맛좋고 고귀한 음식보다 맑고 깨끗한 정화수(井華水) 한잔이 제격이었습니다.

그 청정수는 늘 어머니이기도 했죠. 늘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자신 보다는 남편과 자식의 복과 안녕을 기원하던 이타적인 여성. 어둠을 물리치는 이른 새벽에 정화수 한 그릇 떠놓고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빈 것은 큰 사랑이었습니다.

올해 ‘물 축제’ 행사에는 캄보디아 공동체 구성원들도 처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일종의 사회연대인 것이죠. 소외되고 억압받는 이주(망명)노동자끼리 위로하고 단결하고. 1백여명이 참여한 모양인데,  이웃 나라 인들이 축하해주는 게 정겨웠습니다.
 
“모두가 해방 외침이자 몸짓”
 
물 축제의 서막은 늘 그렇듯 공동체 대표의 인사말씀, 그리고 내빈의 축하·격려사로 시작되지요.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한 이들에겐 당부하고픈 말씀이 꼭 있게 마련이니까요. 좀 지루하지만 들어둘 가치가 있는 말들이죠.

▲ 부처님께 바칠 시주를 정성스럽게 찾아...     © 최방식 기자

▲ 복사꽃으로 온 세상이 하얀 부천 하늘 여기저기로 가지각색의 물방울이 튀기 시작했다.     © 최방식 기자

▲ 더 이상 눈물이 없도록, 차별하지 않는 세상을 향해...     © 최방식 기자

 
이어 키보드와 전자기타, 그리고 드럼의 우렁찬 포효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복사꽃으로 온 세상이 하얀 부천 하늘 여기저기로 가지각색의 물방울이 튀기 시작했죠. 행복하라고, 즐거우라고. 1년 내내 깨끗하고 맑은 마음을 가지라고. 서로에게 뿌려내니...

물에 흠뻑 젖은 미얀마인들, 순백의 아름다움이 반짝였습니다. 세상의 고통과 시름을 깨끗이 씻어낸 티 없이 맑은 모습 속엔 행복이 가득했습니다. 그 위에 간절한 소망 하나 적어두자면 이럴 테지요. ‘조국의 민주주의, 이주노동자의 행복한 삶.’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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