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보다 청소년적 시각의 정책 필요"

[칼럼] 밤늦도록 공부강요하며 깜깜한 데 방치하는 이율배반

이영일 | 기사입력 2010/06/04 [15:36]

"학생 보다 청소년적 시각의 정책 필요"

[칼럼] 밤늦도록 공부강요하며 깜깜한 데 방치하는 이율배반

이영일 | 입력 : 2010/06/04 [15:36]
외국을 여행해 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적지 않은 나라의 저녁 풍경은 적막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고요하고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에게까지 주류의 판매가 금지되는 곳도 많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밤거리가 휘양찬란하다 못해 밤새 어디를 가도 술을 마실 수 있는 참으로 행복(?)한 나라인데, 이는 상대적으로 우리가 외국에 비해 밤거리 치안이 잘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화려함 이면에 우리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면 이는 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최근 서울특별시청소년수련시설협회가 서울 거주 청소년 1,038명을 대상으로 서울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희망사항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중 17.5%인 182명이 귀갓길이 무섭다고 가로등 설치를 확대해 달라고 응답했다. 우리 청소년들이 얼마나 밤거리에 많이 노출되어 있으면 이런 응답이 나왔을까? 이는 한 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사회조사연구소가 2007년 11월 조사한 청소년 생활환경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54.5%(일반고 63%)가 평일 밤 10시 이후에 집에 들어가고 청소년의 73.1%(일반고 77.8%)가 밤 10시 넘어 끝나는 학원에 다니며 12시가 넘어서 끝난다고 한 사람도 44.1%(일반고 47.8%), 심지어 밤 1시가 넘어서 끝난다고 답한 사람도 6.3%(일반고 6.95)나 된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학교에서의 야간자율학습까지 합치면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밤늦게까지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게 된다. 

가로등을 늘려달라고 답한 청소년들의 대답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야간자율학습 또는 학원 학습후 귀가하는 청소년들이 어두운 밤거리에 대해 심한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이는 단순히 안전한 귀갓길 확보 문제뿐이 아니라 전반적인 청소년 보호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접근해야 함을 시사하는 것이고 학원의 심야학습 제한과도 그 맥을 같이 한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학원 교습시간을 밤10시로 제한하는 시도교육청 조례제정 추진을 촉구하겠으며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이나 서울특별시가 추진하고 있는 서울청소년꿈나무 프로젝트상에 청소년수면권 보장을 위한 10시 학원 규제 점검 강화와 학파라치 제도 도입이 공식적으로 거론되고 있음은 그러한 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6.2지방선거 결과 서울과 경기를 비롯, 6개 지역에서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됨으로서 이러한 “청소년”들에 대한 적극적인 권리와 인권 확대 정책도 보수 일변의 교육계에 새롭게 물결칠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이 아닌 청소년의 관점으로 교육과 사회서비스의 시각이 전환되는 이 움직임을 통해 입시위주의 교육현실을 당장 100% 개혁할 수 없다면, 그래서 우리 청소년들이 계속 밤거리를 활보해야 하는 현실이라면 적어도 청소년들이 공부하고 집에 가는 밤거리에서 최소한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하지 않도록 그 사회적 환경과 제도적 장치를 구비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할 책무이자 청소년들을 위한 진정한 사랑일 것이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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