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약속 안지키면 불구대천지원수"

[칼럼] 안창호 선생 체포되면서 약속지키려 어린이 행사장 가

이영일 | 기사입력 2010/06/09 [18:59]

"지도자 약속 안지키면 불구대천지원수"

[칼럼] 안창호 선생 체포되면서 약속지키려 어린이 행사장 가

이영일 | 입력 : 2010/06/09 [18:59]
공명선거, 투표참여로 대표되어 오던 우리 선거운동판에 2000년대 중반부터 매니페스토(Manifesto)라는 참신한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매니페스토는 자신이 내 건 공약을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하게 수립해 국민에게 ‘약속’하라는 의미이자 표를 위해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데,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 ‘약속’의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지도자의 ‘약속’에 대한 본보기는 도산 안창호(島山 安昌浩)선생의 유명한 일화에서 찾을 수 있다. 1932년 4월 29일 오전11시, 상해임시정부 김구 국무령의 지시로 윤봉길 의사가 상해 홍구공원에서 일황 생신축하식(天長節)에 폭탄을 투척한 사건이 일어난 때 일화다.
 
동지들은 민족 지도자인 안창호 선생에게 즉시 피신할 것을 요청했으나, 선생은 한국인소년동맹의 5월 어린이 행사에 내기로 한 기부금 '2원'을 전달해야 한다고 소년동맹위원장 이만영군의 집을 오후 4시경 방문했다가 프랑스 경찰에게 체포, 일경에게 넘겨진다.
 
충분히 도피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도산 선생은 왜 한 소년과의 약속을 그리 중요시했던 걸까? 지도자는 물론이거니와 일반 국민들의 이 약속 준수가 국가의 신뢰와 사회의 신용을 향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평소의 가르을 보면 도산 선생의 생각을 알 수 있다.
 
1908년 평양에 설립한 인재양성 특수 훈련기관인 대성학교에서 민족지도자 양성을 위한 가장 중요 방침으로 생도들에게 ‘약속’ 준수를 통한 건전 인격수련을 강조한 것도 안창호 선생의 이 ‘약속’에 대한 확실한 믿음에서 출발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도 말고 약속을 지키지 않기 위해 거짓을 행하는 것이 우리나라를 망하게 한 주범이라며 이를 불구대천지원수(不俱戴天之怨讐)라고까지 한 안창호 선생의 가르침은 약속과 거짓말에 대해 어떤 태도와 의식을 가져야 하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6.2지방선거가 모두 끝난 지금, 우리는 어떤 약속을 들고 자신을 찍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인 후보가 당선되었는지 되돌아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왜 유권자들이 국민과의 약속을 깨고 세종시 사업을 수정하겠다고 한 정부 여당의 또 다른 약속을 믿지 못하겠다고 한 건지도 곰곰이 분석해 보아야 한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한 소년과의 약속을 지키려 한 안창호 선생까지는 아니더라도, 약속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이 국민의 위가 아니라 섬겨야 할 아래에 있다는 자세를 가진 그런 훌륭한 지도자를 우리는 정말로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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