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가 생명인 군에서 '허위보고'라니?

[칼럼] 공격대비 도발격퇴 실패, 보고내용 조작, 지휘관 처벌을

이영일 | 기사입력 2010/06/14 [09:02]

보고가 생명인 군에서 '허위보고'라니?

[칼럼] 공격대비 도발격퇴 실패, 보고내용 조작, 지휘관 처벌을

이영일 | 입력 : 2010/06/14 [09:02]
1950년 6월 25일, 북한 인민군이 우리와는 상대도 안 될 막강한 전력으로 전쟁을 일으키자 속수무책으로 패퇴하면서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점심은 평양,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겠다’며 국군이 마치 이기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곤 자신은 피난을 떠났다. 국민을 안심시키려고 했다고 하더라도 그 거짓말 때문에 많은 서울시민이 당한 고초를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지난 3월 26일, 서해에서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 46명의 소중한 생명이 전사했다. 군당국의 보고체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고 보고 내용도 거짓말로 조작한 것으로 감사원 조사 결과 나타나 충격을 준다.
 
해군 제2함대사령부는 북으로 향하는 미확인 물체에 포격을 가한 속초함이 이를 북한 반잠수함으로 판단한다고 보고했지만 이를 새떼라고 둔갑시켜 상부에 보고했고, 합동참모본부는 해군작전사령부로부터 보고받은 사건발생 시각을 9시15분에서 9시45분이라며 거짓말로 상부에 보고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생때같은 우리 군인들이 적의 폭탄 공격에 죽어가고 있던 시각,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주요수뇌부는 폭탄주에 취해 있었다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적의 공격에 대한 대응방식의 우선 순위가 정확한 보고와 이에 따른 신속한 지시가 아니라 초동대처 미흡, 경계 소홀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보고 내용을 조작하고 이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또 열상감시장비 동영상이 없다는 등 거짓말로 일관한 군의 처사는 황당을 넘어 군의 도덕성·기강 해이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감사원이 요구한 징계 대상자들을 군형법으로 처벌할 일이 없다는 국방장관의 발언 또한 아연실색케 한다. 군인 46명이 우리 바다에서 적의 공격을 받아 전사했는데도 누구하나 경계 태세 실패와 대응 지연으로 천안함 사건을 사전에 방지하거나 격퇴하지 못한 책임에 대해 사과도 하지 않고 오로지 북한 탓만 해 왔으면서 그저 실수한 사람들 인사조치만 하면 일이 마무리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묻고 싶다.

보고 내용 조작과 허위 보고에 연관된 군 지휘관들은 군형법으로 처벌해야 한다. 천안함은 단순히 적의 공격에 의해 침몰한 게 아니라 사전에 적절한 잠수함 공격 대응 경계에 안일했고 사건 발생 이후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진실을 숨기는 등 우리 군의 기강 해이와 허위 보고에 의한 잘못이 있기 때문이다.
 
적당히 문책성 인사조치라며  이 책임을 유야무야한다면 우리 군은 무사안일에 기강마저 무너진 ‘당나라’ 군대라는 불명예를 씻을 기회마저 잃을 것이 자명하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일제강점기 우리 나라를 망하게 한 것이 ‘거짓’이라며 이를 원수라고까지 했던 이유를, 보고를 생명으로 삼는 군의 지휘관들이 뼈아프게 생각해 볼 일이 아닐 수 없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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