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예선중반 '평준화'·'골가뭄'

조직축구로 일류 선수들 몸값 기대이하 활약, 아시아축구 약진

양호선 기자 | 기사입력 2010/06/21 [14:23]

남아공월드컵 예선중반 '평준화'·'골가뭄'

조직축구로 일류 선수들 몸값 기대이하 활약, 아시아축구 약진

양호선 기자 | 입력 : 2010/06/21 [14:23]
 
▲     © 뉴욕일보
 2010 남아공 월드컵 축구대회가 조별리그 중반을 치달으면서 세계축구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우선 예전과 달리 골득실차가 많이 나지 않는 이른바 ‘평준화’ 현상이다. 또 세계 초특급 선수들인 메시, 호날두, 루니 등의 극심한 골 가뭄. 일류선수들의 활약상에 힘입어 골 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작 뚜껑을 열자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고 있다.
 
또 남아공 월드컵은 이변이 속출하는 박진감 넘치는 대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개최되고 추운 날씨, 해발 1,500m를 넘는 고지대, 유럽 선수들에게 낯선 잔디 등 ‘변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공격수에게 유리하게 제작된 ‘마구’ 자블라니가 많은 골을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됐으나 적어도 현재까지는 여지없이 빗나가고 있다.

■평준화 현상=이번 대회 들어 가장 두드러진 점은 골득실차가 그리 많지 않아 국가대표 간 ‘평준화’ 현상이다. 독일이 호주를 4-0, 아르헨티나가 한국을 4-1로 대파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박빙의 승부가 줄을 잇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조별리그 2차전 경기 결과를 보면 아시아 팀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오세아니아 축구연맹 소속인 뉴질랜드까지 포함한 아시아권 5팀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2승1무3패의 성적을 올렸다.
 
한국이 그리스를 완파했고, 일본도 카메룬을 제압했다. 뉴질랜드는 유럽예선 C조 1위 팀이었던 슬로바키아와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고, 북한은 세계 최강 브라질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경기력을 보여주었지만 분패했다.
 
영원한 우승후보 0순위 브라질은 북한의 독특한 벌떼수비에 자칫 먹힐 뻔했다. 브라질의 첫 골은 북한의 골키퍼가 각도를 좁히지 못하는 바람에 사각에서 내준 골이다. 자칫 1-1로 비길 뻔한 경기.
 
16일 스위스는 무적함대 스페인을 1-0으로 격침시킨 게 최대 이변이랄 수 있다. 프랑스는 노쇠화와 전력 부재로 멕시코에 고배를 마셔 16강 탈락의 기로에 서 있다.
 
■개인기보다 조직력=반면 홈 어드밴티지로 인해 ‘검은 돌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 달리 아프리카 팀들은 1승2무5패로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개인기에 의존하는 아프리카의 축구가 조직력을 중시하는 현대축구에 밀리는 양상.
 
일본에 패한 카메룬은 최악의 경기력으로 지탄의 대상이 됐고, 세르비아에 승리한 가나만이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아시아의 선전과 아프리카의 부진은 조직력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체격조건과 개인 기량에서 불리한 아시아 팀은 조직력을 극대화한 압박 전술로 상대를 무력화시켰다. 반면 아프리카 팀들은 체격과 개인기의 우위를 활용할 만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한 채 허둥댔다.
 
가장 극명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경기가 일본과 카메룬 전. 선취골을 넣은 후 일본은 조직적인 압박에 나섰다. 카메룬 공격수가 볼을 잡으면 일본 선수 3∼4명이 그를 에워쌌고 어렵사리 동료에게 패스를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카메룬은 하프라인까지는 진출했으나 2대 1 패스 등 조직력을 활용한 공격 방법을 전혀 활용하지 못한 채 무모한 개인 돌파를 시도하거나 공격수들을 향해 무작정 올려주는 단조로운 공격을 하다 무릎을 꿇었다.
 
북한도 비슷한 전술을 구사해 브라질을 놀래켰다. 한국의 아르헨티나전 패배는 전력과 경기 지배력, 느슨한 압박수비에 따른 종합세트였다. 브라질조차도 화려한 개인기 위주의 축구를 버리고 팀워크를 중시하고 있다.

■일류선수들 ‘골가뭄’=몸값 높은 일류선수들이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메시, 호날두, 루니, 카카 4선수 중에서 득점왕이 나오리라던 예상이 점점 빗나가고 있다.
 
17일 한국전에서 해트트릭을 몰아친 아르헨티나의 이과인 선수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골을 잘 넣는 선수인 이들에 대한 압박이 거세기 때문.
 
하지만 메시는 17일 한국과의 경기에서 자신에 대한 압박이 거세리라는 점을 미리 간파하고 빈 공간의 자기편 선수에게 패스하는 지능형 축구를 선보였다.
 
이날 아르헨티나가 넣은 4골은 모두 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호날두는 코트디부아르전에서 골대를 맞추는 불운에 발목이 잡혔다.
 
잉글랜드의 간판 웨인 루니는 미국전에서 또 다시 월드컵 마수걸이 골을 터트리는데 실패했다. 카카는 북한의 투지 넘치는 수비를 상대로 고전했다.
 
일부에서는 골 가뭄의 원인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블라니의 성질에서 찾고 있다. 매 대회마다 공인구에 대한 논란은 있었다.
 
하지만 그 때도 스타는 탄생했고 골을 넣을 선수들은 넣어줬다. 대회 초반의 적은 골을 자블라니 탓으로 돌리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아르헨티나에서 유소년축구 선수생활을 하고 오하이오대학에서 스포츠경영학을 전공한 축구인 김은철 씨는 “아시아 축구가 해외파들에 힘입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고, 세계축구의 흐름이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 축구로 바뀌었다”며 “특히 양팀 선수들의 움직이는 폭이 30미터 안팎에 불과한 압박축구가 대세”라고 말해 이번 월드컵 들어 점점 굳어가는 현대축구의 흐름을 ‘평준화’와 ‘조직력’으로 꼽았다.
<양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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