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형제혁장외어기모'도 모르나

[이영일 칼럼] 형제 싸우다 외부다툼 생기면 힘 합쳐 막아내...

이영일 | 기사입력 2010/12/01 [17:35]

정치권, '형제혁장외어기모'도 모르나

[이영일 칼럼] 형제 싸우다 외부다툼 생기면 힘 합쳐 막아내...

이영일 | 입력 : 2010/12/01 [17:35]
중국 춘추시대의 시경(詩經)에는 형제혁장외어기모(兄弟鬩牆外禦其侮)라는 구절이 나온다. 형제가 담장안에서는 서로 싸우다가도 외부로부터의 업신여김이나 공격을 받으면 싸우던 형제들이 힘을 합쳐 이 공격을 막아낸다는 뜻이다. 

우리는 실제로 위와 같은 모습을 쉽게 접해 왔다. 아무리 형과 동생이 사이가 나빠도 동생이 밖에서 누구에게 맞고 들어오면 형이 달려나가 그 응징(?)을 해 주곤 했다. 아무리 직장 동료가 마음에 안 들어도 다른 회사 직원들이 내 동료 직원을 무시하면 내 일처럼 화가 나고 내 동료를 보호해 주었다. 그건 상호간의 생각과 가치관이 설사 차이가 있다 해도 한울타리안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가족, 동지라는 지향점의 시선이 동일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온 나라는 물론 국제사회까지 충격과 불안에 휩싸여 있다. 억울하게 죽어간 우리 해병대 장병들과 민간인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아는지 하늘에서는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듯 하이얀 눈송이를 흩뿌렸고 며칠전 시작된 한미합동훈련까지 더해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초긴장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어렵고 힘든 시기에 소위 대한민국을 이끈다는 정치인들의 일련의 행동은 북한의 방사포만큼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일심동체(一心同體)로 일사불란(一絲不亂)한 대동단결(大同團結)을 해야 할때가 지금이건만, 여야는 이게 모두 너때문이라며 볼썽사나운 ‘남 탓’을 연발하고 있다. 

여권의 주장은 이게 모두 북한에 퍼주기만 남발한 햇볕정책 탓이다, 고로 햇볕정책은 실패했다며 야권과 지난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고 야권도 거기에 대해 너희들은 뭘 잘했냐며 철좀 들라고 응수하고 있다. 

정치적 입장이 다른 여야가 대북정책에 대한 시각과 노선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이 서로 남 탓을 하며 서로에게 삿대질 할 때인지 정치권에 묻는다. 일방적인 북한 퍼주기도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강경 일변도로 북한을 대할 순 없다. 당근과 채찍(the carrot and the stick)을 적절히 활용하여야 하는 것이 우리가 가져야 할 대북 기조이어야 하며 그것은 어느 일방적인 정책으로 인해 한국전쟁 이후 눈부시게 발전한 대한민국의 자산을 위협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심성성(衆心成城)이 간절한 이 때에 여야의 당리당략의 치졸한 분파적 모습이 우리 국민들을 화나게 한다. 형제혁장외어기모(兄弟鬩牆外禦其侮)의 의미가 가르쳐주고 있는 단결의 의미는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기본이 아닌가.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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