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부 심뽀보다 더 고약한 ‘북한붕괴론’

[6·15경기본부] 붕괴론에 기대 현안위협 무시하다 '연평 사태'

문영희 | 기사입력 2010/12/26 [18:35]

놀부 심뽀보다 더 고약한 ‘북한붕괴론’

[6·15경기본부] 붕괴론에 기대 현안위협 무시하다 '연평 사태'

문영희 | 입력 : 2010/12/26 [18:35]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일 말레이시아에서 현지 동포들을 만나 “통일이 가까이 다가옴을 느낀다”라는 발언을 했다. 스스로 ‘느낀다’라는 표현을 썼으니 크게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런데 그런 느낌이 대통령 개인만의 판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정부 고위 인사들의 입에서 서슴없이 나오는 것이 문제이다. 이런 사실은 위키리크스(Wikileaks.약칭 WL)가 폭로한 미 외교 전문(電文)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인터넷 매체 WL 발행인 겸 편집국장인 호주 출신의 줄리안 어샌지는 미국이 자신을 가만두려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알고 그 동안 수집한 미 외교 전문 251,287건의 파일을 미리 세계적 독립지인 미국 뉴욕타임스(얼마 후 연재 포기), 불란서 르몽드, 독일 슈피겔(주간지), 영국 가디안, 스페인 엘파이스 등 5대 언론사에 전달했다.
 
슈피겔은 이 파일을 받고 50명의 기자 및 문서전문가를 동원, 분석하고 검증했다. 이 주간지는 사고를 통해 “세계권력(Weltmacht)이 친구와 적을 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폭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WL이 지난 11월 30일 공개한 문서에는 한반도 관련 자료도 여러 건 포함되어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 7월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만나 “김정일이 2015년 이후까지 수명을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북한이 갑작스레 붕괴할 경우 한·미 양국은 “한반도 통일을 향해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 땅을 빨리 점령하자는 뜻이다.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외교부 2차관으로 있던 지난 2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와의 오찬에서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붕괴하고 있고, 김 위원장이 사망하면 2~3년 내에 정치적으로 붕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있던 지난 2월 캠벨 차관보에게 “화폐개혁 이후 북한 사회에서 강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고, 북한 내부 사정은 점차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그로 인한 북한 체제의 조기 붕괴 가능성에 대해 이명박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높은 기대는 그대로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이루고 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붕괴론에 기댄 대북정책의 방법론이 무시와 제재”라며 “곧 붕괴할 테니 그걸 저해할 수 있는 대북 지원은 막고, 붕괴를 촉진하기 위한 제재는 강화하며, 북한의 도발은 무시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조기붕괴론은 김일성 북한 주석 사망 뒤 1990년대 중·후반 김영삼 정부의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을 관통했던 논리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금 정부도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계획만 수립하고, 점증하는 즉각적인 위협에 대해서는 충분히 대처하지 않는 안이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마침내 연평도가 공격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6일 자 전문을 보면, 마크 토콜라 한국 주재 미 부대사가 “미국은 이명박 정부가 한. 미 동맹에 조급증을 보인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55년의 동맹관계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모든 대북 행보에 대해 논의하고 정보를 제공받고 있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비쳐지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MB정부 사람들은 미국 사람만 보면 어린애처럼 굴며, 국민들이 자기들을 미국과 아주 친한 것처럼 믿어주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조선 시대 관리들이 명나라 사람만 보면 꼬리 치던 꼴불견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다.
 
이 같은 대북 인식은 북한과 중국이 압록강을 사이에 둔 일의대수(一衣帶水)관계라는 사실을 몰라서 생긴 것이다. 세계 경제의 G2인 중국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북한이 어느 날 망한다면 가장 걱정할 나라가 중국이다.
 
첫 번째 심각한 문제는 북으로부터 밀려올 난민, 다음은 북한 땅으로 밀고 들어갈 미국이다. 중국은 진작부터 이런 가정을 전제하고 적절하게 대북 지원을 해주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문영희 님은 6.15안산본부 상임대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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