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가 MB정부 용역하청업체인가?

[기고] 행안부, 민간위탁금 지급 예규 바꿔 민간단체 통제의도

이영일 | 기사입력 2011/04/20 [19:17]

민간단체가 MB정부 용역하청업체인가?

[기고] 행안부, 민간위탁금 지급 예규 바꿔 민간단체 통제의도

이영일 | 입력 : 2011/04/20 [19:17]
우리나라는 60~70년대 산업화 물결과 80~90년대까지 이어지는 군사정부 영향하에 일사불란한 관(官) 주도적 행정 행위를 구축해 오면서 정부행정이 국민을 위한 공익적 서비스보다는 규제와 지시의 군림적 기능을 갖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민주화의 발전과 시장경제 체제에 바탕을 둔 자유경쟁체제가 가속화되면서 국민 복지향상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증대되었고, 동시에 과도한 정부의 간섭과 불필요한 개입 등으로 정부 행정이 경직되고 안일해지는 소위 한국형 공무원식 복지부동이 사회문제화되고 공익분야의 전문성 부족과 공공 관료집단의 이기주의 등 정부실패(State Failure)가 수면화되면서 그 기능을 보완 또는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의 역할이 80년대 중반부터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정부와 NGO는 그동안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협력하면서 공공부문의 예산 낭비 감축과 효율성 · 전문성 증대를 위해 국가경제의 누수 방지와 사회복지 발전을 위한 상호 협력과 상식에 입각한 여론의 수렴 시스템을 구축해 왔고 이 대표적인 사례로는 공공부분의 민간위탁을 들 수 있다. 
 


민간위탁이라 함은 각종 법령 또는 조례, 규칙에서 정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무중 주민의 권리와 의무 등에 직접 관련되지 않는 사무를 민간단체에 맡겨 그의 명의와 책임 하에 행사하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민간단체가 단순히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시설물 관리나 물품 제작 납품 등의 용역을 하청받는 관계를 의미함이 아니라 정부기능을 가능한 한 민간에 이양하고 공공분야의 역할을 변화해야 한다는 거버넌스 정신과 민관파트너십의 한 형태로서 발전하여 온 짧지 않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 최근 정부가 NGO단체들을 사실상 정부 하청업자로 전락시키는 예규(例規)를 NGO단체의 의견수렴이나 관련 부처와 협의도 없이 슬그머니 변경하고선 이를 지방자치단체에 일방적으로 하달하고 있다.     © 인터넷저널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지난 2010년 12월 24일,『행사 관련 시설비, 민간대행사업비, 민간위탁금, 임차료 등 해당 사업비의 비목에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자치단체의 지출이 원인이 되는 계약(협약포함)의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라 경리관(분임경리관)에 의한 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는 예규 341호(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집행기준 및 재무회계규칙 개정)를 발표하고선 이 예규를 8일 후인 2011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라며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그동안 지자체 담당 부서에서 실시하여 오던 민간위탁 ‘협약’을 일괄적으로 재무과에서 용역 ‘계약’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국의 청소년수련관, 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등 그동안 지자체와 비영리NGO단체간 체결해 오던 민간위탁협약 대상 공익시설이 용역계약 대상으로 전락해 운영사업자 입찰 용역 발주를 통한 영리사업자의 개입을 촉발하고 민간위탁 사업비 감소와 서비스 질 하락 등 수십년간 지속되어 온 민관의 파트너십이 근본부터 흔들리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행안부 예규 341호는 민관 상호 협력을 통해 그 효과를 높이자는 취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협약 형태와 지자체 예산 지출방법을 변경해 사실상 이를 NGO단체에 수용하라고 강제하고 있는 셈인데, 이는 NGO단체를 자본으로 통제하려는 불순함이거나 설사 그런 의도가 아니다 할지라도 정부의 주요한 파트너를 일방적으로 하청용역업자 취급하는 정부의 소통불능 시대착오적 발상에서 나온 시각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행안부는 이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집행기준을 변경하면서 최소한 예측가능한 문제점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 예규가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국민이나 NGO단체에 준수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해도, 이 예규에 따라 정부와 NGO간 파트너십 형성이라는 대전제가 추락하고 민간위탁에 관한 지자체의 조례와 불일치 발생, 위탁기간의 실질적 변동이 발생하여 NGO단체에 영향을 끼칠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도, 자기네 부처인 행안부의 민간협력과나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등과는 둘째치고라도 NGO단체들의 입장을 청취한다거나 공청회를 한다거나 하는 발상 자체도 하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선 마치 도둑고양이처럼 2010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이를 변경하고선 8일후인 2011년 새해 첫날부터 적용하라고 한 이 어이없는 조치는, 지자체들이 관련 조례를 제개정할 여유조차 갖지 못하게 한 행정질서 파과행위임은 물론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민법 제2조의 정신마저 훼손하는 신의칙(信義則)의 위반 행위이다. 

서울시청소년수련시설협회는 서울시사회복지관협회, 서울시종합노인복지관협회를 포함한  시민단체, 사회복지법인 등과 연대운동을 추진하는가 하면, 행안부의 예규 내용이 합리성과 능률성을 상실해 현저히 부당하다며 감사원에 ‘공익사항에 관한 감사원 감사청구’를, 법원에 효력금지 가처분 신청 제출과 함께 행안부 항의방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가 치졸한 방법으로 민간단체들의 숨통 조이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신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나아가 비교적 정부에 우호적이어왔던 수많은 청소년과 사회복지단체들을 정부의 적으로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이유있는' 문제 제기에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그 답은 너무나 분명해 보인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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