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방울눈 치켜뜨면 오금이 저렸다"

詩와 사진 하늘땅·무병장수 지켜주던 장승 할아버지도 이젠...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07/08/23 [13:43]

"통방울눈 치켜뜨면 오금이 저렸다"

詩와 사진 하늘땅·무병장수 지켜주던 장승 할아버지도 이젠...

최방식 기자 | 입력 : 2007/08/23 [13:43]
울진 왕피천 하구 어느 공원에 서 있는 장승들.     © 최방식

풀죽은 장승 /최방식 졸작시


통방울 눈 치켜뜨면 오금이 저렸다
매부리코 킁킁대면 쥐죽은 듯 고요했다
송곳니 쩍 벌리면 식은땀이 흘렀다
 
잠시라도 한눈팔면 서럽게 부정탈까
액운 요괴 그 손안에 꽉 움켜쥐고
천개의 눈을 부라리던 벅수 당산할아버지
 
기력이 쇠했나 효험이 다했나
갈가마귀도 살쾡이도 바짝 고개 쳐들고
발자국 소리마저 들으란 듯 지나친다
 
천하대장군도 지하여장군도 다 옛말
갈라지고 이끼 껴 그냥 불쏘시개로나 쓰려나
슬피 울어도 봉눈엔 눈물 한방울 안나와
 
춤추는 살덩이, 잿빛으로 타버린 심장
거기 얼음골 음습한 바람이라도 한줄기 불어
멍든 가슴 덧난 생채기라도 쓸어줘야지
 
어찌 넋놓고 앉았는가, 귀면괴수 돌장승...
 
뻐꾸기 애달픔에 찬바람 진저리치는
황천길 서글퍼 걸음조차 안 떨어지는 이밤에

* * *


 

▲ 벅수나 법수로도 불리는 장승.     ©최방식


 통방울 눈, 툭 튀어나온 광대뼈, 뭉툭한 주먹코, 쩍 벌어진 입이 예사롭지 않은 장승입니다. 여느 마을 어귀에도 서있던 우리 하늘과 땅을 지키는 동네 수호신입니다. 어렸을 적엔 그 앞을 지날 때면 괜히 무서워 오금이 저리더니, 이젠 정겹기만 합니다.
 
 8월 초 울진에 다녀왔습니다. 왕피천 끝자락에 세워진 엑스포공원을 막 들어서면 마주할 수 있습니다. 금강소나무가 넓고 그윽하게 햇볕을 가려주는 델타 숲 어딘가에 저렇게 두 눈 부릅뜨고 서 있습니다. 매부리코에 빨간 혀를 내밀고서요.
 
 어릴 적에는 그냥 ‘장승’이라 불렀던 것 같은데, 남도 일원에선 장승·장성·벅수·법수·당산할아버지로, 충청에서는 장승·장신·수살막이·수살이·수살목으로, 경기에서는 장승으로, 이북에선 댱승·돌미륵으로, 제주에선 돌하르방·우석목·옹중석·거오기·거액으로 불린다는군요.

 ©최방식


 남근숭배에서 출발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크고 작은 선돌(입석) 숭배 문화와 겹쳐있다는 거죠.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려고요. 목장승은 솟대에서, 석장승은 선돌에서 유래했다는 학설이 있으나 그야말로 설일 뿐이랍니다.
 
 재료에 따라 나무장승과 돌장승으로 나뉜답니다. 목장승에는 나무장대에 새를 조각해 올려놓은 솟대형, 통나무에 먹으로 사람 얼굴을 그리고 글자를 써놓은 목주형이 있답니다. 생김새도 사람 얼굴, 귀면괴수, 미륵, 남근, 문무관형이 있고요.

▲     ©최방식

 몸체를 보면 보통 천하대장군·지하여장군이 가장 많습니다. 이밖에도 상원주장군·하원당장군 같은 도교풍, 동방청제장군·서방백제장군·북방흑제장군·남방적제장군 등 방위신장, 호법선신·방생정계 등 불교식이 있답니다.
 
 단순한 경계표나 이정표의 역할에서부터 잡귀와 질병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 주는 수호신, 그리고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민간신앙의 대상까지 역할도 다양합니다. 동네마다 장승제를 지내는데, 마을의 액을 몰아내려고 그랬다지요?

▲     ©최방식


 눈을 보면 통방울눈과 봉눈이 있습니다. 통방울눈이 가장 많은데 크고 사납게 표현한 거죠. 봉눈은 작게 표현한 것이고요. 코는 주먹코, 납작코, 빈대코, 매부리코가 있죠. 입은 송곳니가 빠져 나와 사나운 형상이 일반적입니다.
 
 장승을 만들 때 목재로는 주로 소나무를 사용한다네요. 간혹 수명이 긴 밤나무를 이용하기도 하고요. 목각 뒤 황토 칠이나 페인트칠을 해 수명을 연장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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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미 2007/08/26 [22:19] 수정 | 삭제
  • 생각나는군요. 여기 저기 벅수가 많이 서 있지요. 우리네 할머니 같은 푸근한 인상을 주는 벅수에서부터 위의 목장승처럼 위엄을 드러내며 과시하는 벅수까지요.
    울진 목장승님에게 치성이나 들여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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