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찾아 나선 양평 가을여행

포토에세이 "가을향기 가슴가득 안고... 강가 나뭇잎은 고혹"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07/10/22 [03:27]

그리움을 찾아 나선 양평 가을여행

포토에세이 "가을향기 가슴가득 안고... 강가 나뭇잎은 고혹"

최방식 기자 | 입력 : 2007/10/22 [03:27]
가을은 바람의 계절입니다. 언제나 떠나고 싶으니까요. 꼭 누굴, 어딜 찾아 가는 건 아닙니다. 그저 훌쩍 문밖으로 나서는 거죠. 맘 한 구석을 맴도는 그리움을 찾아서요. 나뭇잎, 강, 나룻배, 그리고 여행지에서 스치는 이들은 언제나 매혹적이거든요.

가을바람이 기자의 사무실에도 불어왔습니다. 몇 주 전부터 야유회를 한번 가자는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결국 지난 주말 그 유혹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그리움이 사무쳤나 봅니다. 그 바람, 그 강물, 그 나뭇잎, 그리고 그리운 이를 찾아 나섰으니까요.

가을바람이 우리에게만 불었던 건 아니었나 봅니다. 양평으로 떠나기로 했는데, 마침 그 곳에서 행사도 있었으니까요. 이런 저런 핑계로 일행은 두물머리로 향했습니다. 천호동에서 모여 양수리를 향하는 데 길이 꽤 막힙니다. 다들 핑계거리가 많아서 그랬겠죠?
 
▲ 두물머리에 찾아온 가을 그리움. 빨갛게 물들었습니다.     ©인터넷저널

▲ 강가 한적한 곳, 연인들의 속삼임이 달콤합니다.     ©최방식

▲ 가을 바람을 타고 부서져 내리는 은빛 햇볕이 눈부십니다.     ©최방식

“낯설음이 이리도 좋은데...”

사무실을 나서는 것, 서울을 탈출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여행의 그리움은 낯설음인 모양입니다. 굴레를 벗어나는 게 이렇게도 좋으니까요. 하지만 간사한 마음은 언제나 여전합니다. 그저 조금만 길이 막혀도 짜증을 내는 걸 보면요.

인터넷저널의 대표입니다. 종순 형이 먼저 점심부터 먹으러 가자고 그럽니다. 한국 최고의 해장국을 사겠다고 그럽니다. 한데 재미있는 건 그 곳이 친구 검은소님의 고향 마을이었답니다. 양평군 개군면이죠. 그 유명한 양평해장국의 원조라고 그러네요.

길이 좀 막혔지만 그럭저럭 잡담을 하며 음식점에 찾아왔습니다. ‘양평서울해장국’인데 유명세 때문인지 손님이 꽤 많습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한번 지나쳤던 검은소님 동네가 어렴풋이 생각나네요. 고민하다 내장탕을 시켰는데 맛이 일품입니다. 소주 한 병도 했습니다.

차창 밖 논에는 황금빛 나락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길 양 옆으론 자줏빛 코스모스가 여행객을 즐깁니다. 어디쯤인가 흙돌담 너머 넙적감이 제법 탐스럽습니다. 마을 한쪽 느티나무는 벌써 가을준비를 마쳤네요. 빨강, 노랑으로 유혹하는 군요.

▲ 덩그런히 강 한가운데 서 있는 돛배. 역시 그리움의 흔적입니다.     © 최방식

▲ 산책로를 따라 선 단풍은 고혹함을 더 합니다.     ©최방식

▲ 기자 몇이 훌쩍 가을여행을 떠났습니다.     ©최방식


맛있는 점심을 마치고 두물머리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영화, 드라마의 한 장면을 장식하던 그 아름다운 곳에 가만히 서 봅니다. 벌써 모두는 가을바람이 돼버렸습니다. 강물에 반사돼 찬란하게 부서지는 은빛 태양, 하얗게 하늘을 수놓는 구름 한 점을 살랑살랑 흔들어 봅니다.

돛대살만 앙상한 황포돛배는 말없이 물살을 가릅니다. 북한강과 남한강을 한 눈에 바라보며 서 있는 고목은 줄을 잇는 방문객에 마냥 신바람이 났습니다. 저만치 연인의 사랑고백은 제법 달콤합니다. 화사하게 차려입은 여인의 카메라 앞 맵시는 여행객의 눈길을 잡아끕니다.

“강 한 켠 나룻배는 고즈넉”

지난 여름 고단함을 내려놓고 이제는 강 한 켠에 쪼그리고 앉은 나룻배는 고즈넉합니다. 화려한 자태를 잃고 늪 한 가운데 구부러진 연대는 세월의 흔적입니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드문드문 서있는 단풍은 고혹한 강가 풍광을 더합니다.

행사가 있다던 곳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도착했다고요. 맥주 한잔 마시려다 짐을 싸들고 북한강 가 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효림 스님이 벌써 와계시는군요. 행사가 아직 멀었으니 어디가 차라도 한잔 하자십니다.

▲ 화사하게 차려입은 예쁜 여인이 가을맵시를 제법 뽐냅니다.     ©최방식

▲ 틀에 밖힌 삶을 뛰쳐 나오는 건 즐거움입니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마주친 이들은 모두가 낯설고 반갑죠.     ©최방식

▲ 가을바람이 마냥 좋은 나무가 하늘을 곱게 수놓았습니다.     ©최방식


갔던 길을 되돌아 담배 한 대 참을 운전하니 산 중턱에 예쁜 찻집이 하나 보입니다. 겉에서 보기에는 여느 유흥음식점과 한가지입니다. 영업을 하는지 몰라 살짝 문을 밀고 들어서니 손님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여주인이 반깁니다.

홀이 제법 높고 넓습니다. 구석구석 주인장의 아름다움이 배어납니다. 홀 안 모습을 한 참이나 구경하다 자리에 앉으니 주문을 하랍니다. 따뜻한 보리차를 한 잔씩 주면서요. 차와 커피를 한잔씩 시키고 앉아있으니 피아노 소나타 선율이 상쾌합니다.

진한 커피향을 즐기고 있는데, 쥔장이 또 뭔가를 들고 나옵니다. 서비스라며 과일을 깎아 내놓는군요. 고마울 데가. 맘씨가 참 곱기도 하지. 일행 중 누군가 사둔 엿을 줬습니다. 그리고 일행도 하나씩 무는 데, 엿 먹다 어금니 빠지게 생겼습니다.

강가 단풍은 고혹하기만...

미술관 행사는 한 연구소가 1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기금모금 전시회였습니다. 행사를 잘 구경하고 성남으로 향했습니다. 또 하나 행사가 준비된 곳입니다. 성남환경연합 창립기념식이 시내 어느 호프집에서 열린 겁니다. 밤새 술과 안주를 먹어줘야 하는 신세죠.
 
▲ 가을여행 길에 잠시 쉬러 들렀던 찻집입니다. 상호가 '카페&세상의 모든 음악'이었을 겁니다.     ©최방식
▲ 낯선 손님들을 따뜻하게 맞이해준 예쁜 카페 쥔장. 낯선 카메라는 누구에게나 좀 어색하죠?     ©최방식
▲ 음악과 영화에 꽤 조예가 깊은 모양입니다. 카페 벽을 가득 채운 음반과 DVD 작품들.     ©최방식

성남에서 활동하는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맛난 안주와 술도 양껏 즐겼습니다. 서울 건달들이 오랜만에 아름다운 곳을 두루 여행한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10월 어느 날 우리 모두는 진한 가을 그리움을 가슴 가득 안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가을이 제발 길었으면 좋겠습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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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사랑 2007/10/27 [02:01] 수정 | 삭제
  • 자미님, 검은 안경 끼고 꼭 떠너세요.
    갈 여자 자미님. 사진도 꼭 올려주시고요...
  • 자미 2007/10/26 [22:12] 수정 | 삭제
  • 나두 두 분의 갈 남자님이 쓰고 계신
    저런 썬글라스 끼고 갈 여행 꼬옥 떠나야지...ㅎㅎ
  • 총각 2007/10/23 [13:32] 수정 | 삭제
  • 근데 저기 분홍색 입은 아가씨,, 멋진 폼을 잡으셨는데.
    시집은 갔을까? 여자가 사진을 찍고 있는 걸로 봐선...
  • 카페 2007/10/23 [13:27] 수정 | 삭제
  • 카페 쥔장 눈이 너무 슬퍼보여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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