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것은 망상이 아니라 폭력이죠"

[칼럼] "국정원이 3년간 지켜보는 내내 단 한 건 위험행위 한 적 없어"

서화숙 기자칼럼 | 기사입력 2013/09/01 [11:11]

"위험한 것은 망상이 아니라 폭력이죠"

[칼럼] "국정원이 3년간 지켜보는 내내 단 한 건 위험행위 한 적 없어"

서화숙 기자칼럼 | 입력 : 2013/09/01 [11:11]
[민족/통일/역사=플러스코리아-서울의소리 공유기사] 오늘 아침 한국일보에 나온 이석기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을 비롯한, 국정원이 내란음모자로 규정한 이들의 대화록을 보셨나요?
 
서화숙 한국일보 선임기자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어느 건물을 빌려 130여명이 이석기 의원의 강연을 듣고 권역별로 토론한 내용이 실렸습니다. 거기에는 국정원이 영장을 통해 흘렸듯이 유류시설이나 통신시설이나 철도시설을 폭파하는 것도 언급되고 비비탄 총을 개조하는 방안이나 인명공격용 무기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 내용은 그동안 알려져 왔듯이 북한이 쳐들어오면 합세해서 돕겠다는 것이 아니라 남한이 전쟁을 일으키면 대비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내용이 하도 황당해서 이게 진짜로 일어날 리는 만무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과연 이걸 내란음모로 걸 수 있을까, 기껏해야 국가보안법에 나오는 북한찬양고무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더군요. 물론 국정원은 이것이 모의단계의 대화이고 해외자금이 모이는 정황 등을 추적해서 앞으로 내란이 실행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겠다고 합니다만 글쎄요,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 유치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이런 방식으로 내란이 가능할까 읽어도 읽어도 찾아내기가 저로서는 힘들었습니다.

오히려 눈에 띄는 것은 그들이 그대로 따라하는 북한식 말투 그 자체였습니다. 미 제국주의의 군사체계를 끝장내겠다, 조선민족이라는 자주적 관점에서 남녘의 혁명을 책임지는 주체적이고 자주적인…그야말로 북한을 추종하는 주사파들은 이렇게 말하고 생각하는구나가 확연한 말투였습니다.

북한, 3대 세습 독재국가지요. 이들을 지지하는 이들은 분명 대한민국의 헌법 이념인 민주공화국의 가치와는 거리가 먼 집단입니다. 이들은, 정치개입하고 지역차별하는 국정원과 똑같이 민주국가의 적이 맞습니다.

이들이 그동안 공개적으로는 북한을 추종한다고 말한 적이 없기에 저는 이와 같은 그들의 실상이 그대로 알려지게 된 점은 잘되었다고 생각합니다.그러나 이들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과장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역시 듭니다. 이들은 말로만 거창했을 뿐 국정원 주장대로라면 국정원이 3년간을 지켜보는 내내 단 한 건의 위험한 행위를 실행한 것이 없습니다. 

반면 이 사건이 알려지자 벌써 통합진보당사를 공격하고 민주당 주최 촛불집회에 총기를 들고 나타나는 이들까지 생겨났습니다. 29일 오후 7시반에 부산진구 쥬디스태화 앞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 촛불집회에 예순살 성모씨 등 2명이 나타나 민주통합당 부산시당 관계자에게 권총모양의 선원용 신호총을 보여주면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 이야기를 하면 총으로 쏘겠다’고 협박했다고 합니다. 그는 신호총은 물론 신호탄도 6발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경찰에 잡힌 이들은 ‘이석기 의원이 속해있는 통합진보당인 줄 알고 그랬다’고 말했답니다. 통합진보당이면 총으로 쏴도 된다는 말입니까? 이석기 의원조차 총으로 쏘면 안되는 게 민주국가입니다.
 
그런데도 빨갱이로 낙인 찍히면 아무나 가서 공격해도 된다는 사람들이 설치는 세상이 왔습니다. 더구나 경찰은 이렇게 위험한 사람을 불구속 입건하고 말았습니다. 국가기관이 정파에 따라 위험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면 그게 바로 민주주의의 이념을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29일 오전 9시 30분에는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소속 회원 3명이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있는 통합진보당 당사로 쳐들어와 여성 당직자 두 명에게 쇠로 만든 의자를 집어던지고 노트북까지 망가뜨렸습니다. 당직자들이 집무실 유리문을 닫아서 가로막자 유리문을 훼손하고 당직자들에게 마구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이들은 심지어 경찰이 출동한 뒤에도 당직자들에게 소화기를 집어 던지고 계속 욕설을 했다고 합니다. 경찰이라는 공권력마저 무시하고 폭력행위를 계속하는 이들은 민주국가의 기본틀 자체를 인정 안하겠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과연 좌익사상을 가진 사람보다 국가에 안전합니까?

이석기 의원을 비롯해서 통합진보당 주요 간부들이 지니고 있는 것은 다만 위험한 사상입니다. 그런데 촛불집회를 공격하고 진보당사에서 폭력난동을 부리는 것은 실제 행위입니다. 이석기 의원과 추종자들은 북한식 이념이 한국사회를 해방시킬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반대로 빨갱이는 한국사회를 망하게 할 것이라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양쪽의 생각이 다 망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전한 민주사회는 다양한 생각을 허용하고 그 생각들을 내놓고 말하고 서로 비판하고 점검하는 가운데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서 발전하는 것입니다.

이석기 의원류가 위험한 것은 생각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저런 생각을 몰래 감추고 한다는데에 있습니다. 은밀하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숨어있다는 뜻이니까요. 그 의도가 무엇인지 신뢰할 수 없기에, 대놓고 합의하고 토론하고 수정이 안되기에 위험한 세력이 되는 것이지 좌익 사상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좌익사상이면 무조건 위험하다고 제거해야 한다는 부류들은 민주주의의 적입니다. 그들은 사회가 다양한 토론과 논의로 발전한다는 것을 믿지 않고 자기 생각만 옳다고 하기에 민주주의를 위협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각이 위험한 적은 없습니다. 인간은 머릿속으로는 온갖 위험하고 더러운 생각을 합니다. 다만 그걸 실행단계로 옮기는 사람이 극소수일 뿐입니다. 이것은 이념에서도 사사로운 범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위험한 것은 망상이 행동으로 옮겨질 때입니다. 그러니 정부는 위험한 사상을 가진 사람들보다는 위험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잘 단속해주기 바랍니다. 사람들 각자도 위험한 사상이 아니라 위험한 행동을 조심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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