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창신동 아줌마, 아름다워요”

포토에세이 수다공방, 봉제여성 잔치 ‘미싱에 날개달다’ 패션쇼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07/11/11 [01:21]

“바람난 창신동 아줌마, 아름다워요”

포토에세이 수다공방, 봉제여성 잔치 ‘미싱에 날개달다’ 패션쇼

최방식 기자 | 입력 : 2007/11/11 [01:21]
깊어가는 가을 밤 바람난 아줌마들을 보고 왔습니다. 단풍잎처럼 고운 옷을 차려입고 몸을 흔들며 어여쁜 여인들이 유혹의 눈길을 보내는 곳이었습니다. 그 모습들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기자는 눈물이 다 날 지경이더이다. 여전히 모르겠다고요?

커다란 홀에 들어서니 첫 눈에 띄는 것은 ‘바람나다’였습니다. 조금 서 있으니 빨간 네 글자 곁에 ‘2007 창신동 아줌마 미싱에 날개 달다’는 무대 글씨가 눈에 들어옵니다. 전태일의 동생들이라고 하면 맞을까요? 창신동 청계천 일대에서 옷을 만드는 여성들이 벌이는 잔치였습니다.

동대문운동장역 뒤편으로 한참을 걸어가니 행사장입니다. 밖은 아무도 없어 행사를 하는 지 조차 모를 정도입니다. 서울패션아트홀 5층 엘리베이터를 막 나서는데 긴 행렬이 이어집니다. 행사참여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오신 분들이라는 군요. 기자증을 받고 행사장으로 들어서니 벌써 3백여개 객석이 꽉 찼습니다. 홀 한 가운데로 길게 난 무대가 시원해 보입니다.
 
▲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왼쪽). 오른쪽은 수다공방 대표이자 열사의 동생인 전순옥씨.     © 인터넷저널
▲ 디자인 공모에서 '인터넷저널'상을 받은 김은주씨(오른쪽)와 본지 유종순 대표.(왼쪽)     © 인터넷저널
▲ 한국패션산업발전센터 이사장 상을 받는 이형우씨(오른쪽)와 이사장인 윤경로 한성대 총장.     © 인터넷저널

“전태일 동생들 바람나다”

참여성노동복지터 수다공방(대표 전순옥)이 두 번째 패션쇼를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첫 무대를 선보였으니까요. 당시에는 행사를 못 봐서 비교하기는 좀 그렇군요. 물론 뉴스로는 들어서 알고 있지만요. 시민사회 지도자들이 수다공방에서 만든 옷을 입고 모델로 나서 관심을 끌었죠.

조금 있으니 행사시작을 알립니다. 익숙한 목소립니다. 굵직굵직한 집회 때면 울려 퍼지던 그 낭랑한 목소리. 아마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때도 무대에 섰던 것 같습니다. 최고광기씨죠. 사회자의 행사시작을 알리는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수다공방 공모전 시상식이라며 인터넷저널 소리가 들립니다.

맨 처음 시상식이 있는 줄 모르고 있다가 기자는 사회자의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이날 패션쇼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모두 수다공방이 지난 몇 개월간 공모를 통해 뽑은 디자인작품들입니다. 본지(인터넷저널)가 그 공모전을 후원했고요. 그래서 몇 개의 상이 결정됐는데 그 중 하나가 인터넷저널 언론상이었습니다.

유종순 본지 대표이사가 무대로 나서고 수상자인 패션디자이너 김은주씨(본지 인터뷰 기사 참조) 역시 마주섰습니다. 깜짝 놀라 행사를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죠. 또 하나 뒤늦게 생각난 게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줄 알았으면 수상자에게 줄 예쁜 꽃다발이라도 하나 사오는 건데 이미 늦었습니다.

▲ 행사에 참여한 심상정 의원(왼쪽)과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통령 후보.     © 인터넷저널

▲ 공모 수상작품을 선보이는 모델. 가을 색감이 은은합니다.    © 인터넷저널

▲ 전문 모델은 아니지만 맵시가 참 곱고 아름답습니다.     © 인터넷저널


수상자는 모두 6명. 인터넷저널 언론상 김은주씨, 디자이너상 오지혜씨, 한국패션산업발전센터 이사장상 이형우씨, 수다공방상 오미연씨,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상 한은경씨, 노동부장관상 염숙희씨입니다. 윤경로 한성대 총장께서도 패션산업발전센터 이사장으로 참여해 상을 수여하는군요.

‘인터넷저널상’ 김은주씨 수상

그리고 생전 처음 들어본 ‘오프닝 공연’이랍니다. 합창인데 수다공방 수료생10여명이 참여한 모양입니다. 나이는 30대 후반 쯤 돼 보이고요. 한데, 정말 놀라게 한 건 지휘자였습니다. 이광택 교수였죠. 국민대 법대 교수고 서사연 소장을 지냈던... 노래를 잘 부르지도 지휘를 잘 한 것도 아니지만 참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이어 내빈 소개가 이어집니다. 대통령 후보도 한 분 보이네요. 문국현씨입니다. 이밖에 정치인도 서너명 있습니다. 심상정 민노당 의원, 이목희·유승희 통합민주신당 의원,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 등이 축하해주러 왔군요. 그리고 수다공방 전순옥씨의 어머니이자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오셨습니다. 얼마나 감격했는지 연신 눈물을 훔칩니다. 여러 분들의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전순옥 대표가 무대에 섰습니다. “지하실, 다락방에서 일하던 이름조차 없는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하게 될 줄을 정말 몰랐다”며 “오늘의 무대를 만든 건 기적”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패션쇼’라고 했는데 내년부턴 ‘패션축제’라고 이름을 바꾸겠답니다. 행사를 후원해준 기관·기업이름을 거명했습니다. 그리고 노민기 노동부차관 축사도 이어졌습니다.

▲ 게스트 모델도 멋집니다. 왼쪽이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     © 인터넷저널

▲ 국가청소년위원장인 최영희씨(왼쪽)와 수다공방 교육생 모델.     © 인터넷저널

▲ 인기 탤런트 고두심씨도 게스트모델로 참여했습니다.     © 인터넷저널


패션무대가 시작되나 했더니 영상다큐시간입니다. 10여분 남짓. 수다공방 식구(교육생)들의 일상을 그린 것입니다. 40~50대 여성들의 열정을 담은 작품이었습니다. 전 영상을 보면서 어디선지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는 전태일 열사의 가느다란 음성이 들리는 듯 해 몇 차례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그 동생이, 그리고 청계천 봉제노동자들과 함께 이런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니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 무대를 만든 건 기적”

근사한 음악과 함께 패션쇼가 막을 올렸습니다. 5개의 무대로 나뉘어 열렸습니다. 아마 작품(디자인) 별로 시나리오가 짜여졌나봅니다. 이날 모델로는 수다공방 교육생 20여명, 그리고 축하하러 온 손님 10여명이 선정됐다고 합니다.

수다공방 교육생들은 자신이 만든 작품을 자신의 몸맵시로 무대에서 손수 보여줬습니다. 처음 서보는 자리이니 어색하기도 하련만 기자 눈엔 그렇지도 않아 보입니다. 가끔은 어색한 웃음이나 손동작이 없진 않았지만 그 것도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손님 모델로는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정강자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최영희 국가청소년위원장,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 김휘동 안동시장, 아시아나 여승무원 2명, 그리고 인기 배우 고두심, 가수 양희은과 그녀의 어머니 등입니다.

▲ 수다공방 교육생들. 작품을 만들고 직접 입고 뽐내기까지 했습니다.     © 인터넷저널

▲ 패션쇼 맨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박수를 받은 소녀 모델들.     © 인터넷저널

▲ 역시 게스트 모델로 출연한 양희은씨(왼쪽)와 그녀의 어머니.     © 인터넷저널

패션무대 중간에 잠시 토크쇼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방송 진행으로 익숙한 오한숙희씨가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김휘동 안동시장을 불러 이 행사에 참여하게 된 연유를 묻고 앞으로도 이 행사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마쳤습니다.

피날레는 역시 양희은씨.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홀 하나 가득 넘쳐흘렀습니다. 가을 정취가 뚝뚝 묻어나는 ‘아름다운 것들’(?), 한계령 등 3곡쯤 부른 모양입니다. 환호성으로 시끌벅적합니다. 그리고 안치환이 마지막 무대에 섰습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을 불렀습니다.

몸맵시 하나하나 아름다워

행사가 끝나고 경품추첨과 리셉션(만찬) 등이 있었지만 기자는 행사장을 빠져나왔습니다. 함께한 인터넷저널 대표와 다른 기자와 함께 가까운 종로6가 뒷골목 한 음식점을 찾았죠. 곱창볶음에 ‘캬’하러요. 궁금한 것도 몇 가지 있었는데,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안보이더군요. 후원자들이 고맙긴 하지만 대표가 기업·은행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할 필요까지야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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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자이너 2007/11/14 [18:26] 수정 | 삭제
  • 감동스토리입니다요. 피복노동자들이...
    이제 당당히 자기가 만든 옷을 입고 쇼무대에 선다니.
    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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