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KBS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 편에 대해 중징계인 ‘경고’를 결정했다. ‘경고’는 방송사 재허가 과정에서 감점을 받는 법정제재에 해당한다. 방심위의 주장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기는 했지만 최종 판결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적 60분>이 피고인의 입장만을 대변해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와 제11조(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방심위가 ‘정치 심의’, ‘표적 심의’를 일삼기는 했지만 이번 결정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헌법이 보장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방심위가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심의규정 11조(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는 ‘방송은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을 다룰 때에는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되며, 이와 관련된 심층취재는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추적 60분>이 방송된 시점은 1심에서 피고인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난 이후이다. <추적 60분>은 국정원의 수사 방식을 ‘심층취재’하면서 국정원의 반론까지 충실하게 담았고, 무엇보다 ‘국가기관이 무리하게 권력을 휘두르면 무고한 시민의 인권이 유린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려 했다. 이보다 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내용이 어디 있겠는가. 이런 점을 높이 평가받아 <추적 60분>은 ‘통일언론상’, ‘이달의 PD상’ 등을 수상했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관련 내용은 앞서 한겨레신문과 뉴스타파 등을 통해서도 상세히 보도된 바 있다. 방심위의 논리대로라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사건이나 통합진보당 내란 음모 사건도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 또,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기 전 1, 2심 재판 결과만 가지고 보도를 한 그동안의 모든 보도에 대해 징계해야 한다. 그런데도 방심위가 그동안 계속 눈을 감고 있다가 <추적 60분>에 대해서만 중징계를 내린 이유가 뭔가. 결국 ‘국정원과 정권에 유리한 보도는 문제 삼지 않고, 불리한 보도는 징계한다’는 고무줄 잣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아닌가. 나아가, 권혁부 방심위 부위원장은 사법권을 침해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화교가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들어와 간첩 활동을 한 것을 무죄 판결이 나기도 전에 무죄를 전제해 보도했다”고 말해 피고인을 간첩이라고 규정해버린 것이다. 이는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무시한 발언이다. <추적 60분>에게는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이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것이다. 방심위의 설립 목적은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공공성’에는 당연히 국가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포함된다. 이를 무시하고 국정원의 대변인을 자초한 방심위의 이번 결정은 방심위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다. 더 이상 방심위가 존재할 이유가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 꼴이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짓밟고 정권의 방패막이로 전락한 방심위를 즉각 해체하라. 이를 위해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강성남)은 PD연합회 등 방송 현업단체는 물론, 모든 시민사회 단체와 강고한 연대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도록 방송사 및 감독?심의기구의 지배구조를 반드시 바꿔낼 것이다. 2013년 11월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원본 기사 보기:서울의소리 <저작권자 ⓒ 인터넷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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