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친구로 채워 프레스프렌들리?

[광화문단상] 방송·인터넷·신문 옥죄는 노골적 언론통제 음모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08/06/18 [14:03]

언론사 친구로 채워 프레스프렌들리?

[광화문단상] 방송·인터넷·신문 옥죄는 노골적 언론통제 음모

최방식 기자 | 입력 : 2008/06/18 [14:03]
이명박 정권의 ‘프레스 프렌들리’가 말썽이다. 언론장악 음모가 노골화하고 있어서 그렇다. 권력의 ‘검은 촉수’는 과연 전방위적이다. 방송가에 가장 먼저 새까만 그림자가 드리운 모양이지만 그 뿐 아니다. 인터넷에서도 신문에서도 옥죄어 오는 손길이 거칠고 노골적이다.

애초 이 정권은 출범하며 ‘언론 자유’를 다짐했다. 영어에 미친 인간들은 이를 굳이 ‘프레스 프렌들리’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프렌들리’라는 외래어를 가져다 붙인 게 둘인데 그 중 하나가 언론이다. 다른 하는 기업(그들 표현은 비즈니스)이었다.

MB정권은 희한한 수사를 동원해 전임 정권의 기자실 폐쇄와 브리핑룸 통폐합을 조롱했다. 이보다 앞선 2003년에도 한나라당은 노 정권이 자신의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언론인을 KBS 사장으로 임명하자 ‘공영방송의 권력 도구화’라 비판했다. 그 언론인은 ‘8일 사장’으로 물러났다. 정권의 과욕이 부른 ‘인사실패’였다고나 할까.
 
‘검은 그림자’ 드리운 언론가
 
한나라당과 MB정권은 이렇게 언론자유 의식을 뽐내고 그 실천을 다짐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프레스 프렌들리’라는 말까지 써가며 언론을 향해 “잘해봅시다”고 선언하고 맹세했다. 언론자유가 민주주의 근간이라는 표현까지 썼을 정도다.

▲ 최시중씨 임명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외치는 언론인들     ©임동현 기자


한데, 집권 100일도 안 돼 ‘프레스 프렌들리’는 오간데 없다. 이 정권은 언론통제 시나리오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그 정점에는 대선 캠프에서 상임고문을 지냈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있다. MB 당선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던 이다. 인사청문회 장에서는 ‘방송의 독립·중립성을 지키겠다’고 했다나. ‘소가 웃을 일’이다.

그가 방통위원장이 되고 나온 정책은 이랬다. KBS 정연주 사장 퇴진과 MB캠프에서 방송전략실장으로 일했던 김인규씨 천거설, YTN 사장에 캠프 방송상임특보를 지낸 구본홍씨 밀어넣기,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에 캠프 공보특보단장을 지낸 양휘부씨 내정이다.

그뿐 아니다. 아리랑TV, 스카이라이프, EBS 사장, 그리고 언론관련 기관장들을 대선 때 공을 세운 사람들로 채울 것이란 이야기가 난무하고 있다. 이 쯤 되면 막가자는 속셈을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한국의 공영방송을 자신의 당선을 위해 공을 세운 심복 특보들에게 통째로 맡기고 있는 것이다.

MB정권의 언로장악 시나리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틀어쥐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MBC의 경우는 민영화다. 촛불문화제 위력을 절감한 인터넷언로 장악에도 강한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 관련 비서관을 두기로 한 것이나 ‘인터넷실명제’를 전 포털·언론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그 수순으로 보인다.
 
‘방송독립’ 지켜? 소가 웃겠다
 
딱 하나 ‘프레스 프렌들리’가 지켜지는 현장이 있다. 이 정권과 조중동 등 이른바 보수매체들과의 거래에서다. 우려하지 않았던 바는 아니지만 조중동의 ‘정권 나팔수’ 노릇은 분명해졌다. 정권 실세와 ‘프렌들리 언론’의 거래도 확인됐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부정을 한 보수언론이 숨기려다 들통 났으니까.

이정도면 그 희한한 표현을 빌더라도 ‘프레스 언프렌들리’ 아닌가. 입맛에 맞는 매체와는 프렌들리 해 고위공무원 부정까지 숨기는 협력을 하고, 그렇지 않은 미디어는 통제하려는 속셈을 집권 100일만에 드러냈으니 말이다. 꼼수 솜씨하고는 정말 하수다.

오죽했으면 ‘광우병 촛불’이 ‘언론 촛불’이 됐을까? 촛불에 놀란 MB정권은 민심을 잘 몰랐다고 했다. 대통령이 사과하고 국민 생명이 최우선이라며 광우병 쇠고기 수입논란을 잠재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친 촛불’이 희미해지는 가 싶으니 또 얕은 꼼수다.

국민은 정권이 팽개쳐버린 생명과 검역주권을 되찾으려고 밤마다 촛불을 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물대포를 맞고, 경찰의 방패에 찢기고, 군홧발에 짓밟히며 광화문 네거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한데, 정권은 ‘화난 촛불’ 앞에 ‘명박산성’을 세워놓고 다시 저급한 장난을 치려한다.

KBS 정연주 사장 몰아내기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토끼몰이도 아니고, 청와대에 방송통신위원회, 감사원·국세청·검찰이 총동원됐다. 검찰의 정 사장 소환수사는 압권이다. 법원의 조정권고를 받아 국세청과 세금시비를 마무리 지었는데 배임 혐의란다. 시비로 세금을 많이 거둔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또 뭐야? 왜 세금을 내란대로 많이 냈냐는 것인가?
 
‘명박산성’ 세우고 저급한 장난...
 
이쯤 되면 정말 기가 턱 막힌다. 검찰은 배알도 없다. 정권의 ‘청탁 수사’나 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치권에서 해야 할 일을 검찰이 하고 있다”는 한 검찰관계자의 말은 그나마 자조다. ‘검찰의 정치 중립’은 또 물 건너가는 셈이다. 청와대가 ‘수사 프렌들리’라도 한마디 해줘야 할 때 아닌지 모르겠다.

누구나 아는 언론의 자유를 이 정권 관계자들만 모르는 것 같아 한마디 해둔다. 구미에 맞는 매체를 좋아는 건 제 맘일 테니 그냥 두자. 하지만, 비판언론이 싫더라도 통제하지 말라는 거다. 달콤하든 씁쓸하든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하는 게 ‘언론자유’니까. ‘조중동 프렌들리’로 착각하지는 말라. 언론사들을 친구(보은)로 가득 채우는 ‘프레스 프렌들리’는 더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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