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오스의 눈물, 이명박, 그리고 촛불

[광화문단상] 멀마나 많은 귀 가져야 울음소릴 들을 수 있나?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08/06/27 [13:22]

에오스의 눈물, 이명박, 그리고 촛불

[광화문단상] 멀마나 많은 귀 가져야 울음소릴 들을 수 있나?

최방식 기자 | 입력 : 2008/06/27 [13:22]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 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 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불과 20일도 안된 일입니다. 광화문 네거리에 이 노래가 울려 퍼지던 순간이었습니다. 70만명이 모여 촛불을 들고 ‘미친소 안 먹어’를 외치던 때였죠. 6·10항쟁 기념일기도 했습니다. 21년 전 전두환 독재정권의 간악한 폭력에 마지막으로 목숨을 걸고 맞섰던 바로 그 자리에서 올려 퍼진 노래입니다.

똑 같은 시각이었을 겁니다. 청와대 뒷산 캄캄한 산중턱이라고 그랬나요?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 행렬을 봤다고 했습니다. 애송하던 ‘아침이슬’ 노랫소리도 들었다고 했고요. 그리곤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감성 어법까지 동원했습니다. 국민의 요구, 어머니의 맘을 살피지 못해서 그렇다나요.
 
‘아침이슬’은 ‘에오스의 눈물’
 
고대 그리스 역사에 에오스라는 여신이 있습니다. 로마신화에는 오로라로 등장하죠.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의 손녀딸이며, 태양신 헬리오스와는 오누이, 달의 여신 셀레네와는 자매지간입니다. 매일 아침 태양이 떠오르면 ‘장밋빛 손가락’으로 밤의 장막을 거두는 ‘새벽의 여신’이죠.
 
▲ ‘아침 이슬’(에오스의 눈물)에 눈이 부은 이땅의 에오스에게, 그리고 머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랩니다. “얼마나 더 많은 귀를 가져야 남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그래도 모르겠나? 이 머슴들아! “대답은 바람결에 실려 온다네...”     © 김오달 기자


흰 날개와 금빛 머리카락의 매력적인 에오스를 전쟁의 신이자 제우스의 아들인 아레스가 사랑하며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아레스를 좋아하는 아프로디테의 질투를 산 거죠. 그의 저주로 에오스는 아레스 이외의 남자만 사랑하게 되죠. 에오스는 신이 아닌 트로이 왕자 티토노스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 사이에서 난 아들이 트로이전쟁에 등장하는 맴논입니다.

맴논은 트로이 왕자 헥토르가 그리스 장군 아킬레우스와 싸우다 죽자 돕겠다고 나섰습니다. 트로이왕 프리아모스가 바로 아버지의 형제였거든요. 하지만 그 역시 아킬레우스의 칼에 죽고 맙니다. 에오스는 또 다른 아들인 바람의 신에게 사랑하는 아들의 시체를 데려오게 했습니다. 그리곤 밤새 슬피 울었고요. 매일 아침 풀 섶에 내린 이슬은 그녀의 눈물이지요.

‘아침 이슬’은 ‘에오스의 눈물’이랍니다. 비운의 사랑과 저주, 마침내 인간과의 사랑. 그리고 낳은 자식을 전쟁터에서 잃은 어미의 아픔. 생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남편과 아들의 안위가 늘 걱정거리였고, 그 때문에 밤새워 흘리다 보니 온 대지를 적시는 눈물입니다. 아내이자 어머니인 에오스의 ‘아름다운 눈물’이고요.

‘성난 촛불’은 지금 50일째 타오르고 있습니다.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는 성난 어머니의 분노였습니다. 정권안보를 위해 한국의 식탁을 더럽히고 국민의 생명을 팽개친 ‘미친 정부’를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아장아장 걷는 앤 손잡고 청계광장으로 모여 밤새 ‘미친소를 들여오지 말라’고 통곡한 것입니다.
 
촛불은 성난 어머니의 눈물
 
‘촛불소녀’는 엄마의 분신이었습니다. 가사에 지친, 광장이 낯선 어머니를 대신한 것이죠. 학교를 마치자마자 교복 갈아입을 틈도 없이 가방을 메고 나온 건 엄마의 요청 때문이었습니다. 미친소 때문에 한가하게 공부나 하고 있을 수가 없다고 그랬습니다. 미친소 몰고 와 ‘아린쥐’ 외치며 자신과 친구를 시험기계로, 죽음으로 내모는 게 무섭다고 했습니다.

아, 그런데 이 정부는, MB는 어땠습니까? 다 퍼주고 뭐라 했습니까? 미국인이 다 먹으니 안전하다고 했습니다. 혈세로 광고까지 했고요. 거짓말이 들통 나자 역정까지 내더군요. 그도 안 되자 30개월 이상 소는 수입 안겠다고 안심하랬죠? 또 꼼수, 그리고 ‘추가협상’을 했고요. 또 ‘뼈저린 반성’을 했다고 했고요. ‘아침 이슬’을 들먹이면서요.

정부와 MB는 쇠고기협상을 마무리 지었다고 했습니다. 이제 무조건 안전한 미국산 쇠고기를 즐기랍니다. 한미 당국간 합의 내용도 공개하지 않고 수입위생조건 장관고시를 했습니다. 여론파악 뒤 고시해도 늦지 않다는 요청도 거부했습니다. 아예, 촛불을 끄랍니다. 광화문에선 노골적 폭력이 시작됐고요. 좋은 말 할 때 그만 두라는 식입니다.

광우병 위험성을 제대로 취재·보도한 ‘PD수첩’을 죽이겠다고 검찰을 동원했습니다. 촛불은 빨갱이들이 켠 불손한 움직임이라고 그럽니다. 계속 광화문에 나오면 불법 덫 씌우기로 가만 두지 않겠다는 툽니다. 아고라를 비롯한 인터넷 상의 민주적 토론광장엔 ‘검은 촉수’가 드리우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엔 벌써 ‘언론통제’의 그림자가 진합니다.

아 정말 무서운 정부입니다. 뼈저린 반성도, 어머니의 맘을 살피는 온정도 없는 거짓말쟁이들입니다. 광장엔 이제 축제도, 소통도 없습니다. 물대포와 소화기뿐입니다. 그리고 제 주인을 물겠다고 덤벼드는 ‘권력의 개’만 가득합니다. ‘아침 이슬’의 아픈 어머니 맘을 저들은 언제나 알아차릴까요.
 
“바람결에 답이 실려있다네”
 
밥 딜런이 불렀습니다. 64년 ‘프리덤 서머’ 때 울려퍼졌던 그 노래죠. 21년 전 광화문에서도 ‘아침 이슬’에 이어 터져 나온 노랩니다. ‘아침 이슬’(에오스의 눈물)에 눈이 부은 이땅의 에오스에게, 그리고 머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랩니다. “얼마나 더 많은 귀를 가져야 남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그래도 모르겠나? 이 머슴들아! “대답은 바람결에 실려 온다네...”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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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사랑 2008/06/28 [11:31] 수정 | 삭제
  • 이근무 선생님 오랜만이고 반갑습니다. 가슴이 아파 잠을 못주무셨군요. 28일 새벽 광화문 네거리는 경찰이 점거했더군요. 이젠 검은 제복의 경찰이 농성하는 것 같습니다.
  • 이근무 2008/06/28 [01:48] 수정 | 삭제
  • 멀리서 함께하는 가슴을 느낍니다.
    시대를 절규하는 기자의 가슴이 전해져 옵니다.
    밤이 깊어도 잠이 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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