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방송모니터 전문]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막말을 SNS에 올려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27일 “댓글 정치의 원조는 노무현 정부였다”라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주장의 근거로 정 의원이 제시한 것은 2006년 참여정부 당시 국정홍보처가 발송한 ‘국정브리핑 언론보도종합 부처 의견 관련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입니다. 정 의원은 이 공문의 “해당 언론사의 인터넷 홈페이지 해당 기사에 부처 의견 실명 댓글 기재”라는 문구를 문제 삼았습니다. 정부가 주도하여 공무원들에게 댓글을 달라고 종용한 근거라는 것이지요.
우선 해당 공문은 공식 문서로 각 부처 내 홍보 담당자들에게 발송되었으며, 댓글 역시 실명으로 달도록 적시하고 있습니다. 주된 목적도 ‘정부 정책과 관련하여 잘못된 보도가 나왔을 경우 해당 부처가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정부 부처의 일상적 업무 영역에 속하는 활동이지요.
사실 정부가 각 언론사에 개별적으로 ‘연락’을 넣어 ‘내려달라’ 혹은 ‘수정해달라’고만 요구하는 대신, 누구나 볼 수 있는 댓글을 이용해 사실관계를 즉시 바로잡으려 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받을만한 시도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댓글을 달았다고 ‘별도의 급여’가 지급되는 것도 당연히 아니었습니다. 한마디로 노무현 정부는 공문을 통해 통상적이며 합리적 대응을 지시했을 뿐입니다.
또 이런 댓글을 단 ‘요원’들에게는 별도의 활동비가 지급되었는데요.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은 2009년 5월~2012년 12월간 민간인으로 구성된 30개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하며 인건비로 한 달에 2억5000만~3억 원을 썼으며 지난 2012년에만 총 30억 원을 지출했다고 합니다. 종합해보면 정 의원은 MB 정권하에서 발생한 명백한 헌정 유린 행위와 노무현 정부가 시행한 정상적인 소통 활동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해가며 생떼를 쓴 셈입니다.
KBS․SBS는 미보도
△ ‘정진석 공개 문건’에 대한 보도 여부(9/27) ⓒ민주언론시민연합
보도 내에서도 JTBC는 “공개적인 홍보 활동과, 이명박 정부의 불법 활동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지만, 해당 부처 공무원에게 실명으로 부처 입장을 적극 밝히라고 지시한 것과,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민간인을 동원해 외곽팀을 꾸려,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사건을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라고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 ‘정진석 공개 문건’에 대한 보도 제목 비교(9/27) ⓒ민주언론시민연합
특히 MBC와 TV조선, 채널A는 아예 보도의 구성부터가 판박인데요. ①앵커가 먼저 ‘맞불’ ‘여야의 대립’ ‘과거사 전쟁’ 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의 운을 떼면, ②기자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막말 억지’ 주장을 전달하고, ③이어서 짧게 여당이 MB를 얼마나 압박하고 있는지를 부각하며, 이를 위해 정 의원의 지적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동문서답처럼 보이는, 여당 관계자 발언을 덧붙여 보여주는 식입니다.
MBC․TV조선․채널A, 동문서답식 민주당 발언만 옮기며 적극적인 물타기
게다가 그 내용 역시 제대로 된 반박이 아닙니다. 기자는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면서 검찰 수사를 거듭 압박했습니다”라며 먼저 여당이 얼마나 MB를 압박하고 있는지를 강조한 뒤 “노무현 정부 댓글 문건 논란에 대해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댓글 공작 의혹과는 성격이 달라 상대할 필요를 못 느끼겠다고 일축했습니다”라고 전하고 있을 뿐이니까요. 사실상 이 둘이 왜 비교 불가능한 사안인지는 설명하지 않은 것이지요.
무엇보다 MBC는 보도 내에서 “실명으로 하도록 했지만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정책홍보 사이트에 직접 댓글을 달며 공무원들을 독려했습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여 놓기도 했는데요. 굳이 ‘실명’보다 ‘정부 독려’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측면에서 명백히 ‘이 문건은 잘못된 것’이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는 설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노무현정부가 댓글의 원조였다는 정진석 의원의 억지 주장을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전달한 MBC(9/27)
이런 수법은 TV조선에서도 반복되었습니다. <“댓글 원조는 노 정부”>(9/27 https://goo.gl/vFE1sa)에서 TV조선은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반격”에 나선 것이라 소개하며, 이 뒤에 정진석 의원, 주호영 의원, 안철수 의원,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의 문재인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적폐로 규정한 온갖 공세를 나열했는데요.
이 뒤에 25초가량 붙여 놓은 민주당 측의 입장은 그나마 추미애 대표 한 사람의 “평범한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펼친 것은 마치 5.18 광주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군사작전을 펼쳤던 전두환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노무현 정부 활동과 국정원 댓글 공작을 비교하는 건 모욕”이라는 발언이 전부입니다. 여기에도 ‘비교하지 말라’는 주장만 들어있고, 왜 비교 불가한 사안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는 것이지요.
실제 위 보도는 제목 등을 통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논의”에 주목하는 척 하고 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정진석 의원의 ‘노무현 댓글 원조’ 주장이나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의 ‘문재인 정부의 언론 장악’ 발언을 전달하고 있을 뿐입니다. 심지어 MBN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한 여권의 ‘반발’조차 전하지 않았습니다. /민언련 방송모니터 <저작권자 ⓒ 인터넷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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