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로케이션'은 사행성조장 독버섯"

[네티즌칼럼] 학교 주변 게임기 추방, 게임진흥정책 손질부터

이영일 | 기사입력 2009/01/29 [01:27]

"'싱글로케이션'은 사행성조장 독버섯"

[네티즌칼럼] 학교 주변 게임기 추방, 게임진흥정책 손질부터

이영일 | 입력 : 2009/01/29 [01:27]

▲ 학교앞 미니게임기 설치를 금지해야 한다는 캠페인 포스터.     © 이영일

서울시내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미니게임기가 눈에 띄게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특히 동전을 넣고 배팅을 해 칩이나 코인을 받은 뒤 이것을 문구점에서 가격에 상응하는 물품 또는 돈으로 교환하던 사행성 게임기의 자취가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서울흥사단이 지난해 11월과 12월 2개월에 걸쳐 강북지역 5개구(동대문구, 강북구, 성북구, 노원구, 도봉구)관내 109개 학교 주변 187개 문구점을 대상으로 사행성 미니게임기 설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총 8대로 조사되어 거의 자취를 감춘 것으로 확인되었고 싱글로케이션 제도에 의해 한 문구점당 2대까지로 설치를 금지한 조항을 위반한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이는 2008년 8월 4일부터 초등학교 앞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서 모든 종류의 미니게임기를 설치할 수 없도록 개정된 학교보건법의 효과로 판단된다.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의 내용상 정화구역내 게임기 설치 금지조항을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처벌조항이 매우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니게임기 감소 원인이 문구점 업주들의 의식 개선에 의한 자발적 현상이 아니라 법률에 의한 강제적 규제에 의한 것이기에 실제 단속과 감시활동이 지속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 다시 독버섯처럼 확산될 개연성이 높다.


 

이번 조사에서도 학교보건법 개정이후 구청이나 교육청, 경찰에서 단속이나 계도를 나온 곳이 한곳도 없었다는 문구점 업주들의 말속에서 업주들이 법률 개정 이후의 상황에 대해 눈치를 보며 관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독버섯같은 미니게임기를 완전히 추방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제도적 보완책 수립이 요구된다.


 

첫째, 학교장의 정화구역내 미니게임기 설치 규제 의무를 강화해 학교에서 주변 문구점들의 위반 여부를 상시 감시하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일선 학교에서는 주변 문구점 등에서 벌어지는 이 사행 행위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따라서 교육부는 초등학교들이 정화구역내 사행성게임기 설치 여부 조사와 퇴출 노력을 분기별 또는 반기별로 보고토록 의무화하고 문구점 업주들에 대한 간담회 개최와 캠페인 전개등의 노력을 병행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둘째, 정화구역내 미니게임기 설치 금지 위반행위를 청소년보호법상 신고포상제 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 현재 미니게임기는 학교보건법과 게임산업진흥법상의 제재를 받도록 되어 있으나 정작 청소년보호법에 규정되지 않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되어 왔다.


 

우리나라 문구점들이 대부분 영세한 규모로 과도한 조치가 아니냐는 반발이 있을 순 있지만 그동안 문구점들이 아이들을 보호하는데 전혀 신경쓰지 않아 왔음을 본다면 그런 반발은 설득력이 없다.


 

셋째, 싱글로케이션(single location) 제도의 폐지가 미니게임기 완전 추방의 관건이다. 싱글로케이션은 게임산업진흥법상 게임장이 아닌 일반 영업소(문구점, 편의점, 당구장, 커피숍, 노래방, 레스토랑 등)에도 미니게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인데, 이번에 학교보건법의 개정으로 초등학교 앞에서는 이 제도에서 규정하고 있는 배팅기능 게임기 설치금지와 3대 이상 설치금지 조항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는 시스템 보완을 불러왔다.


 

그러나 정화구역밖에서는 여전히 싱글로케이션 제도의 보호를 받는 미니게임기들이 버젓이 아이들을 유혹하고 있어 법률의 사각지대(Dead Zone)를 형성하고 아이들의 놀이동선을 정화구역밖으로 확대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싱글로케이션 제도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학교보건법을 아무리 강화해도 밑빠진 독에 물붓는 격이 됨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더러운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한방’을 외치거나 피가 튀는 게임에 몰두하며 ‘죽어라’를 외치는 이 기막힌 현상은 2002년 당시 문화관광부가 게임산업을 육성한다며 이 싱글로케이션 제도를 도입하면서부터고 그 배경에는 청소년보호보다 게임산업 육성이라는 논리가 강하게 작용했다.
 
서울시내 10만개 업소에 2대씩의 게임기만 설치해도 1,200억의 시장이 창출된다며 고사리 손으로부터 거둬들인 달콤한 돈맛에 빠진 게임업계는 지난 7년간 게임산업 진흥만큼이나 중요한 청소년 보호 의무를 도외시한채 실외설치 금지조항과 설치댓수 위반 금지 조항, 배팅기능 게임기 설치금지를 모두 무시하며 초등학교 앞을 예비도박장으로 만들어 와 놓고선 아직도 싱글로케이션 제도 폐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문화관광부도 그동안 미니게임기 폐해를 나몰라라 수수방관해 왔으면서 정작 뒷수습은 교육부와 보건복지가족부가 하고 있고 문구점은 아이들에게 성인오락실의 게임배팅기기를 제공하는 도박장으로 변질되어 왔다.
 
이제 온 나라 구석구석에 독버섯처럼 기생한 실패한 정책의 산물인 미니게임기를 추방하고 아이들을 폭력과 사행성에 물든 청소년유해환경에서 차단하기 위해 정부와 관련기관의 분발과 제도적 보완이 꼭 필요한 때이다. 학교와 학부모, 관계당국의 전향적 수용을 기대해 본다.
 
싱글로케이션(single location)제도의 주요 내용

  ① 전체이용가로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기만 설치 가능하고 배팅, 경품기능을 가진 게임기 설치 불가

  ② 한 문구점당 2대이상 게임기 설치 불가

  ③ 게임기는 영업소 내부에 설치하되 통행인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차단물을 설치한 경우에만 조건부 승인

  ④ 영업주가 임의대로 문구류 등 경품을 제공하는 등 게임을 하도록 유도하는 일체의 행위 불가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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