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비’로 ‘골목 지키기’ 사회연대

[기획下] 재래시장·골목상권, 대기업SSM 싹쓸이에 맞짱뜨기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09/08/11 [15:58]

‘착한 소비’로 ‘골목 지키기’ 사회연대

[기획下] 재래시장·골목상권, 대기업SSM 싹쓸이에 맞짱뜨기

최방식 기자 | 입력 : 2009/08/11 [15:58]
소비자들은 그간 ‘착한 소비’가 뭔지 별 고민 없이 살아왔다. 먹고살기 바빠 그럴 여유조차 없었던 게 사실. 그저 좀 싸다면 가보고, 같은 값이면 질이 좀 좋은 걸 구매하는 게 그나마 현명한 건 줄 알았다. 그래서 허름한 재래시장이나 동네 슈퍼보단 대기업 할인점이나 편의점을 선호한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젠 그리 해선 안 된다. 몰라도 별 문제 없을 때가 좋은 시절이었을 뿐이다. 소비자의 생명과 선택권, 그리고 공동체의 번영이 위협받게 됐으니 싫어도 알아야 한다. 왜 대기업들이 골목상권까지 집어삼켜서는 안 되는 지, 이를 막으려면 소비자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깨달아야 할 때인 것이다.

‘착한 소비’의 대명사로 떠오른 공정무역이라는 게 있다. 알 테지만 한 번 더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다국적 기업들이 3세계 빈민들의 생산품을 헐값에 사들여 가공·재가공한 뒤 유수 브랜드를 붙여 세계 주요시장에 고가에 팔아 부를 챙기는 이른바 ‘착취’를 막아보자는 것이다.
 
“선택 다양화? 한번 죽으면 끝”
 
다국적 브랜드를 사지 말고 현지에서 직접 들여온 상품을 공정한 가격에 구매해 생산자에게 적정한 이윤이 돌아가도록 하자는 것. 그래서 다국적 유통회사들이 거의 대부분의 부를 가로채는 걸 막아보자는 것. 그러고 보니 공정무역 하면 떠오르는 사례가 있다. 스타 벅스.

▲ 대기업들의 골목진출(SSM)로 전국의 600만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 최방식 기자


세계 최고급 커피를 생산하는 에티오피아 커피농업인들은 아무리 좋은 커피콩을 팔아도 하루 한 끼 해결하는 게 원활하지 않은 삶을 산다. 하지만 이를 가공해 세계시장에 내다 파는 스타 벅스는 지금 40개국에 1만3천여개(한국에도 2백여개) 체인점을 가진 순수익만 매년 60억달러(2006년)를 올리는 세계 100대 ‘최고 직장’을 자랑한다.

옥스팜 등 공정무역 캠페인을 벌이는 국제 시민단체에 따르면, 에티오피아산 상급 모카커피 한 잔(순수 블랙)은 평균 4천여원에 팔리는데, 현지 농민들한테 사들이는 원가는 35원에 불과하다고. 100배가 넘는 이윤을 독심하며 고수익을 올리지만 원재료를 파는 농부는 끼니해결도 어렵다니 놀랍다.

이야기가 좀 딴 데로 샜다. 대기업들이 골목상권까지 진출하는 게 뭐 어떠냐고 할 수도 있다. 기존 슈퍼에 비해 가격 비싸지 않고 질 안 떨어지며 위생·환경 깨끗하면 된 거지 뭘 더 바라냐는 그들의 항변도 나올 법 하다. 또 대부분이 그리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몇 가지만 따져 봐도 틀린 말임을 곧 알아 챌 수 있다. 먼저 골목과 재래시장에서 먹고 사는 소상인은 망한다는 사실이다. 나일 수도 있고 이웃이나 친인척일 수도 있다. 직접적 피해자인데 그 수가 많다는 게 문제. 2008년 자영업자 수는 6백여만명. 경제활동인구가 2천만명을 조금 넘는다니 4명중 1명은 자영업자인 셈. 이런 낭패가 있나?
 
“공정무역, 다른 세상 가능”
 
그뿐 아니다.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 있는데, 대기업이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땐 ‘싸고 질 좋은’ 홍보를 앞세운다는 점. 이 사탕발림에 속는 게 문제다. 시장 지배사업자가 되면 횡포를 부려도 돌이킬 수가 없다. 통신(전화, 휴대폰, 인터넷), 자동차, 전자제품, 교복, 유류 등을 겪고도 모르겠는가?

이웃과 어울려 사는 공동체 따위는 대기업의 제일목표 이윤 앞에 아무 것도 아니다. 돈벌이와 그를 위한 상술 앞에 온정도 이웃도 무너져 갈 테지만 관심 밖이다. 골목골목 사람 사는 세상은 그렇게 붕괴돼 갈 것이다. 돈은 전국 6백만명의 이웃·친척·가족 상인이 아닌 몇 명의 재벌 금고에 쌓여갈 것이고.

▲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가로채기...     © 최방식 기자


식품의 경우는 조금 더 특별한 문제점을 노출시킬 것이다. 건강에 최고라는 ‘로컬 푸드’, ‘슬로푸드’는 요원해져 간다. 우리 콩·밀·옥수수, 한우, 경기쌀, 순창고추장, 서산마늘 등 신토불이 음식 모두에 대한 믿음도 사라져 갈 것이다. 대기업들은 오히려 자기들이 품질을 더 잘 유지할 수 있다고 우길지 모르겠으나, 천만의 말씀이다.

대기업들은 이미 보여줬다. 광우병 파동이 나고 미국산 쇠고기에 국민적 거부감이 하늘을 찌를 때 이를 들여다 팔면서 산지를 속여 팔다 들통 났다. 최고의 목표가 돈벌이일 테니 생명과 신뢰는 그 다음 쯤... 벌이가 낫다면 품질은 따질 필요가 없을 터. 캘리포니아산 쌀을 앞 다퉈 판 것도 수입품을 국산으로 속여 파는 것도 그 때문. 뾰쪽한 수가 없다.

유통망을 휘어잡은 이들이 이게 좋다 저게 좋다 하면 그리 하는 것이다. 그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는 것이고. 특정 상품만 팔아도, 특정 상품을 안 팔아도 어찌 할 길이 없다. 안사면 될게 아니냐 하겠지만 자율·재래 상권이 무너졌는데 어디서 구매한단 말인가. 후회해도 늦은 회한뿐.
 
“안사면 된다고, 천만의 말씀”
 
피서 인파로 전국의 유원지와 도로가 몸살을 앓는다. 더위를 피해 시원한 산과 들로 휴가·휴양을 떠난다. 한적한 데를 찾아 소박한 인심과 자연에 파묻히고 싶은 때다. 하지만 처가 남원에도 내 고향 마을에도 이제 그런 데는 없다. 어딜 가나 그 할인점 그 상품뿐이다. 초라하게 간판만 남은 재래시장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접수하는 날 마지막 남은 철수네 슈퍼마켓도 순이네 생선가게도 더 이상 찾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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