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민사회 합의만이 상처치유 가능"

[논평전문] 언개련 "헌재의 고뇌에 찬 판결에 연민의 정을 느낀다"

인터넷저널 | 기사입력 2009/10/30 [14:24]

"다시 시민사회 합의만이 상처치유 가능"

[논평전문] 언개련 "헌재의 고뇌에 찬 판결에 연민의 정을 느낀다"

인터넷저널 | 입력 : 2009/10/30 [14:24]
[논평전문] 다시 사회적 합의만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 헌재의 고뇌에 찬 판결에 연민의 정을 표하며

오늘 헌법재판소는 신문법, 방송법, IPTV법 등 언론악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가결 선포 권한쟁의심판청구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신문법과 방송법의 표결 과정에 국회법을 위반했고, 야당 의원들의 표결권이 침해됐으나 가결선포된 법안의 효력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판결문에는 헌법재판관들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두 차례 공개변론 과정을 거친 것도, 약 세 달이라는 오랜 시간을 소요한 점도 그러하다. 헌법재판소는 최후에 과정과 절차는 위법하지만 효력은 인정한다는 모순된 결론을 선택했다. 헌재의 이같은 판결은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에 있어 헌법의 해석과 법치의 정도, 그리고 헌법재판소가 차지하는 지위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로 작용할 것이다.

원인 제공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했다. 한나라당이 2008년 말에 언론악법을 내놓으면서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데 실패했고, 국회에서 재투표, 대리투표라는 소동을 일으켰다. 급기야 한법재판소마저 논리적인 모순에 빠지도록 강제했다. 한나라당의 실력 행사가 시민사회, 국회, 헌법재판소를 가리지않고 모두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한국의 대의제 미디어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하며 자리잡아왔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 방송의 공적 책임,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문화향상과 공공복리 증진 등 대의제 미디어의 가치는 하루아침에 정립된 것이 아니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과도 하나의 맥락을 이룬다. 한나라당의 언론악법은 이같은 대의제 미디어, 대의 민주주의의 가치를 전복하는 시도였다. 방송의 공공적인 요소는 배제하고 산업적인 요소를 강조하되, 대의제 미디어를 발전시켜온 당사자의 이해는 일절 고려하지 않았다. 오직 산업적 측면 즉 자본이 미디어를 소유하고 미디어컨텐츠의 생산.유통을 가능케 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방송법도, 헌법도,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의 상식적 이해와도 마찰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언론 당사자들이 세 차례에 걸쳐 파업을 한 것, 최문순, 천정배 의원이 의원직을 박차고 나온 것,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만배의 고통을 감내한 것은 모두가 대의제 미디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각종 설문에 대한 최소 60% 이상의 여론의 지지도 이와 일치한다.

헌법재판소가 모순에 빠진 판결을 내놓은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헌법의 기본권에 부합하고 국민의 법감정에 충실한 판결을 내리자니 정치현실을 감당하기 어렵고, 정치현실을 고려하자니 민주주의의 상식조차 온전하게 소화하지 못하게 되는, 그래서 궤변의 당사자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입법자의 최초 발의 이후 시민사회가 요동을 치고, 국회에서 난동이 일어나고, 급기야 헌법재판소가 자신의 존립근거마저 부정하는 판결을 내리게끔 한 언론악법 사태가 일단락되었다. 이제 호흡을 가다듬을 때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돼 우리 사회를 온통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갔는지를 차분히 짚어볼 시간이 되었다.

사회는 발전하고 민주주의도 발전한다. 사회구성원들이 이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한 분명코 그렇게 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모두 맨 처음 혼란에 빠졌던 그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 오늘 무엇이 우리 사회구성원들을 이처럼 흥분하게 만들었는지를 짚어내야 한다. 대의제 미디어의 발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노력을 중단하면 안 된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고뇌에 찬 판결에 연민의 정을 표하는 바이다.

2009년 10월 29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연대)


  • 도배방지 이미지

인터넷언론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