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대북강경책 불만' 위키리크스 폭로

현정은 회장 "북보다 남한에 더 많은 장애물", 그룹 "사실아냐" 해명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1/01/05 [10:11]

'MB 대북강경책 불만' 위키리크스 폭로

현정은 회장 "북보다 남한에 더 많은 장애물", 그룹 "사실아냐" 해명

서울의소리 | 입력 : 2011/01/05 [10:11]

현정은 현대그룹회장이 "북한보다 남한에서 보다 많은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며 이명박 정권의 대북 강경책에 강한 불만을 나타낸 사실이 <위키리크스> 문건을 통해 드러나 논란을 예고했다.

3일 재미언론인 안치용씨가 입수한 지난 2009년 8월28일자 주한미대사관의 국무부 보고 문건에 따르면, 현정은 회장은 방북직후인 그해 8월25일 캐슬린 스티븐스 미국대사와 조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이같이 불만을 말했다.

모두 10개항으로 이뤄진 비밀전문에 따르면, 현정은 회장은 "거의 파산상태에 빠진 금강산관광사업을 회생시키기 위해서 방북했다"며 방북 목적을 설명한 뒤, 자신은 "북한보다 남한에서 더 많은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she faced more obstacles in South Korea than in the North)"며 불만을 털어놓았다(complained)고 스티븐스대사는 기록했다.

현회장은 또 "남북당국간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평양과 합의한 5개항의 실현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탄식하기도 했다.


현정은 회장의 문제 발언을 기록한 주한미대사관 보고서.  ⓒ안치용
▲ 현정은 회장의 문제 발언을 기록한 주한미대사관 보고서.

▲김정일이 방북 중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일행과 면담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서울의소리

 
 
 
 
 
 
 
 
 
 
 
 
 
 
 
 
 
 
 
 
 
 
 
 
 
현회장은 그해 8월 16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오찬을 함께 했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와는 달리, 스티븐스 대사에게는 김정일과 만찬을 함께 했다며 김정일과의 대화 내용을 상세히 전하기도 했다

김정일은 현회장과의 만찬에서 "북한과 일본과의 관계는 현재 사상 최악"이며, "중국을 믿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회장은 김정일이 일본과의 악화된 관계를 반영한듯 한때 평양 거리에 일제 자동차의 통행을 금지시키는 명령을 내렸었다는 말을 다른 북한관리로부터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남북관계에서 통일부가 밀려나고 북한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교부가 주도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 뒤, "남북관계가 어려움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상호불신"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일은 또 "이명박 정부는 왜 전 정권의 남북대화 경험을 이용하지 않는냐"고 현회장에게 묻기도 했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합의서에 서명한 두 대통령은 고인이 됐지만 ‘나는 아직 살아있다’"며 "현정부는 합의서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와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을 수차례 언급하면서 "의리"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공개된 전문 내용 중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불만을 표시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이 스티븐스 대사와 대화한 부분이 여러 사람을 거치면서 상당 부분 왜곡됐다고 본다”면서 “현 회장이 직접 말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해명했다.

한국 관련 <위키리크스> 문건이 마침내 하나둘씩 공개되면서 거센 후폭풍을 몰고오기 시작한 상황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안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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