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엔 국수가 먹고 싶다"시로 말한다 "어머니 같은 누님 같은 여자가 끊려주는 그 국수..."
국수가 먹고 싶다(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끊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세상 어디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치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 연일 장마입니다. 장마 탓인지 여기 설악산은 바람이 서늘합니다. 여름이 더워야 하는데 긴소매를 입고 지내지요. 어제 하루는 모처럼 햇볕이 쨍하는 듯 하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다시 비가 내립니다. 이런 날은 국수가 먹고 싶습니다. 칼국수도 좋고, 장터국수도 좋고, 콩국수도 좋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국수가 먹고 싶다고 했더니, 선감(선원의 책임자)스님이 햇볕이 쨍하고 나는 날 먹자고 했습니다. 어제는 햇볕이 나서 국수를 먹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하루 더 햇빛이 쨍해야 된다고 하네요. 그런데 다시 이렇게 비가 오니 국수를 언제나 먹지요. 누가 가만히 내게 말하길 선감스님은 국수를 별로 안 좋아 한 다네요.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 살다 보면 허기진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아등바등 살아 갈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입니다. 그런 때 서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시골 장터 한귀퉁이 허름한 포장집에서 국수를 먹는 일은 상상 만으로도 위안입니다. 무언가 한두 가지 잃어버린 듯한, 상실감이 느껴지는 날이면 유독 무언가 먹고 싶어지지요. 시인은 그것을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이라고 했네요. 한 가족 같이 지내는 소를 팔고 돌아오는 농부의 심정이라니... 돌아보면 내 삶에도 그 정도의 허전함을 느낀 때는 한두 번 있었든 듯합니다. 자꾸 비가 오는 오늘 같은 날에는 어머니가 같은 여자, 누님 같은 여자가 끊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습니다. 무언가 잃어버리고 온 사람과 같이 먹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인터넷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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