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계 전형 불합격 구제된 'KT불사조' 합격자 배경은?

정현숙 | 기사입력 2019/04/05 [10:29]

3단계 전형 불합격 구제된 'KT불사조' 합격자 배경은?

정현숙 | 입력 : 2019/04/05 [10:29]

새치기 공채로 한 땀 한 땀 공들여 입사시킨 그들만의 맞춤형 채용 

 

김성태 의원 딸의 지원서를 언급하며 그냥 올려 태워라는 지시를 한 서유열 전 KT 사장. JTBC

 

이석채 전 KT 회장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

 

난마처럼 얽혀있던 KT 채용 비리 의혹이 하나하나씩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KT 채용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3월 22일 이석채 전 KT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는 검찰이 당시 부정 채용을 지시했던 ‘최종 윗선’을 이 전 회장으로 볼 만한 정황을 포착했다는 의미다.

 

검찰은 2012년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과 성시철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 지인의 자녀 등 9명이 부정 채용된 증거를 확보한 상태다. 특히 김 의원 딸은 서류전형·적성검사를 건너뛰고 인성검사에서도 불합격 점수를 받았지만 최종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이석채 전 회장이 부정 입사자 9명 중 누구와 연결돼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채용비리의 최종 윗선으로 유력했던 이 전 회장이 소환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성태 의원의 소환도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검찰은 서 전 사장에게서 ‘2011년 김 의원으로부터 딸의 계약직 지원서를 직접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계약직이었던 김 의원 딸이 2012년 정규직으로 부정 채용되는 과정에 이 전 회장과 김 의원이 개입했는지를 밝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을 추가 소환할지 여부나 김 의원 소환 일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김성태 자한당 의원의 딸이 어떻게 특혜를 받았는지 구체적인 정황도 포착했다. 김 의원 딸은 이미 서류 전형과 적성 검사가 끝난 뒤에 지원서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인사 담당자가 곤혹스러워 하자 KT 사장이 그냥 처리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김 의원의 딸은 2012년 KT 공채가 진행되는 가운데 지원서를 냈다. 이미 서류 전형과 적성 검사가 끝났을 때다. 인사팀은 곤란해했다고 한다. 그러자 당시 서유열 KT 사장이 직접 인사팀에 전화를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전화를 받은 인사팀 담당자는 서 전 사장이 김 의원 딸의 지원서를 언급하며 그냥 올려 태워라는 지시를 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김 의원 딸은 곧바로 인성 검사를 봤고 불합격했지만 결국 최종 합격했다. 검찰은 서 전 사장이 이석채 전 KT 회장의 측근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KT임원 공소장 입수..김성태 딸 특혜 입사 의혹 담겨

 

3일 JTBC 보도에 의하면 KT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 2012년 당시에 부정채용에 관여한 KT임원의 공소장 내용에 여기에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혐의 사실이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실이 입수한 공소장이다.

 

KT 인재경영실장을 지낸 김상효 씨의 공소장인데, 채용 비리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가 나와있다. 김성태 자한당 의원 딸의 부정 채용 의혹에 대해서 검찰이 판단하고 있는 내용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2012년 10월 KT 인재경영실은 "스포츠단에 파견계약직으로 근무하는 김모라는 직원이 있는데 김성태 국회의원의 딸이다, 하반기 공채절차에 정규직으로 채용해 달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돼있다.

 

이런 지시를 받고 인재경영실은 이미 서류 전형 합격자 발표 및 인적성 검사까지 실시한 상황임에도, 입사원서조차 내지 않았던 김성태 의원의 딸을 합격시키기로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정식으로 채용 절차가 시작되기 전부터 아예 뽑기로 결정을 했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리고 인력계획팀장에게 "김성태 의원의 딸 김모 씨를 서류전형에 합격한 것으로 하여 채용하라"고 지시를 했고, 인력계획팀은 김 씨를 서류전형 합격자로 조작한 것으로 검찰 조사가 됐다. 조작 과정에서는 김 의원의 딸의 인성검사 결과가 D형 그러니까 성실성과 참여의식이 부족해서 최소한의 업무수행 예상이라는 부적합 판정이 나와 불합격 시켜야함에도, 이를 합격으로 조작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후 임원 면접과정에도 불합격 판정이 됐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그대로 면접을 진행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서류 전형은 아예 응시 자격을 갖추지 못했고, 인성검사는 불합격 대상이었는데도 최종 면접까지 가서 합격을 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조만간 김성태 의원을 소환해서 이 과정에 부당한 청탁을 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공소장을 입수한 백혜련 의원은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난 만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KT 3단계 전형 다 떨어지고도 합격한 불사조 합격자의 배경은 누구? 

 

그런데 김성태 의원 딸이 조작된 성적으로 불법 입사한 것도 기가 막히지만, 더 희한한 합격자도 있다. 서류심사부터 인·적성검사, 면접 모든 전형을 다 치렀지만 다 떨어져 불합격했는데 최종결과는 합격했다. 이 지원자 뒤에 어떤 큰 배경이 있었는지 검찰이 조사하고 있다.

 

2012년 KT 하반기 공채에 지원한 A 씨는 첫 서류 전형부터 떨어졌다. 하지만 통과된 것으로 처리됐다. 다음 단계인 인·적성검사도 불합격했고, 마지막 관문인 면접도 모조리 탈락했다. 하지만 불사조가 따로 없이 그때마다 구제를 받아 결국 최종합격했다.

 

앞서 구속된 전 인사 담당 임원의 공소장에는 모두 5명에 대한 특혜 채용 혐의가 담긴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은 이 가운데 A 씨가 가장 많은 특혜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KT 안팎에서는 A 씨 채용을 부탁한 사람과 관련해 전직 국회의원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지만, 아직 파악되지는 않았다. 검찰도 A 씨를 누가 추천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한 땀 한 땀 맞춤형 채용으로 거대  IT기업 무력화.. 국조 외치던 자한당 입장은?

 

채용심사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KT의 채용 비리는 심각했다. 청탁을 받은 지원자가 서류에서 떨어져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해주고, 인·적성 검사나 면접에서 탈락했는데도 합격으로 처리해준 것이다. 특혜 입사자들을 위한 맞춤형으로 거대 IT 기업의 채용 심사를 완전 무력화 시켜 정상적으로 지원한 일반 응시자들의 길을 막아버린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와 김성태 의원이 3월 19일 자한당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해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면, 가히 특혜 특급 열차 특석의 무임승차 승객이라 할 것”이라며 “불과 얼마 전까지도 청년 일자리를 도둑질 당했다며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주장했던 자유한국당이 자당 의원의 특혜채용 비리 의혹에는 감싸기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KT 채용비리’ 의혹을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라고 규정하고는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빼앗고 짓밟는 일부 권력가들의 범죄행위는 준엄히 단죄되어야 한다. 검찰은 흔들림 없는 수사, 성역 없는 수사로 특혜채용 비리 의혹의 모든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변인은 공세의 화살을 자한당으로 돌려 “사안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자유한국당은 검찰이 여론몰이 수사를 기도하고 있고 언론이 이에 편승해 팩트 확인도 없이 보도를 일삼고 있다며 법적조치까지 거론하고 나섰다”면서 자한당의 적반하장 태도에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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