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긴박한 하루, 재난 컨트롤타워 가동 불길 신속진화

정현숙 | 기사입력 2019/04/07 [16:14]

문대통령 긴박한 하루, 재난 컨트롤타워 가동 불길 신속진화

정현숙 | 입력 : 2019/04/07 [16:14]

문재인 대통령, 한 밤 NSC 소집하고 하루 새 두번 찾아 총력 대응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사무소에 마련된 산불 상황실을 방문해 소방대원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루 새 국가위기관리센터만 두번 찾아.. 적극 대응 

 

화재상황이 심각했던 4일 밤 청와대는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주관 하에 전 직원이 비상 대기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재난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정의용 안보실장은 같은 시각 국회 운영위 업무보고에서 자유한국당과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발이 묶여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

 

홍영표 위원장이 강원지역 화재를 이유로 이석을 몇차례나 요청했지만 자한당 의원들의 반발로 오후 10시 30분이 넘어서야 국회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속초·고성 등 강원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를 위해 총력 대응 지시를 내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밤 11시쯤 국가위기관리센터에 도착, 즉시 긴급회의를 주재했다. 화재 상황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같은날 밤 11시15분쯤 관계부처에 총력대응 체제 유지를 지시하면서 전면에 나섰다.

 

이날 오전 0시 20분쯤에는 위기관리센터를 직접 찾아 긴급회의를 열고 가용자원 총동원령을 내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재난안전관리본부와 산림청, 소방청, 국방부,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 속초시 상황실을 화상으로 연결해 상황을 보고받고, 산불 진압이 어렵다면 확산 방지에 주력하라고 당부했다. 주민은 물론이고 소방관 등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과 함께 이재민에 대한 생활 안정 대책을 주문했다.

 

또한 비상상태인 만큼 예정됐던 식목일 행사일정도 모두 취소했다. 문 대통령의 강원 화재현장 방문은 진화 작업이 진행 중임을 고려해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현장 지휘를 맡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더 이상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산불이 번질 우려가 있는 지역 주민을 적극 대피시키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며 “불 진화 과정에서 소방관 등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이재민에 대한 긴급 생활 안정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산불 발생과 진화, 피해 상황 등을 적극적으로 언론에 공개하고, 산불 발생 시 행동 요령을 구체적으로 홍보하라”면서 “산골짜기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연락해 대피할 수 있도록 하고, 날이 밝는 대로 헬기를 동원해 산불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했다. 아울러 “산불이 북쪽으로 계속 번질 경우 북한 측과 협의해 진화 작업을 벌일 것”을 주문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현안점검회의에서는 이날 오전 8시 기준으로 인명피해와 진화작업 상황에 대한 총점검도 이뤄졌다. 정부는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오전 11시 위기관리센터를 또다시 찾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화상통화를 통해 현장 상황을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때 지자체와 군 병력 등 동원 가능한 인력을 모두 투입해 꺼진 불도 다시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또 현장을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부겸 장관에게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검토하는 것도 서둘러 달라고 지시했다.

 

산불 이재민 만난 문 대통령 "생명이 제일 중요..정부가 돕겠다"

 

"안 다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집 잃어버린 것은 정부가 돕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오후 대형 산불이 할퀴고 간 상처가 고스란히 남은 강원도 고성군 화재현장을 찾았다. 이날 오후 3시40분쯤부터 토성면사무소 대책본부,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인 천진초등학교, 산불현장인 속초 장천마을 등을 잇따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애초 이날 오전만 해도 화재 수습작업에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해 현장에 나가지 않으려 했으나, 오후 진화작업이 속도를 내며 큰 불길이 잡히고 있다는 보고를 듣고 강원도행 헬기에 올랐다.

 

흰색 셔츠에 노타이, 민방위 점퍼와 회색 운동화 차림으로 현장을 찾은 문 대통령은 우선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행정복지센터에 위치한 상황실에 들렀고, 이경일 고성군수와 악수하면서 "애가 많이 탔겠다"라고 위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곧이어 소방청·산림청·경찰청·육군·한국전력 등에서 나온 현장 수습인력을 격려하고 상황을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잿더미 속에 불씨가 남아있어 철저하게 정리해야 하는 상황인가"라고 물어본 뒤 "어젯밤보다 바람이 많이 잦아든 것 같은데,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겠다"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야간에는 헬기를 동원하기 어려우니 가급적 일몰시간 전까지 주불은 잡고, 그 뒤에 잔불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진도가 나갔으면 좋겠다"라고 의견도 냈다.

 

문 대통령은 "소방 쪽에서 헬기와 인력을 총동원해줬고 군에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장병들이 수고가 많았다"라며 "워낙 바람이 거세 조기에 불길이 확산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으나, 소방당국, 군, 경찰, 산림청, 강원도, 민간까지 협력해 산불이 더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수고하셨다"라고 격려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상황실 인근 천진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대피소로 이동, 최문순 강원지사·김부겸 장관과 함께 자리에 앉아 산불 피해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일부 이재민은 문 대통령을 보고는 손을 붙잡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 이재민에게 "안 다치는게 제일 중요하다. 사람 생명이 제일 중요하다"며 "집 잃어버린 것은 우리 정부와 강원도에서 도울테니까…"라고 위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속초·고성 산불로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대피해 있는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천진초등학교를 방문해 이재민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연합

 

문 대통령은 대피소에 마련된 컵라면을 보고는 "여기서 컵라면을 드시나. 빨리 집을 복구할 수 있도록, 그리고 대피소에서 최대한 편하게 지내시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에 김 장관은 "저녁부터는 제대로 급식을 준비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화마의 피해를 입었지만, 주민들도 문 대통령을 따뜻하게 맞아줬다. 이재민들은 피해 상황을 하소연하면서도 연신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야단 안 치시니 고맙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는 이재민들의 손도 일일이 잡아줬다.

 

장천마을 주민들은 "대통령이 직접 올 줄은 정말 몰랐다"며 울먹였다. 어두훈 통장이 "대통령께 고마움의 박수를 보내자"고 제안하자 주민들이 박수를 보냈다. 고성에서는 문 대통령이 "불길을 빨리 못 잡아서 가진 재산까지 다 잃게 만들었는데 정부가 송구스럽다"고 하자, 피해 주민이 "절대 그렇지 않다. 바람이 워낙 불었다. 그나마 불을 빨리 잡아 고맙습니다"라고 하기도 했다.

 

진화 작업에 나선 인력들을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고성 토성면사무소에서는 "소방당국, 군, 경찰, 산림청, 강원도, 민간까지 다 협력해서 그나마 더이상 산불이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며 "특히 소방 쪽에서 전국적으로 가용한 헬기와 인원들을 총동원해 주셨다. 우리 군에서도 아주 적극적으로 협력했고, 군장병들이 아주 수고 많으셨다"고 말했다.

 

이재민으로부터 "대통령님이 오셔서 고맙다"는 인사가 나오자, 문 대통령은 "주민들께서 많이 놀라고 힘든 밤이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생겼는데 (정부를) 야단치지 않고 잘했다고 하니 고맙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 24일에도 경북 포항 지진 피해 현장, 같은 해 12월 22일에는 충북 제천 화재 참사 현장, 2018년 1월 27일에는 경남 밀양 화재 참사 현장을 방문해 이재민들을 따뜻하게 위로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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