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안 갔어33] 브뤼헤의 336계단

<1년 동안 학교를 안 갔어> 삼부자의 세계 여행기와 삶의 지혜 찾기!

백은선 여행작가 | 기사입력 2018/03/05 [10:19]

[학교를 안 갔어33] 브뤼헤의 336계단

<1년 동안 학교를 안 갔어> 삼부자의 세계 여행기와 삶의 지혜 찾기!

백은선 여행작가 | 입력 : 2018/03/05 [10:19]

오늘은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이라고 하는 벨기에 브뤼헤(Brugge)와 서쪽 끝 북해를 바라다보는 브랜큰베르(Blankendberge)란 도시를 다녀왔어. 겐트에서 출발할 때는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브뤼헤에 도착하니 날이 화창하니 좋더구나. 아름다운 중세 건물들이 빼곡하고 시내를 종횡으로 수로(운하)가 뻗어 있으며 많은 다리로 연결된 아름다운 도시야.

 

▲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브뤼헤의 종탑 

 

아빠 생각으로는 이탈리아 베네치아보다도 더 아름답고 멋있고 기품이 있는 것 같은데, 너희 생각은 어떠니? 아빠보다는 엄마가 정말 좋아했을 중세 건축물, 성당, 종탑 그리고 다양한 소품 및 액세서리 매장이 많은 도시인데 함께 못해 많이 아쉽구나. 너희들이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엄마를 모시고 한 번쯤 왔으면 좋겠어.

 

우리는 브뤼헤의 명물인 초콜릿, 감자튀김, 그리고 와플 등을 맛보고 유명한 종탑으로 향했지. 여기 브뤼헤에는 미켈란젤로의 조각과 다양한 종교화들이 있는 교회와 성당, 독특한 건축양식을 자랑하는 시 청사, 마켓광장 주변 건축물 등이 유명한데, 그 중에서도 종탑이 가장 상징성이 큰 곳이라는 것이 아빠의 생각이야.

 

입장료도 비싸고 올라가는 데도 걸어서 좁은 336계단을 올라가야 하지만, 아름다운 브뤼헤를 마음껏 조망할 수 있고 시계의 기계장치와 49개의 종으로 이루어진 편종을 보기 위해 올라가기로 결심했지. 종탑에 오르기 위해 입구에 들어서니, 어디선가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이 들려왔어. 주변 어딘가에서 클래식 연주회가 있나 했지.

 

“아빠! 클래식 음악회가 있나 봐요!”

 

“그러게, 선율이 아주 좋은데!”

 

“어? 아빠? 음악회가 아니고 길거리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인데요?”

 

“정말 그러네!”

 

“우와! 신기한 엄청 큰 악기도 있어요!”

 

“응, 더블베이스라는 악기인데 여기는 유럽이니 콘트라베이스라고 할 거야.”

 

“아~ 여기서 조금만 쉬면서 음악 들어요.”

 

▲ 종탑에서 내려다 보는 여유로운 브뤼헤 시내

 

그래서 우리는 좁은 입구에 자리 잡고 연주회 감상을 했지. 그들은 많은 도시의 거리에서 연주하고 생계를 이어 가는 거리의 흔한 악사들이란다. 조금 다른 점은 한 명이 아니고 젊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세 명이 각각 바이올린, 더블베이스, 아코디언으로 함께 연주하는 것이었어. 이것을 보니 아빠는 네팔에서의 부부 마술단이 떠올랐단다. 그분들은 숙박하는 동네의 공터나 광장에서 작은 마술 쇼를 보여 주고 비용을 충당하여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있었지.

 

그 부부와 여기 길거리 악사들처럼 너희들도 언제 어디서나 공연이나 쇼를 할 수 있는 잡기 하나쯤은 배워 두었으면 좋겠어. 여기 악사들처럼 악기 한두 개를 배워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카드나 동전으로 하는 마술 게임, 태권도를 이용한 간단한 묘기, 판토마임, 종으로 하는 연주, 그리고 움직이는 캐릭터(동상이나 유명인) 등을 잘 활용하면 살면서 또는 여행하면서 남에게 즐거움도 주고 용돈도 충당할 수 있는 1석2조의 특기가 아닐까 싶어. 그런데 아빠가 악기에는 소질이 없는데 너희들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하든 아빠가 열심히 응원해 줄 테니 새로운 분야를 찾아서 열심히 한번 해 보길 바라!

 

▲ 인상적인 공연으로 작은 기쁨을 주는 거리의 악사

 

우리는 작은 팁으로 만족스러운 공연을 보고 종탑에 올랐어. 가파른 계단을 따라 많은 종들을 스쳐 지나고 나서야 정상 종탑 망루에 도착할 수 있었지. 그리고 나타난 멋진 브뤼헤 시내 전경! 주황색 지붕과 파란 하늘과 운하들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조화는 우리 모두의 탄성을 이끌어 냈지!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또 다른 도시인 브랜큰베르로 북해를 보러 발길을 돌린다.

 

아빠 조언: 언제 어디서든 공연할 수 있는 잡기 하나쯤은 배워라.

아들 생각: 마술 하나 정도는 일단 잘하고 싶어요.

 

 


원본 기사 보기:모르니까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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