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안 갔어52] 100년이 넘은 골프장

백은선 여행작가 | 기사입력 2018/08/28 [10:12]

[학교를 안 갔어52] 100년이 넘은 골프장

백은선 여행작가 | 입력 : 2018/08/28 [10:12]

나이로비는 이제까지 우리가 상상해 왔던 아프리카가 아니었어. 서울 뉴욕 같은 세계 대도시보다는 작지만 고층빌딩, 대형쇼핑몰, 광대한 센트랄 파크도 있는 큰 도시였지. 교통체증과 매연은 서울 마닐라보다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 곳이야. 우리는 현지로컬 작은 버스를 타고 쇼핑센터로 나와 도시를 걸어서 산책 겸 투어를 했지.

 

▲ 로얄 나이로비 골프장 클럽하우스 앞에서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도심 한복판에서 골프장을 발견했어. ‘아프리카 골프장은 어떨까?’라는 호기심에 또 들어가 보았지. 이름은 ‘나이로비 로열 골프장’. 오래되어 보이는 골프장인데, 확인해 보니 100년도 넘는 전통 있는 골프장이라고 해. 클럽하우스에 확인을 해 보니 언제든지 라운딩을 할 수 있단다. 그래서 다음 날 기본 복장을 차려 입고 케냐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초록 잔디 위에서 보내기로 했지.

 

▲ 100년 된 골프장에서 라운딩 

 

아침 8시부터 가능하다고 해서 예약을 하고 일찍 도착했는데, 어쩐 일인지 문은 굳게 닫혀 있었어. 어렵게 직원을 만나서 진행하려 하니, 우리가 알던 정보와는 다른 것이 많았지. 그린피도 2배 이상을 더 내라 하고, 클럽대여와 캐디까지 걸리는 것이 여러 개였어. 1번홀 매니저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사정을 하지만 방법이 없어 보였지. 의사소통도 쉽지 않아서 포기할까 생각하던 중 아침에 골프장에서 인사한 한국분을 다시 보게 되어 상황 설명을 하니 도와주신단다.

 

큰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1번 홀부터 도와주신 한국분 다음 팀으로 시작할 수 있었지. 100여 년 된 골프장이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새롭게 골프장을 다시 조성하느라 여기저기 새로운 해저드와 그린 공사 중이더구나. 전동 카트 없이 걸어서 하는데도 너희들은 다행히 날씨가 좋아 체험골프 치고는 잘 놀면서 치고 나갔지. 큰 무리 없이 전반 9홀을 끝내고 레스토랑에 가니, 도와주신 한국 분이 음식까지 계산해 주셨어. 덕분에 감사한 마음으로 나머지 후반도 즐겁게 경기를 즐길 수 있었지.

 

▲ 굿샷 후 환호하는 승빈

 

잘 마치고 계산을 하러 가니 이미 계산이 모두 되었다는 거야! 너무 부담스러운 대우라 전화를 드리니, 그냥 좋은 추억으로 생각하고 좋은 여행하라고 하시더구나. 너무 고마운 천사 같은 분을 만나 하루 종일 즐겁게 보냈지만 과분해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아. 그러나 내일 당장 케냐를 떠나고 한국은 당장 들어가지도 않으니, 여기에서는 보답할 방법이 없어 보이는구나. 그냥 너무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야. 덕분에 케냐의 여행이 아주 좋은 기억으로 마무리될 것 같아.

 

▲ 찬형 굿샷 

 

아들아, 오늘 우리는 뜻하지 않은 좋은 분을 만나서 행운을 즐겼단다. 아는 분도 아니어서 부담되긴 하지만, 여행하면서 받는 큰 축복이라 생각하기로 하자. 대신 우리 또한 여행하면서 크든 작든 한국인이나 현지인에게 오늘 받은 그 이상을 베풀도록 하자꾸나. 앞으로 너희들이 살아가면서 가끔은 뜻하지 않게 행운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꼭 그 이상으로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행운을 전파해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오늘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그분의 마인드처럼 우리도 다른 사람에게 뜻밖의 행운을 주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자.

 

아빠 조언: 가끔 뜻밖의 행운을 즐겨라. 그리고 남에게 행운을 줘라.

아들 생각: 행운을 받아 좋기는 하지만 오늘은 너무 과해서 고맙지만 그분께 죄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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